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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회사를 나와 '일식 주방장'이 되다.

등록일2017.07.17 12:31 조회수2580

프랑스나 일본 등 평균 수명이 높은 나라들을 살펴보면 먹을 거리가 풍부한 곳들이 많습니다. 말그대로 ‘음식이 보약’인 셈이죠. 드넓은 평야와 바다, 햇빛이 잘 드는 지면까지 제철재료가 자라나기에 충분한 조건들을 갖췄습니다.


사실 신선한 재료로 요리한 음식은 자극적인 조미료나 양념을 가하지 않고도 그 본연의 맛 자체로 충분히 매력적입니다. 그래서 평균수명이 높은 나라들일수록 미식의 나라라고 소문난 곳들이 많은 것이죠.


그 중에서도 일본은 재철재료를 이용한 친자연적인 요리를 선도하는 나라로, 오늘은 일본 가이세키 요리 전문점인 ‘하카타셉템버’를 소개할까합니다.


인터뷰에는 하카타셉템버의 대표님이시자 오너 셰프로 자리하고 계신 ‘김영민’ 셰프님이 응해주셨습니다. 먼나라 이웃나라 ‘일본’ 편을 보는 듯 음식의 역사와 재료의 궁합까지 술술 풀어내시던 셰프님을 만나보겠습니다.





하카타셉템버



하카타 셉템버 매장 전경


Q. 하카타셉템버에 대해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A. 하카타셉템버는 일본의 전통 요리인 ‘가이세키’ 요리를 선보이는 곳입니다. 가이세키 요리는 일본의 귀족문화에서 나온 연회요리로, 다섯가지 요리법(날 요리, 찜요리, 굽는 요리, 튀김 요리, 조림 요리)과 다섯가지 색, 다섯가지 맛을 이용해 만들어내는 코스요리를 의미합니다.


4月의 주제는 벚꽃으로 식당 문을 열고 벌써 61번째 ‘이 달의 요리’네요.


Q. 셰프님의 이력이 독특하시던데, 어떤 계기로 회사를 그만두게 되셨나요?


A. 이 질문은 인터뷰를 청하시는 분들의 공식 질문인거 같아요. 5년 전 식당을 처음 시작했을 때부터 나온 질문인데요, 저는 15~16년 동안 IT 회사를 다니다가 그만뒀어요. 원래 요리를 좋아해서 취미로 배우고, 만들고, 시간만 나면 요리를 했죠.


그러다 우연한 기회로 요리강사를 하게 되었는데, 수업에 쓰일 요리 재료들을 준비하다가 문득 깨달았죠. 고기나 야채와 달리 생선은 전문적으로 손질해 주시는 분들이 많지 않다는 것을요. 그렇게 생선 손질 법을 배우다가 나카무라 1기 전문가 과정을 밟았고, 그 후 일본에서 1년정도 유학하고는 한국으로 돌아와 식당을 열었어요.





주방사관학교 



Q. 셰프님 이력을 들어보면 주방 식구들과의 관계도 독특할 것 같아요.


A. 저희들끼리는 농담삼아 저희 주방을 ‘사관학교’라고 불러요. 요리업계 자체가 워낙 이직률이 높은 편인데, 저는 처음 가게 오픈했던 멤버들 중 아직도 함께하는 친구들이 많거든요. 그나마 막내들은 10명이 넘게 바뀌긴 했는데, 여기서 나가는 순간 확실히 진로를 결정하더라구요.


저희 가게가 맞지않아서 그만두는게 아니라 “아, 요리는 내 길이 아니구나”하고 다른 직업을 찾거나 아예 더 넓은 세상에서 공부하고 싶다고 떠나는 친구들로 딱 나뉘더라구요.


또 저는 일식 주방장치고는 경력이 많지 않은 편이라, 이렇게 저보다 높은 커리어의 주방스텝들과 함께 일을 하는게 마음도 더 든든하고 그래요.




Q. 아무래도 가정까지 있으신데, 새로운 도전을 한다니 주변의 반대나 시련은 없었나요?


A. 성격 자체가 하고싶은 건 꼭 해야하는 성격이에요. 20년 전에는 약간 성적에 맞춰 대학교를 가고, 취직해서 남들 다 하는 결혼하고, 가정을 꾸리는게 그냥 당연히 해야하는 것으로 여겨졌어요. 그래서 오히려 더 빨리 은퇴해야겠다고 생각했죠. 회사를 끝내고 이탈리아로 요리를 배우러 가야겠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러다 기회가 닿아 일본에 다녀와 가게를 오픈했는데, 안맞아서 후회할 것이라면 차라리 빨리 해보고 접는게 낫다고 생각했어요. 언제가는 아무리 늦은 나이가 된다고 해도 일본에 꼭 갈 것 같았거든요, 제가.


Q. 혹시 꿈을 이룬 지금 후회하는 것은 없으신가요?


A. 지금까지 삶을 살면서 확실한 건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살아야 후회가 없다는 거예요. 너무 다른 사람들 눈높이에 맞춰서 살면 남의 옷을 입은 것 같은 기분이 들더라고요.


인생에서 후회하지 않는 두 가지는 하카타셉템버를 연 것과 문신을 한 것 두가지예요.





메멘토 모리 



Q. 오, 문신도 하셨어요? 메멘토 모리?


A. 네. 이게 라틴어로 MEMORY 와 DEATH 라는 단어를 합친건데요. 로마시대에 장군이 승리하면 시가행진 끝에 노예가 꽃다발을 주면서 하는 말이라고 해요. 죽음을 잊지말고 살자는 의미인데, ‘지금 이 순간에 멈추지 말고 더 열심히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살아가자.’는 뜻이래요. 사람은 누구나 죽고, 오늘은 돌아오지 않으니까요.







Q. 많은 일본 요리들 중에서도 특별히 가이세키를 고집하는 이유가 있으신가요?


A. 제가 제일 닮고 싶은 은사님이 일본에서 그 요리를 하시는 이유도 물론 있지만, 가이세키 요리가 일본인의 자세를 제일 닮은 것 같다는 생각때문이기도해요. 하나의 요리에 생선을 잡고 농작물을 키운 사람들의 정성을 담아내는 것. 제철 재료들을 이용해 그 계절까지 온전히 느낄 수 있게 하는 것.


그렇게 요리 하나를 탄생시키기 위해 거쳐간 모든 사람들의 정성을 함께 느낄 수 있도록 담아내는 요리가 진정한 가이세키 요리라고 생각해요.


Q. 그치만 아무래도 한국에서 가이세키 요리라고 하면 쉽게 다가가기에 어려운 부분이 있으실텐데요.


A. 맞아요. 사실 제철 재료도 그렇지만 월별 재료를 구하기는 무척이나 힘이 들어요. 식재료의 다양성 문제도 있고, 그릇이나 소품 같은 것도 함께 바꿔야 하는데, 일본에서 구해온다고 해도 시간과 비용의 문제가 항상 따르거든요. 그리고 월별로 바뀌는 요리를 이해하지 못하는 손님들도 계세요.


그래서 저희 식당을 방문하시는 손님들의 반 이상 단골 고객님이죠. 아직은 음식을 통해서 철학을 공유하는 문화가 정착되지 않은 것 같아요. 제가 느끼는 가장 큰 아쉬움이죠.




하카타 셉템버 쉐프 '김영민'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신가요?

돈을 더 벌고 말고의 문제를 떠나, 들인 시간에 비해 가성비가 좋지 않은 비즈니스 모델이다 보니 운영상에 종종 어려움이 찾아올 때가 있어요. 몇번이고 그만 둬야 할 위기 상황이 오기도 했었죠. 그치만 다음 달에도 이 곳의 음식을 먹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고객들의 진심어린 한 마디와 하카타셉템버를 벤치마킹한 여러 가게들을 위해서라도 계속 노력해야겠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이런 음식 이야기를 함께 나눌 수 있는 손님들이 많아지기를, 음식에 대한 철학을 함께 공유할 수 있는 문화가 형성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요. 마지막으로 외식시장에서의 일본음식에 대한 긍정적인 기여도가 있었다는 자부심도 쭉 이어나가고 싶어요.



이 포스트는 식신 다이닝 카드 '우리 밥 먹고 살아요'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진행된 셰프 인터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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