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연합뉴스) 장주영 기자 = "오늘은 어떤 옷을 입지?"
옷장에 옷은 많지만, 아침마다 입을 옷이 없다고 느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고민하다 보면 시간은 금세 지나간다. '패알못'(패션을 알지 못하는 사람)을 벗어나고자 전문 스타일리스트의 조언을 받자니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든다. 잡지나 인터넷을 보고 눈썰미를 키워보려고 해도 왠지 나와는 안 맞는 전문 모델들만의 리그라는 자괴감도 든다.

26일(현지시간) 세계 최대 인터넷서점이자 종합 쇼핑몰인 미국의 아마존이 '에코 룩(Echo Look)'이라는 인공지능(AI) 스피커를 내놓았다. 에코 룩은 내가 입은 옷을 찍는 순간, 나의 머리부터 발끝, 앞뒤 모습까지 면밀히 분석해 내게 맞는 최적의 옷을 추천해준다.
기존 AI 스피커 '에코'에 카메라를 추가한 제품이다. 에코 룩은 LED 조명과 깊이 감지 카메라를 탑재하고 있어 전신 촬영이 가능하다. 사진을 찍을 때 배경을 흐릿하게 처리하는 아웃포커스 기능이 탑재돼 있어 인물에게 초점을 잘 맞춘다.

추천은 아마존의 머신 러닝(machine learning, 기계 학습) 알고리즘과 패션 전문가들의 조언이 결합해 만들어진다. 그날의 날씨가 자동으로 연동돼 추천에 반영된다. 내가 입었던 옷들의 목록도 자동으로 저장돼 이를 바탕으로 의상을 제안하기도 한다.
이동성도 좋아 보인다. 에코 룩은 벽에 부착하거나 탁자 위에 세워서 사용할 수도 있다. 밤에는 은은한 LED 조명으로 사용할 수 있다. 국내에 판매되는 인공지능 스피커 SK텔레콤의 '누구(NUGU)'나 KT의 '기가지니'처럼 아마존 '에코'는 마이크와 스피커만 내장돼 있다. 사람으로 비유하자면 기존 모델인 에코는 귀와 입만 가지고 있어서 볼 수가 없었다면, 카메라가 추가된 에코 룩은 눈, 코, 입 모두를 갖춘 AI 비서로 진화한 듯 보인다.

AI 스타일리스트 비서가 아침마다 내 옷을 골라준다면 사용자 입장에서 꽤 편리할 것 같다. 무엇보다 바쁜 아침 시간을 아껴줄 수 있다는 것은 분명한 장점으로 생각된다. 제품을 개발한 아마존은 또 다른 노림수가 있는 듯 보인다. 에코 룩이 추천한 패션 상품들은 아마존 웹사이트와 연동돼 판매량이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와 아마존 모두 윈윈(win-win)할 수 있는 제품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다만, 에코 룩의 동영상 기능에 '항상 켜짐'(always on) 항목이 추가되면서 카메라가 해킹될 경우 사용자의 일거수일투족이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제품 가격은 199.99달러로 우리 돈으로 약 22만원. 기존 에코(179.99달러)보다 20달러 정도가 비싸진 것이 부담일 수 있지만, 패션에 관심이 많은 소비자라면 기꺼이 지불할 수 있는 금액이다. 제품에 관한 좀 더 자세한 내용은 영상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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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7/04/27 17:48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