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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선실세와 맞짱 뜬 무당 이야기! <특허받은 무당왕> 리뷰

등록일2017.04.12 09:44 조회수3059


[출처 = SNS]


박근혜가 탄핵되기 전, ‘검찰에 출두한 최순실은 가짜다!’라는 음모론이 횡행했더랬다. ‘나무자비조화불’이란 정체불명의 주문을 읊은 최태민의 사이비 교주 이력 때문에, 그의 딸인 최순실은 외신에 무당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이런 와중에 무당이 대권 주자를 대통령으로 만드는 웹소설에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니, 그게 바로 『특허받은 무당왕』이다.



검찰에 출두한 비선실세는 가짜였다. 공항의 검색대를 통과할 수 있었던 비법은 손가락 지문 이식 수술. 진짜는 유럽에서 숨죽인 채, ‘이 또한 지나가리라’를 되뇌고 있었다. 간 큰 사기극에 모두 속아 넘어갈 무렵, 이를 지켜보던 박수무당 하나가 진실을 밝혀낸다. 결국 ‘걸음아 날 살려라’하고 도망치던 가짜는 교통사고로, 이를 보고 받은 진짜는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아, 이것은 『특허받은 무당왕』에서 최순실을 모델로 한 ‘박순길’의 최후다.

사실 『특허받은 무당왕』의 주인공인 박수무당 미류는 최순실과 전혀 닮지 않았다. 미류는 재벌들에겐 억 소리 나는 복채를 받지만, 가난한 이들에겐 단돈 만 원 혹은 아예 공짜로 점을 봐준다. 이명박을 모델로 한 서울시장의 측근이긴 하지만, 최순실처럼 호가호위하진 않는다. 미류가 권력층과 가깝게 지내는 이유는 오직 하나다. 무속을 천대하는 세상의 인식을 바꾸는 것! 무교를 불교, 기독교 못지않은 국민적 종교로 인정받게 하겠다는 일념뿐이다.

“눈을 감아보세요.” 손을 들자 소맷자락과 손의 궤적을 따라 아슴푸레한 빛이 흘러내렸다. 아이 엄마는 그 빛을 보며 눈을 감았다. 아이 엄마의 정수리에 돌고 있는 전생륜을 세웠다. (중략) 잠시 멈추었던 전생이 다시 그림을 이어갔다. 조선 시대였다. 평범한 기와집이었다.



[출처 = MBC TV특종 놀라운 세상]


스타들이 전생 체험을 하던 옛날 방송을 기억하는가. 최면술의 권위자인 ‘레드 썬’ 박사님 뺨치는 실력자가 바로 미류다. 『특허받은 무당왕』의 시작은 여느 회귀물 판타지와 비슷하다. 성공은커녕 쪽박만 찬 미류는 죽음을 택하지만, 그를 가엽게 여긴 신의 가호로 인생역전의 기회를 얻게 된다. 단, 이 神이 보통 신이 아니다. 미류에게 인간의 운과 전생을 볼 수 있는 능력을 안겨준 ‘전생신’인 것!


[가정운 中上 58%] [건강운 上下 66%] [재물운 上下 68%] 

[학벌운 中下 48%] [애정운 上下 69%]


게임 캐릭터의 능력치를 보여주는 창 마냥, 미류의 눈에는 인간의 여러 운이 적힌 창들이 보인다. 거기에 보너스로, 그 사람이 가진 문제의 원인까지 한자로 나타난다. 가령 아들 문제로 미류를 찾아온 손님의 머리 위에는 子가 둥둥 떠다닌다. 수치가 문제의 원인을 알려준다면, 전생체험은 해결방법을 찾는 실마리다. 조선시대에 똥 푸는 천민이었던 전생을 체험한 기업인이 새로운 사업 아이템으로 유산균을 정하는, 다소 웃긴 에피소드도 나온다.



[출처 = MBN 뉴스]


다만 과유불급에는 실패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예언 소설’로 주목받자, 작가는 무리하게 최순실 사건 관련 보도, 가십들을 작품에 집어넣었다. 인신공양설, 고산병 치료제 비아그라를 언급하더니, 설상가상으로 ‘진짜 배후설’을 적극 차용해 최종보스인 최면술사까지 등장시키기도.

소설은 우린다고 해서 곰탕처럼 맛이 깊어지진 않는다. 오히려 기시감은 늘고 긴장감은 줄어들 뿐이다. 박순길의 죽음을 끝으로 최순실 사건을 언급하지 않았다면, 그야말로 깔끔한 마무리가 아니었을까.

미류를 향해 폭풍 돌진 하던 경비조들, 박살 난 청동상을 바라보더니 걸음을 멈췄다. “…!” 그들의 눈이 뒤집히는 게 보였다. 박살 난 청동상 안, 그 안에서 드러난 건 시체였다. 석고에 묻혀 있던 사체가 미라처럼 참혹한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출처 = 영화 <박수건달>]

그러나 수많은 인물들의 전생을 다채롭게 꾸며내고, 악령을 퇴마하는 장면들은 앞서 언급한 단점을 상쇄하고도 남는다. 미류의 매력은 발로 뛰는 무당이라는 점이다. 아니 무당보다는 신기로 사건을 해결하는 탐정에 가깝다.


버젓이 살아있는 첫사랑과 명혼식을 올리기 위해 99명의 귀신을 결집시킨 소년 귀신 사건, 거슬리는 여자 신도들을 청동 석고상으로 만든 사이비 교주 사건, 자신을 살해한 친구의 아들로 환생한 남자 사건 등 미스터리 냄새를 물씬 풍기는 에피소드들이 등장한다. 흔치않은 오컬트 미스터리 판타지를 탐독할 기회다.

단, 부작용이 하나 있으니 주의하라. 이전까지 당신이 접했던 사주나 점이 못마땅할 것이며, 앞으로 어떤 무당을 만나더라도 성에 차지 않으리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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