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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을 읽어보자! 웹소설 입문시리즈(1)

등록일2017.04.05 11:41 조회수3409

지난해 여름, 교보문고는 특별한 이벤트 하나를 열었다. 소설이 원작인 영화들을 감상하는 ‘한여름 밤의 스크린셀러1) 영화제’다. 실로 소설은 영화의 원천이다. 콜린퍼스에게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안겨준 영화 『킹스 스피치』, 국내 레즈비언 영화의 한 획을 그은 『아가씨』는 원작 소설이 없었다면 태어나지 못했을 수작들이다. 그런데 이 원작 리스트 중에 웹소설2)도 있다는 사실을 혹시 아는가? 


스크린셀러 영화제는 영화와 더불어 원작 소설 역시 함께 감상하기를 권한다. 텍스트는 영상과는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하기 때문이다. 웹소설 입문시리즈 역시 스크린에서 흥행한 영화와 드라마의 원작 웹 소설을 소개하겠다. 웹소설이 기존 문학 못지않은 꿀잼이라는 것을 알게 되리라. 


1) 영화의 흥행 성공으로 주목받게 된 원작 소설

2) 웹을 통해 창작, 소비, 유통되는 소설




강렬한 첫 인상,  『마션』


 
소설의 첫 문장은 사람의 첫인상에 비유되곤 한다. 첫 문장의 역할은 어떤 작가의 손끝에서 나오느냐에 따라 다르다.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눈의 고장이었다.

노벨문학상 수상자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설국』처럼 서막을 열거나

행복한 가정의 모습은 비슷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모두 제각각의 이유로 불행하다.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처럼 복선을 품기도 한다.  
어찌됐든 독자의 뇌리에 박혔다면 성공이다. 설사 그게 비속어일지라도.  
『마션』은 이렇게 시작한다.

“ㅈ 됐다.”

당혹감 뒤에 호기심이 찾아온다. 도대체 무슨 일이기에 주인공이 이런 대사를 뱉은 건지 알고 싶어 책에서 눈을 뗄 수가 없다. 한국에서 500만 관객 동원에 성공한 영화 『마션』의 동명 원작은 독자를 첫 만남부터 들었다 놨다 한다. 

“무인도에 단 세 가지만 가져갈 수 있다면, 무엇을 고를 것인가?”

심리테스트의 단골 질문이다. 그런데 장소를 무인도에서 화성으로 바꿔보면 어떨까? 당장 6년 뒤인 2022년에 첫 번째 이주자들이 화성으로 떠난다고 하니, 생각해볼법한 문제다. 『마션』은 화성에 고립된 탐사대원 마크 와트니가 살아남기 위해 식량을 개발하는 등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다.  

누가 식물학자 아니랄까 봐, 마크는 화성에서 감자를 재배하는 데 성공한다. NASA가 화성과 유사한 환경에서 토마토 재배에 성공했다고 하니, 머잖아 현실이 될 SF인 셈이다. 과연 마크는 화성에서의 삼시세끼를 무사히 마칠 수 있을까? 

영화 못지않게 재밌다는 입소문이 난 덕분에, 소설 역시 한국에서 불티나게 팔렸다. 종이책과 E-BOOK 모두 베스트셀러 순위에 이름을 올린 것이다. 어렵고 지루하다는 인식이 팽배했던 과학을 작가 앤디 위어가 재미있게 풀어낸 덕분에, 여타 과학 서적들도 덩달아 판매량이 올랐다는 게 서점 관계자들의 증언이다.  

번역본 대신 원서를 찾는 이들에게 반가운 소식이 있다. 그저 구글 검색창에 ‘The Martian PDF’라고 치기만 하면 된다. 산타클로스가 선물을 풀 듯, 작가 앤디 위어는 자신의 출세작을 ‘무상 게재’ 하고 있다. 무명  작가의 블로그에 꾸준히 찾아와서 작품을 봐 준 독자들과의 의리를 지키는 것일지도 모른다. 당신이 몰랐던 웹소설 첫 번째 작품 『마션』은 앤디 위어가 자신의 블로그에 연재한 웹소설이다. 



응답하라의 저주를 깬  『구르미 그린 달빛』


97부터 88까지 삼연속 히트를 친 응답하라 시리즈(이하 응답)에는 슬픈 저주 하나가 있다. 응답을 통해 스타덤에 오른 주연들의 차기작이 하나같이 흥행에 실패한 것. 아무도 풀지 못한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단숨에 끊어버린 알렉산더처럼 응답의 저주를 시원하게 깬 이가 나타나니, 바둑천재 최택에서 국민세자 이영으로의 변신에 성공한 박보검 되시겠다.  

8%에서 23%가 되기까지, KBS 『구르미 그린 달빛』 (이하 구르미)의 시청률 상승세는 가팔랐다. 인기의 중심에는 단연 세자 이영이 있었다. 『태양의 후예』 유시진의 공백이 무색할 정도로 이영은 대한민국 여심을 저격했다. 이영을 창조해낸 원작의 누적 조회수가 무려 5천만이니, 성공은 예견된 일이었다.  

이영의 매력을 탐구해보면 구르미의 인기 요인을 알 수 있다. 이영에겐 평소의 이미지와 다른 반전 매력이 있다. 왕을 허수아비 신세로 만든 외척의 앞에서는 왕세자로서의 위엄을 드러내 맞선다. 사랑을 위해선 신분의 벽도 넘으려는 모습도 있다. 이렇게 듬직한 남자로서의 면모도 있는가 하면, 모성본능을 자극하는 소년美도 있다. 요절한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우수에 잠기는 이영을 보노라면 꽉 안아주고픈 마음이 든다. 실제로 이영을 연기한 박보검은 모성본능 자극하는 20대 남자배우를 물은 한 설문조사에서 2위를 차지한 바 있다. 

주요 모티프인 ‘거짓’이 주는 긴장감도 구르미의 성공요인 중 하나다. 우선 소설의 여주인공인 홍라온은 본의 아니게 거짓을 꾸민 사정이 있다. 내관이 된 남장 여자, 이영과 맺어질 수 없는 출생의 비밀 등 라온이 간직한 진실들이 하나하나 밝혀지는 순간은 독자를 카타르시스로 이끈다. 이영 앞에 놓인 판도라의 상자에는 친구인 병연의 비밀도 있다. 내 편이라고 생각했던 친우의 정체가 반역을 도모하는 비밀조직의 일원이라는 사실은 브로맨스의 파국을 야기한다. 모든 진실을 감당해야 할 이영이 불쌍하긴 하지만, 어떤 일에도 눈 하나 깜짝 안 할 것 같던 남자가 무너져 내리는 모습은 꽤 볼만하다. 

드라마의 방영 이후 원작은 월 매출 5억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했다. 드라마가 안겨준 유명세의 덕도 있지만, 무엇보다 드라마와 다른 원작만의 매력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원작은 라온에 대한 병연의 짝사랑을 비중 있게 다룬다. 더불어 이영과 라온이 드라마와 다른 결말을 맞게 된다는 점도 있다. 드라마의 엔딩이나 병연의 비중이 아쉬웠던 팬이라면, 웹소설 『구르미 그린 달빛』을 놓치지 말기를 바란다.  



웹소설 선진국 중국의 대표선수  『보보경심』


구르미와의 동시간대 경쟁에서 KO패 당한 비운의 드라마가 있었으니 이준기·아이유 주연 『달의 연인 - 보보경심 려』다. 최고 시청률이 11%요, 대부분의 시청률이 한 자리 수에서 놀았다. 사실 『마션』과 『구르미 그린 달빛』처럼 원작과 리메이크 모두 흥행하는 게 대단한 일이다. 하지만 만약 원작 웹소설로 구르미와 보보경심이 맞붙었다면 결과는 쉽게 장담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 정도로 『보보경심』은 수준급 웹소설이다.   

맞벌이가 필수인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손에 물 한 방울 안 묻히게 해주겠다며 일을 그만두라는 남자가 나타난다면 어떨까. 밥 맛 떨어지는 상사의 얼굴을 보지 않아도 되고, 쏟아지는 졸음과 싸울 필요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여성들에게 일은 단순한 돈벌이 수단만은 아니다. 자기실현의 방법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보보경심』의 주인공 약희는 매력적이다. 황제와 황자들로부터 받은 청혼을 거절하고 멋진 커리어우먼이 되는 길을 택했으니까. 

역사서에 길이 남을만한 황제 청혼 거절 사건은 약희가 현대인의 사고를 지녔기에 벌어졌다고 볼 수 있다. 중국 현대 여성 장효의 영혼이 교통사고로 인해 약희의 몸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약희는 가늘고 길게 살려는 직장인의 면모도 보인다. 예를 들어 황제가 될 운명의 황자에게 밉보이지 않으려 노력하는 모습이다. 이는 “네가 황자면 다야?!”라는 대사를 날리며 천방지축 날뛰다가 화를 자초하는, 흔한 타임슬립3) 로맨스물의 여주와 다른 차별점이기도 하다. 아무리 봐도 현실적인 약희에게 더 공감이 가지 않는가. 

약희와 러브라인을 이루는 4황자, 8황자 역시 전형적인 로맨스물의 남주와는 거리가 멀다. 이들에게 0순위는 약희가 아니라 황위다. 사랑 때문에 황명을 어긴 약희가 10년 동안 모진 고생을 하는 것과는 확연히 다르다. 야속하긴 하나, 황자들이 왜 그렇게까지 황위에 집착하는지를 알게 된다면, 독자 역시 수긍하리라. 신선함과 동시에 비극적인 전개를 낳는 이 설정은 보보경심이 다른 소설과 구별되는 특징이기도 하다. 

중국 내에서만 120만 부의 판매고를 기록한 『보보경심』은 한국에도 팬들이 있다. 지난해 6월 작가 동화가 내한해, 독자와의 만남을 가진 것이다. 이는 『보보경심』이 국경을 막론하고 통용되는 스토리라는 것을 증명한다. 극 중에서 4황자 윤진이 약희에게 선물한 목란 비녀를 사러 중국 여행까지 가는 독자들이 적지 않다는 후문이다. 이미 검증받은 수준급 역사 로맨스 웹 소설 『보보경심』, 보길 잘했다는 만족감을 선사해줄 것이다.    

3) 시간이 미끄러진다는 뜻으로, 타임머신과 같은 기계를 이용하지 않고 과거와 미래를 오가는 것을 이야기한다.


 
기원을 찾아서

앞서 언급한 세 스토리에 구미가 당긴 사람이라면, 웹소설 역시 조금은 궁금해졌으리라. 웹소설은 리메이크 된 소수의 작품만 읽어보기엔 아까울 정도로, 판타지·로맨스·무협 등 여러 장르의 수작들이 즐비해있다.  

웹 소설의 족보를 살펴보다 보면 인생 작품을 만나게 될 지도 모른다. 입문 시리즈에서는 레전드라 평가받는 1세대 판타지 소설들을 조금씩 맛 볼 수 있다. 차세대 한류로 촉망받는 이야기 산업의 흥망성쇠를 지켜볼 수 있는 시간도 될 것이다. 일단 웹 소설의 시초인 PC통신문학으로 시간 여행을 떠나보자.

(이미지: 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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