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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된 무협소설! <칼 끝에 천하를 묻다> 리뷰

등록일2017.04.06 12:45 조회수3667



모든 상황이 그에게 불리하다. 바로 코앞에는 강호에서 유명한 해적집단 ‘해무궁’의 고수 백여 명, 그 뒤에 매복한 삼백의 무림인까지. 게다가 장소는 피할 길 없는 비좁은 골짜기에, 지켜야 할 여인도 있다. 400대 1인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살아남을 구멍이 있을까? 여기서 당신에게 던지는 반전 두 개. 하나, 이 상황은 그가 연출한 그림이라는 것. 둘, ‘그’의 정체는 능히 천하를 제패할 싸움꾼, 적산이라는 것! 


선공으로 중심을 무너뜨리고, 난타로 혼을 빼놓은 다음, 금나수로 사지를 부러뜨린다.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눈 깜짝할 사이에 상대의 사지를 부러뜨려 버리는, 지극히 실전적이고도 파괴적인 무예


적산의 무공은 영화 『아저씨』 원빈의 액션을 방불케 한다. 마일국(오늘날의 필리핀)을 비롯한 이국의 사원에서 배운 무예는 오로지 생존을 최우선으로 하기에, 겉멋을 부리지 않는다. 급물살과 같은 적산의 몸짓은, 그를 향해 좌우에서 달려든 두 사내가 서로의 몸을 찌르게 할 정도로 빠르고 경쾌하다. 뼈부터 부러뜨리는 방식이 잔인하긴 하나, 숨통까진 끊지 않는 자비를 베푸는 면모도 있다. 강자만이 소유할 수 있는 여유로움은 적산을 한층 더 멋져보이게 한다. 거기에다 이 남자, 말빨도 죽인다. 


(이미지: 드라마 '소오강호')


매 순간마다 다수의 적이 덮치는 불리한 상황이 곧 적산의 명대사 타임이다. 가령 해무궁의 고수 한 놈이 폼 잡으며 여인이 만든 주먹밥을 발로 차는 순간, 적산은 전광석화같이 놈의 사지를 부러뜨린 후 한 마디 내뱉는다. 


X발놈이...


이보다 더 섹시하고 명쾌한 마침표가 있으랴. 적산의 촌철살인은 곧 숨어있는 적에게 던지는 경고이자, 게임을 자신이 주도하게끔 만드는 무기다. 


“아무리 그래도 400대 1을 어떻게 해결해?” 라고 물으신다면, 적산이 쓴 전략을 먼저 들어보시라. 손자병법의 36계 중 35계인 연환계는 불리한 상황에서 여러 계책을 연결하여 실행해, 상대의 우세를 꺾고 역전을 도모하는 것이다. 일단 해무궁이 원하는 지도를 넘긴다. 그 지도에는 절세 무공의 비급이 숨겨진 동굴의 위치가 표시돼 있다. 




해무궁 궁주는 수하 몇을 동굴에 보낸 후 적산과 그의 일행인 해무궁 전 궁주의 손녀 조연려를 죽이려 하나, 동굴에 갔던 수하가 돌아와 일이 생겼다고 고한다. 알고 보니 동굴 속에는 다른 길로 통하는 비밀 통로가 있다는 것! 그리고 동굴로 간 부하들 중 고수인 흑야가 보이지 않는다고. 


자연스레 궁주는 흑야를 의심하게 됐고, 이는 적산이 의도한 분열이었다. 이미 적산과 연려는 비밀통로의 존재를 알았기 때문에, 동굴에 설치한 부비트랩으로 궁주의 수하들이 흩어지게 만든 것이다. 그 후 적산의 친우인 독사가 흑야로 위장하고 도주하자, 비급에 눈이 뒤집힌 해무궁 궁주가 부리나케 동굴로 달려갔다는 전말이다. 


해무궁 다음은 삼백의 무림인을 상대해야 한다. 여기서 적산은 이이제이(以夷制夷)를 쓴다. 해무궁이 적산에게 보물이 있다는 소문을 낸 것을 역이용해, 해무궁 궁주가 금귀(金龜)의 내단을 홀라당 가져갔다고 말한다. 금귀의 내단이야말로 내공을 증진시켜주는 귀물인데, 무림인들은 구경도 못하고 해무궁에 이용만 당한 셈이다. 분노한 삼백의 무림인들이 해무궁을 없애러 달려 나간 것은 두말 할 것도 없다.


(이미지: 드라마 '소오강호')


해무궁이 만금을 줄 테니 조연려를 내놓으라고 해도 쿨하게 거절하는 남자. 자기 때문에 적산을 곤란하게 했다고 자책하는 조연려에게 “내가 아니라 그들이 목숨을 걸어야 해. 내게서 당신을 빼앗으려면.”이라는 명대사를 날려 심장어택하는 남자. 이 매력덩어리 주인공 캐릭터의 칼끝에 천하는 어떻게 반응할까? 


불리한 1대 다 싸움을 매번 재미있고 개연성 있게 풀어내는 작가의 필력도 좋다. 오프닝을 장식한 선상 살인사건은 일순 무협이 아닌 추리극을 보는 듯한 느낌을 들게 했다. 단순히 무공을 배우고 싸우는 게 아닌, 입체적인 전개를 펼치리라 기대하는 바다. 


회귀 무협물에 질렸고, 의와 도에 치중해 고구마 백 개를 먹은 것 같은 답답함을 주는 협객(곽정이라고는 안했다)에 질린 당신에게, 『칼끝에 천하를 묻다』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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