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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제이쓴 "월셋집·전셋집이 왜 남의 집이죠?"

등록일2017.04.04 14:27 조회수758
"공간이 변하면 사람도 변해"…"인테리어는 버리는 것부터"

(서울=연합뉴스) 손미정 기자 = '편안함'이라는 집이 주는 상징성이 많이 퇴색한 것이 현실이다. 과거의 집이 생활과 휴식의 공간이었다면 지금은 쟁취해야 하는 삶의 목표가 된 듯하다. '남의 집'을 전전하며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뤄가는 세상에서 당장 2년 후면 떠나야 할 공간에 시간과 돈을 들이기 망설여지는 것은 당연하다.

"저는 그런 말 너무 싫어요. '남의 집'이라는 표현이. 사는 동안은 내 집이죠. 세입 형태에 따라 그렇게 불리는 거지."

제이쓴은 셀프인테리어 전문가이자 '제이쓴의 좌충우돌 싱글라이프'를 운영하는 유명 블로거다. 의뢰인의 셀프인테리어를 도와주는 '오지랖 프로젝트'를 블로그에 공개하며 이름을 알렸고, 지난해 JTBC 헌집새집 등 '집방(인테리어 방송)'을 종횡무진하며 전문가로서 입지를 다졌다. 인테리어의 계절인 봄, 연합뉴스 공감스튜디오에서 제이쓴(본명 연제승·31)을 만났다.

"친구 자취방에 놀러 가든, 의뢰인의 집에 들어가든 집에는 특유의 향이 있어요." 집이라는 공간은 그곳에 사는 사람의 모습이 투영돼 있다. 전셋집이든, 월셋집이든 그것이 어떤 형태의 집일지언정 내 공간을 '그냥 스쳐 가는 곳'으로만 취급해서는 안 되는 이유 중 하나라는 것이다.

셀프인테리어 전문가 제이쓴

제이쓴은 "요즘에는 결혼도 점점 늦어지는 추세인데 그러면 신혼집이 생길 때까지 대충 살아야 하느냐"면서 "요즘은 아이디어 제품들도 많고, 벽에 페인트칠해도 나중에 뜯어버리면 된다. 인테리어가 거창할 거라는 생각부터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공간이 변하면 사람도 변한다'. 제이쓴이 꾸준히 이야기하는 공간에 대한 철학이다.

"속옷이 널브러져 있으면 지저분하다가 아니라 사는 사람이 요즘 정신없이 바쁘다는 것을 이야기해주고요, 바이크가 걸려있다면 이 사람은 활동적인 사람이라는 걸 알 수 있잖아요. 역으로 생각해보면 그 공간을 취향대로 변화를 주면 그거대로 사람도 변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죠."

공간이 변하면서 사람이 변한 가장 대표적인 예가 바로 제이쓴 본인이다. 호주에 살다가 한국에 와서 대학을 다니기 위해 서울에 집을 얻었고 페인트칠부터 하나하나 자신의 집을 바꿔나갔다. 결국, 그의 인생까지도 변화시켰다.

"젊은 친구들이 부푼 꿈을 안고 서울에 왔는데 곰팡이가 슬어있는 작은 공간에서 사는 현실이 저 같았어요. 절이 싫지 않으면 중이 바꿔야 하는 거잖아요. 한탄할 시간에 내가 바꾸고 말겠다고 했던 것들이 지금까지 온 거에요."

셀프인테리어 전문가 제이쓴

제이쓴에게 인테리어는 채우는 것이 아니다. 가령, 봄을 앞두고 집안 분위기를 바꾸고 싶다면 무엇을 '채우느냐'보다 '버릴까'란 고민을 하는 것이 순서라는 설명이다. 인테리어에 대한 고정관념은 90년대 인테리어가 부의 상징이었던 시대가 남긴 잔재다. 최근 몇 년 인테리어 트렌드를 휩쓸고 있는 북유럽 스타일도 알고 보면 부엉이나 삼각형을 채우는 것이 전부가 아닌, 사람의 동선을 '빛'으로 채우는 인테리어다.

"어떻게 보면 다 비웠는데 꾸며야 한다는 것이 고정관념인 거 같아요. 안 꾸미면 어때요. 청소하기 얼마나 편한데요. 거기에 화분만 갖다 놓을 수도 있잖아요. 인테리어라고 하는 게 대단한 거로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비우는 것도 인테리어예요."

여전히 '채워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들에게 줄 수 있는 손쉬운 봄 인테리어 팁을 물었다. 그런데 손쉽게 할 수 있는 건 없단다. 희망 고문 안 하는 스타일이라며 한껏 웃던 그는 그래도 가장 쉬운 것은 '패브릭'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커튼에 대한 패턴을 겁내는 분들이 많은데 이럴 때는 덜 무서운 스트라이프, 체크로 도전할 것을 추천한다"며 "침구를 교체하면서 침구 톤과 동일하게 커튼도 바꾸면 느낌이 확 달라진다"고 말했다.

셀프인테리어 전문가 제이쓴

인터뷰하다 보니 부러운 마음이 샘솟았다. 출근과 퇴근이 반복되는 일상을 사는 평범한 직장인으로서의 부러움이다. 열심히 일하면서 '버킷리스트'를 이루면서 사는 그의 인생이 자유로워 보였다. "행복함을 위해서는 앞뒤 안가린다"는 그에게 인테리어 역시 즐거움을 위한 '취미 생활'이다. "저는 유명해지기 싫어요." 일이 되면 스트레스가 되기 때문이다.

"저는 인테리어가 재밌는 놀이라고 생각해요. 방송은 인테리어에 대한 제 스펙트럼을 넓히기 위한 방법일 뿐이에요."

요즘 제이쓴은 '작업실을 갖겠다'는 자신의 버킷리스트를 이루기 위해 달리고 있다. 작업실을 만드는 과정에서 또 다른 형태의 '오지랖 프로젝트'를 녹여낼 계획이다. 앞서 그가 보여줬던 오지랖의 영역이 자취방이라면 이번에는 가게다.

"1인 창업을 해서 가게를 오픈하려면 인테리어비가 만만치 않잖아요. 그것도 셀프인테리어로 할 수 있거든요. 제 작업실도 직접 인테리어 하면서 페인트칠이 궁금한 분들 오라고 해서 같이 칠하고, 전기작업이 있는 날엔 같이 배우고 싶은 분들을 모실 거에요. 이런 것들을 세미나화해서 함께 콘텐츠화시키는 것이 목표예요." (촬영 : 김태호 기자)

balme@yna.co.kr

kimth@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7/04/04 11:4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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