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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연기 속에서 등장한 거대한 귀신은 바로

등록일2017.05.12 18:00 조회수4113


아무도 없는 새벽 거리, 갑자기 저 멀리에서 “끼이이이익”하는 괴상한 소리와 함께 하얀 연기가 나를 덮쳐오기 시작한다. 연기 속에서 등장한 것은 바로 롤스로이스.



내 눈에는 거대한 파르테논 신전 위에 서 있는 여신이 보였다. 선두에는 환희의 여신이 날개를 펼치고 있었지만 몸은 온통 검게 칠한 악마와 같았다. 이 차의이름은 '롤스로이스 실버 새도우'. 정체 모를 하얀 연기와 굉음은 타이어가 일으킨 연기와 마찰음이었다.

롤스로이스는 귀신처럼 정중한 자태로 조용하게 다가오고 슬며시 사라진다. 그래서 차 이름조차 팬텀, 레이스, 고스트 등 같은 귀신 이름을 따서 붙인다. 그런데 타이어가 타서 나는 연기와 굉음이라니,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인 롤스로이스다.





이 차는 영국 자동차 튜닝업체 '프린드빌 PLC(Prindiville PLC)'이 제작했다. 프린드빌은 조용하고 고풍 있는 롤스로이스 이미지를 완전히 깨고 드리프트 전용 롤스로이스를 제작했다. 대상이 된 차는 1979년식 롤스로이스 실버 새도우 2.

그들은 황혼기마저 한참 지난 차를 거친 드리프트 전장으로 내몰기 위해 변신시켰다. 다 죽어가는 마린에 스팀팩을 놓은 느낌?


실버 새도우는 롤스로이스 상징인 환희의 여신을 제외한 모든 거추장스러운 장식물을 제거했다. 차체는 무광 검은색으로 칠하고 거대한 오버 펜더 아래에는 광폭 타이어를 달았다.

휠과 타이어도 화려한 크롬 휠이 아닌 검은색 휠로 장식해 블랙 코드에 충실했다. 얼핏 봐서는 절대 롤스로이스라는 느낌이 들지 않을 정도.





겉모습과 달리 실내는 고급스러움이 넘쳐 흐른다. 내부 전체를 감싼 진한 빨간색 가죽은 다이아몬드 무늬로 채워졌고, 푹신했던 시트는 드리프트 할 때마다 좌우로 흔들리는 몸을 꽉 잡아줄 버킷 시트로 대체했다.




드리프트에 반드시 필요한 사이드 브레이크는 알루미늄 합금으로 제작됐다. 롤스로이스답게 환희의 여신을 깎아 넣어 범상치 않은 기운을 내뿜는다.

여기저기 화려한 장식과 달리, 한가지 아쉬운 점은 바로 너무나도 평범한 타이어 공기압 체크기다.고급스러운 실내와는 영 어울리지 않는다.

파워트레인은 손대지 않았다. 6.7리터 V8 가솔린 엔진이 그대로 들어가 있으며, 연식이 연식인지라 고작 최고출력 189마력정도만 뿜어낸다. 단, 40여년 전에 활약하던 차임을 잊으면 안된다.

드리프트 전용 실버새도우를 만들기 위한 금액은 약 1억 5천만 원을 지불해야한다.튜닝만 하는 가격이다. 게다가 주문자가 직접 실버새도우를 준비해야 한다. 1976년식 롤스로이스 실버새도우는 영국 중고차 시장에서 약 3,000만 원 대에 팔린다.

이미지: 프린드빌 PLC, 롤스로이스

김도훈 tneksmssj@carlab.co.kr

신동빈 everybody-comeon@carla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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