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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도 다루지 않은 역사를 담대하게 불러내다"…영화 '군함도'

등록일2017.07.20 08:14 조회수789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올여름 최대 화제작 '군함도'가 19일 언론 시사회를 통해 베일을 벗었다.

그동안 스크린에서 한 번도 다뤄지지 않았던 일본강점기 군함도를 소재로 한 점, '베를린'(2013), '베테랑'(2015)을 흥행시킨 류승완 감독의 신작이라는 점, 황정민·소지섭·송중기 등 스타를 한데 모은 점, 그리고 약 250억원에 달하는 제작비 등으로 일찌감치 올여름 최고 기대주로 꼽혔던 작품이다.

이날 공개된 '군함도'는 그동안 한국영화에서 보기 힘들었던 비주얼과 큰 스케일로 눈길을 사로잡았다.

군함도는 일본 나가사키 현에서 18㎞ 떨어진 곳에 있는 하시마섬이다. 일본의 미쓰비시사가 19세기 후반부터 탄광사업을 벌이던 해저탄광 섬으로, 군함을 닮아 군함도로 불린다.

'군함도'는 일제강점기인 1945년, 이 섬에 강제징용된 조선인들이 목숨을 걸고 탈출하는 과정을 그렸다.

경성 반도호텔 악단장 강옥(황정민)과 그의 딸 소희(김수안), 종로 일대를 주름잡던 주먹 칠성(소지섭), 일제 치하에서 위안부 등 갖은 고초를 겪던 말련(이정현),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섬에 잠입한 광복군 요원 박무영(송중기) 등이 주요 인물이다.

초반부는 지옥 같은 군함도의 현실과 강제징용된 조선인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이 섬에 적응하는 과정에 초점을 맞춘다.

고개조차 제대로 들 수 없는 좁은 갱도에서 일하는 어린이들, 훈도시(일본 전통 남성속옷)만 입고 땀을 뻘뻘 흘리며 석탄을 나르는 조선인들, 그리고 가스 폭발 사고로 매몰되거나 죽는 이들의 모습이 생생하게 그려진다. 제작진은 군함도 실제 크기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대규모 세트를 지어 리얼리티를 살렸다. 이 때문에 관객들도 마치 그 섬과 갱도 안에 갇힌 듯 느껴진다.

아무리 생지옥이라도 각자 살아가는 방법은 있다. 강옥은 특유의 넉살과 수완으로 조선인과 일본인 사이를 오가며 실속을 챙긴다. 칠성은 주먹 하나로 군함도 내 조선인 사회를 '접수'하고, 말련과 소희는 특유의 강단으로 일본군에 맞선다.

영화의 하이라이트는 조선인들의 대탈출 장면이다.

일본은 전쟁에서 패색이 짙어지자, 군함도에서 저지른 만행을 증언하지 못하도록 조선인 말살 계획을 세운다.

이를 눈치챈 박무영의 지휘 아래 수백 명의 조선인은 목숨을 건 탈출 작전을 감행한다. 탈출 과정에서 발각된 조선인들은 일본군과 한바탕 전쟁을 치르는데,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못지않은 전쟁신이 펼쳐진다.

등장인물들의 갈등을 그려내는 방식도 흥미롭다. '군함도' 속 일본인은 그동안 숱한 일제강점기 영화 속에서 그려졌던 전형적인 악인 캐릭터와 별반 다르지 않다. 다만, 조선인끼리 '내분'에도 상당한 비중을 뒀다. 조선인을 괴롭히는 이도, 배신하는 이도 결국 조선인이다.

류승완 감독은 이날 시사회 후 간담회에서 "일본강점기 배경을 다룰 때 너무 쉬운 이분법의 방식으로 진영을 나눠 접근해, 관객을 자극하는 것은 오히려 왜곡하기 좋은 모양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류 감독은 이어 "현재 군함도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사실을 봐도, 우리 내부를 돌아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비판의 화살을 무조건 일본으로 돌릴 것이 아니라 지정될 당시 우리 외교부도 책임이 있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류 감독은 이 영화가 민족주의에 의존하거나, 지나치게 감성적으로 흐르는 것을 경계한 듯하다.

주인공들의 사연을 조금씩 넣긴 했지만, 비교적 건조한 시각으로 그린다.

캐릭터는 다양한데, 각각의 캐릭터는 평면적이고 전형적인 편이다. 이는 배우들의 연기력이 부족해서라기보다 한정된 시간에 다양한 배역을 넣은 데 따른 물리적 한계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히든카드' 격인 군함도 내 조선인 지도자 이경영의 캐릭터 역시 겉도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군함도와 탄광이라는 한정된 공간 속에서 이야기가 펼쳐지다 보니, 때로 연극이나 마당놀이의 한 장면처럼 보이기도 한다.

가장 아쉬운 대목은 이 영화가 가장 공을 들인 대탈출 장면에서 심장이 뜨거워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감정이 차곡차곡 쌓이지 않은 상태에서 감정을 끌어올리려 하기 때문이다.

조선인 노동자들이 하룻밤 만에 박무영의 지휘 아래 탈출 계획을 세우고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것에 대한 개연성은 차치하고서라도, 전반부의 건조한 톤과 달리 일본인과 조선인 간의 전투는 너무 비장하게 그린다.

'군함도'에서 가장 인상적인 캐릭터는 부녀로 나오는 황정민과 김수안이다. 가장 비중이 큰 황정민은 베테랑 배우답게 능수능란한 연기를 보여주며, '부산행'에서도 빼어난 연기를 선보였던 아역배우 김수안은 연기뿐만 아니라 노래와 춤까지 다재다능한 재능을 뽐내며 눈도장을 확실히 찍는다.

이 영화는 시작 전에 '역사적 사실에 영감을 받아'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분명히 밝힌다. 군함도와 조선인 강제노역의 역사는 사실이지만, 영화 속 캐릭터와 조선인 대탈출 사건은 지어낸 이야기다.

영화의 완성도를 떠나 아직도 진행 중인 역사를 스크린에 불러낸 류 감독의 용기는 분명 인정받아야 할 듯 보인다.

전찬일 영화평론가는 "'군함도'는 '암살', '밀정', '명량' 등 최근 만들어진 시대극뿐만 아니라 '베테랑'과 같은 현대물의 장점도 두루 잘 녹여냈다"면서 "부분적인 어색함은 있지만, 군함도라는 역사적 사실에 주눅이 들지 않고 거대 담론을 개인화하는 데까지 나아간 류승완 감독의 대담함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고 평했다.

fusionjc@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7/07/19 19:34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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