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연합뉴스) 정주원 기자 = 전 세계 아이들을 열광시킨 '개구쟁이 스머프'가 3D 극장판 애니메이션으로 돌아왔습니다.
'스머프: 비밀의 숲'은 소니 픽쳐스의 스머프 리부트 시리즈 중 세 번째 작품으로 화려한 영상미를 자랑합니다.

파란 피부의 '스머프'는 순하고 아이 같은 마음의 난쟁이 종족입니다. 스머프들은 자유로운 심성을 가졌지만, 마을을 떠나는 법이 없습니다. 악한 연금술사 '가가멜'이 스머프들을 잡아다 흑마법의 재료로 삼으려고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느 날 가가멜은 '비밀의 숲'안에 세간에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스머프 마을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돼 사냥에 나섭니다. 우연히 가가멜의 음모를 알게 된 네 명의 스머프 역시 표적이 된 마을을 돕기 위해 비밀의 숲으로 향합니다.

기존의 콘셉트와 캐릭터를 가져다 새로운 이야기를 만드는 '리부트' 시리즈의 최고 관건은 변화의 수위 조절입니다. 특히 최근 '미녀와 야수', '파워레인져스: 더 비기닝' 등 20세기 명작의 리부트가 극장가로 몰리면서 관객과 제작진 모두 변화의 수위에 민감해진 상태입니다. 256부작 TV 만화영화 '개구쟁이 스머프'를 보며 자란 국내 팬들 역시 마찬가지이겠지요.
그런 점에서 볼 때, 소니 픽쳐스가 4년 만에 내놓은 신작 스머프는 그 어느 20세기 원작의 리부트물보다도 원작에 충실해 보입니다. 먼저 전작 두 편을 연출한 라자 고스넬 감독 대신 '슈렉2'의 애스버리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습니다.

애스버리 감독은 '페요의 원작보다 뛰어난 스머프 영화는 없다'고 주장할 만큼 보수적인 팬입니다.
작품의 모든 요소를 피에르 컬리포드(필명 '페요')의 원작 연재만화 그대로 옮기되, 3D의 꽃인 영상미를 위한 최소한의 디테일만을 추가한 것으로 보입니다. 버섯 집과 풀 한 포기마저 원색과 곡선을 살린 디자인으로, 친숙한 느낌을 줍니다. 심지어 페요가 대충 펜으로 그은듯한 '스머페트'의 속눈썹 세 가닥도 굵기와 곡선을 살려 재현해 냈을 정도입니다.

페요의 독일식 표현주의 성향 역시 신작에 충분히 반영됐습니다. 페요의 원작 만화대로 애니메이션 속 스머프 마을을 곡선과 밝은 조명으로, 악당인 가가멜의 성은 각진 선과 어두운 조명으로 연출해 거주자의 성격을 부각했습니다.
심지어 원작에 없던 새로운 유닛의 디자인에서조차 1992년 타계한 페요의 그림자가 보입니다.

프로덕션 디자이너 노엘 트리아우레는 어릴 때부터 스머프 원작 만화의 팬이었다고 하지요. 영화의 모든 요소가 '페요가 직접 디자인 한처럼' 만들기 위해 애썼다고 합니다.
이러한 노력은 새로운 공간인 '비밀의 숲'과 그곳에 자생하는 동·식물군의 디자인에 여실히 드러납니다. 원작에 없는 캐릭터인 '야광 토끼'와 '가제트 벌레' 역시 페요의 원작 만화의 형태와 스타일을 참고해서 '페요가 살아있었다면 디자인했을 모양대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원작에 충실한 리부트는 안정적인 스토리와 검증된 콘셉트가 보장돼 있지요. 하지만 스머프처럼 탄생한 지 60년이 되어가는 작품은 변화가 너무 부족해도 현대 관객의 눈높이를 따라가기 어렵습니다.
2011년, 2013년의 두 전작 '개구쟁이 스머프1'과 '개구쟁이 스머프2'는 외적인 변화의 폭이 너무 컸기 때문에 팬들의 외면을 받았습니다. 실사와 3D 애니메이션을 섞은 하이브리드 형식도 그렇고, 차원 이동을 통해 스머프들이 뉴욕과 파리를 누빈다는 새로운 스토리 역시 팬들의 수용 가능성을 넘어섰습니다. 숲 속 전원풍인 스머프 세계관의 본질을 바꾸려고 했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신작 '스머프: 비밀의 숲'은 현대 관객을 열광시키기에는 다소 밋밋한 감이 없지 않습니다.
스머프 세계관의 최상위 주제의식은 언제나 '화합'입니다. 그렇기에 스토리 전개의 원동력은 구성원인 스머프 간의 '갈등'이 되어야 합니다.
여성 스머프인 '스머페트'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만큼, 스머페트가 스머프 종족으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하지 못해 겪게 되는 성장통이 발화점이 되면서 긴장이 고조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극 중 스머페트는 '난 누구일까'하는 호기심 정도로만 갈등을 표현합니다. 갈등의 수위가 약한 만큼 극의 무게가 감소해 버린 것이지요.
탈출, 뗏목 경주, 새로운 스머프 종족의 출현만으로는 갈등의 화력이 부족한 느낌입니다.
다만 남성 스머프들 대신 여성 스머프 '스머페트'의 관점에서 스토리를 전개해 나간 점은 분명 새롭습니다.

'스머프: 비밀의 숲'의 뛰어난 영상미와 원작을 향한 노스탤지어 외에, 신나는 뮤지컬 신이 눈과 귀를 사로잡습니다. 스머프 원정대가 비밀의 숲에 들어가면서 새로운 풍경을 중심으로 마치 스머프 디스코텍 같은 향연이 펼쳐집니다.
20세기 명작인 스머프에 대한 대중의 이해도가 어느 정도 있어서, '라라랜드'처럼 아예 극의 시작부터 뮤지컬로 강한 임팩트를 주었어도 좋았을 것 같습니다. 28일 개봉.

jwc@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7/04/20 13:44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