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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그 속도의 미학. 웹소설 독해법(2)

등록일2017.04.21 09:47 조회수2123


웹소설계의 셰익스피어가 탄생했다고 해 보자. 그럼 어떤 문장을 구사할까? 아름답고 유려한 문장이 오래도록 입을 맴도는 깊이를 보여줄까? 아니면 정말 한국말이라는 것이 이렇게 아름다운 것이구나, 하고 느낄 정도로 독특한 감성의 자기 언어를 구사할까?


글쎄. 필자는 웹소설계의 셰익스피어는 최대한 ‘경제적인 문장’의 미학을 설파하는 사람이 아닐까 싶다. 오히려 과거의 셰익스피어가 웹소설을 쓴다면 처참하게 망하지 않을까?

2015년, 동아일보에는 「똑 똑 똑... 순문학 작가들 장르문학 문을 두드리다」라는 기사가 실렸다. 웹소설이 각광을 받자 각종 순문학 작가들까지도 강연장을 찾아서 흥미를 기울인다는 내용의 기사였다.

이 기사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기사 말미에 추가된 웹소설 작가와 전자책 출판사 관계자들이 밝힌 웹소설 쓰기 10계명이다.

웹소설 작가와 전자책 출판사 관계자들이 밝힌 웹소설 쓰기 10계명

1. 독자가 모바일 기기로 소설을 본다는 사실을 절대 잊지 마라.
2. 문장은 최대한 짧게 써라.
3. 문단 개념을 잊어라.
4. 한 문장마다 줄을 바꾸고, 한 줄을 띄어 써라.
5. 이야기는 서사 대신 대화 형식으로 진행해라.
6. 영화 시나리오와 유사하게 써라.
7. 독자들은 화면을 내렸다가 다시 위로 올리는 걸 귀찮아한다는 걸 명심하라.
8. 스토리는 시간 순으로 전개하고 문장은 이미지가 떠오르게 구성하라.
9. 한 회는 5500자면 족하다. 단, 한 회 분량 내에서도 기승전결을 갖춰라.
10. 드라마처럼 마지막 부분에는 다음 회가 궁금하도록 끝내라.

이 10계명은 단순히 웹소설 문장의 창작 조언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웹소설이라는 장르의 특징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말이다.

그 첫 번째, 독자들이 모바일 기기로 소설을 본다는 사실을 절대 잊지 말라는 것. 이것이 웹소설이라는 장르의 문장을, 그리고 구성과 성격을 완전히 뒤바꾸어 놓는다.

단순히 모바일 기기로 서비스가 될 뿐인데 왜? 옛날 인터넷 연재소설도 글이 짧고 엔터를 많이 치는 등 웹적인 특성을 보여주잖아? 하고 반문할지도 모른다.

물론 통신 시절 천리안, 나우누리, 하이텔 같은 접속통신을 바탕으로 연재되던 글의 시기가 있긴 했다. 단순히 그 파란 모니터의 화면이 모바일 기기로 바뀌었을 뿐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매체의 변화는 단순히 서비스되는 기계가 변화했음을 의미하지 않는다.

데스크탑 PC는 자신만의 공간, 집 또는 방에 존재했고 그곳에 앉아 독서하는 시간은 오로지 나만의 내밀한 공간에서 쉽게 몰입의 정도를 조절하며 독서를 진행했다.

또한 그렇게 독서하는 글은 최종적으로 소비되는 완성본이 아니었다. 인터넷 소설은 가본이었으며 본격적인 소비시장은 어디까지나 PC연재가 끝난 후 출판된 책으로 형성되었다.


스마트폰을 갖고 다니는 사람들은 나만의 독서 공간이 아닌 바깥에서 비어있는 시간을 채우며 ‘광장’ 속에서 얼마든지 글을 소비할 수 있게 되었다.

지하철을 이동하면서, 또는 업무 중간에, 잠시 짧은 길을 걸어갈 때, 수업 중간에, 밥을 먹거나 술 마시다가 잠깐 화장실을 오가면서. 그렇게 웹소설은 빠른 속도로 소비된다. 그러다보니 유려한, 아름답고 오래도록 고심해야 하는 문장들은 웹소설에서 오히려 힘을 잃는다.

사실 우리가 흔히 ‘클리셰’라고 부르는 장르 문법 역시 서로가 단어에 얽혀있는 약속을 잘 알고 있는 만큼 경제적으로 독서를 하고 소비를 하자는 전략 아닌가. 단어 하나를 열심히 설명하고 묘사할 시간에 스킵, 스킵, 스킵하고 사건으로 바로 들어가 주면 얼마나 깔끔한가.

웹소설에서는 과거 판타지 소설 독자라면 이해하기 힘든 해프닝도 벌어진다. 바로 전투씬의 스킵이다. 옛날의 판타지 소설은 100명의 적과 대치하는 장면에서 비장한 대사를 외치며 화려한 액션씬을 뿌려댔다. 전투씬은 판타지 소설의 꽃이었으며, 전투씬의 묘사력이 필력의 척도로 여겨지기 일쑤였다. 하지만 요새는

100:1의 싸움이 시작되었다.

*

후. 힘든 싸움이었다.


위와 같이 전투씬이 완전히 생략되어버리는 상황도 종종 나타난다. 독자들이 소비하는 문장들은 빠르게 맥락을 파악할 정도의 최소한이면 충분한 것이다.

필자는 이러한 문장을 ‘사이렌식 문장’이라고 부른다. 응급 사이렌이 울릴 때 사이렌을 구성하는 빨간 불빛, 또는 파란 불빛 하나하나는 별 의미가 없다. 그러나 이러한 불빛이 연속적으로 계속 교차되어서 비칠 때, 우리는 그 상황이 ‘긴급한 상황’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즉, 웹소설의 문장이라는 것은 상황과 맥락만 명확하게 전달하면 충분하다는 말이다. 이러한 특징을 극대화 하면 ‘웹소설을 잘 쓴다’, ‘필력있는 작가다’, ‘좋은 문장이다’ 같은 말을 듣는다.

이러한 기준이 일반적인 ‘책’의 독서에 익숙했던 사람이라면 낯설 수 있다. 그들이 보기엔 이러한 웹소설 문장들이 이상하고 안 좋은 문장 같아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문장 또한 나름의 영역에서 고민하며 갈고 닦은 것이다. 이러한 부분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좋은 문장이 무엇인지 보여주마!” 하고 달려들었다가는 웹소설 시장에서 실망스러운 결과를 거두기 십상이다.

어차피 집중해서 읽는 글이 아니라면, 그리고 훑어서 읽는 글이라면 글의 디테일에 너무 몰입해서 세밀하게 독서하려 하지 마라. 그냥 사건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그 앞뒤의 이야기들이 어떻게 해결되는지 즐기면서 읽어라.

그렇게 읽어나가기에도 매일 올라오고 빠른 속도로 전개되는 사건들을 소비하는 것이 벅찬 웹소설이니까.

(3편에 계속)


마루

웹소설을 읽고, 쓰고, 공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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