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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밤 지나면 밝은 아침"…전국 동지 팥죽 나눔 '풍성'

등록일2016.12.21 15:43 조회수665

(전국종합=연합뉴스) 21일은 1년 중 낮이 가장 짧고, 밤이 가장 긴 동지다.

21일 경남 거창군 가조면 사병리 소림사에서 동지를 맞아 신도들에게 팥죽을 나눠 주고 있다.

동지는 24절기 중 스물두 번째 절기로 태양이 적도 이남 23.5도의 동지선에 자리 잡고 있을 때다.

'겨울에 이른다'는 동지가 지나면 해가 노루 꼬리만큼 길어진다는 말이 전해져 내려온다.

예로부터 동짓날 신발 그림자가 가장 길어진다고 하여 이장(履長) 또는 해가 길어지기 시작한다고 해 장지(長至)라고도 불렸다.

우리 조상들은 동지가 지나면 점차 낮이 길어지기 때문에 태양이 부활한다고 믿어 아세(亞歲) 또는 '작은 설'이라고도 불러다.

동짓날 대표 음식은 팥죽이다.

(부산=연합뉴스) 김재홍 기자 = 20일 부산 부산진구 삼광사에서 신도들이 팥죽에 넣을 새알을 건조하고 있다.

동지 팥죽은 새알처럼 빚어 끓이는데 가족 나이 수 만큼 넣어 끓인다.

옛 역법에 따라 동지를 설로 지냈던 풍습이 남아 있어 '동지를 지나야 한 살 더 먹는다', '동지 팥죽을 먹어야 나이를 한 살 더 먹는다'는 말도 있다.

전남에서는 예부터 동짓날 찹쌀로 만든 새알을 넣어 동지 팥죽을 끓여 먹었다.

쌀알을 넣지 않는 대신 쌀가루를 넣어 되직하게 만드는 점이 특징이다.

전라도에서는 동지에 새알심을 넣은 팥죽만큼이나 얇게 밀어낸 칼국수 면발을 팥칼국수로 만들어 먹는 곳이 많다.

팥죽은 쌉쌀한 맛이 있는 데다 속이 쓰리기도 해 곁들여 먹는 음식도 함께 발전해왔다.

남도에서는 동치미의 일종인 싱건지를 팥죽과 함께 주로 먹는다.

무를 주재료로 맑은 물에 천일염을 넣어 추운 날씨에 숙성시킨 싱건지는 시원한 맛이 일품이다.

붉은 빛깔을 띤 팥은 예부터 잡귀를 쫓는 의미로 쓰였다.

동짓날 새벽 어머니들은 정성스레 쑨 동지 팥죽을 하얀 사기그릇에 담아 장독대에 올려놓고 정성스레 가족의 건강과 화목을 빌었다.

기도를 마친 뒤 붉은 팥죽 국물을 벽에다 뿌려 잡귀의 근접을 막고 온 가족이 둘러앉아 팥죽을 나눠 먹으면 동짓날의 의식은 끝이 났다.

동짓날 팥죽으로 새해 풍년을 점치던 풍습도 있다.

전남 신안군 지도읍 광정리 적거마을에서는 안방에 팥죽을 떠놓고 월점(月占)을 쳤다.

정월부터 섣달까지에 해당하는 팥죽 12그릇을 떠놓고 팥죽이 식은 모양을 보고 그달의 날씨를 점쳤다.

팥죽 표면에 금이 많이 생기면 가뭄이 들고, 매끄러운 상태면 비가 많이 올 것으로 예상했다.

전남 구례군 산동면 신학리 오향마을에서는 몇십 년 전까지만 해도 설보다 동지를 더 큰 명절로 여겨 일반 제사처럼 선영에 상을 잘 차렸다.

또 바가지로 동지 팥죽의 웃국물만 떠서 집안 곳곳에 골고루 뿌려 잡귀가 접근하지 못하도록 했다.

이애섭 광주시 무형문화재 제17호 남도의례의식장은 "겨울에 귀한 손님이 오시면 인절미를 석쇠에 구워 곱게 갈아 만든 팥죽에 넣어 다과와 함께 대접했다"며 "한 끼 식사라기보다는 가족의 건강을 빌며 전식이나 후식으로 주로 먹었던 음식"이라고 설명했다.

부산 금정구 금성동에서는 팥죽을 열두 그릇 떠 놓고 이듬해 각 달의 기후를 점치는데 팥죽의 표면이 많이 갈라진 그릇의 달에 비가 많이 온다고 봤다.

그런데 기장군 정관읍 용수리, 기장군 장안읍 오리 대룡마을에서는 많이 갈라지는 그릇에 해당하는 달에 가뭄이 든다고 반대로 생각했다.

해운대구에서는 팥죽이 굳어져 금이 갔을 때 물기가 고이면 이듬해 비가 많다고 여겼다.

(계룡=연합뉴스) 이재림 기자 = 동지인 21일 충남 계룡시 두계리 '팥거리'에 있는 한 팥죽 전문점에서 종업원이 팥죽을 그릇에 담아내고 있다. 팥거리로 유명한 이 지역은 조선 초 태조가 궁터를 조성하기 위해 동원한 장인과 승려들을 대상으로 주민들이 팥죽을 쑤어 팔던 곳으로 알려졌다. 2016.12.21

동지를 맞아 잊혀 가는 세시풍속을 되새겨보자는 취지로 이날 전국에서는 팥죽을 나누는 행사가 열렸다.

제주도 민속자연사박물관은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2시 30분까지 박물관 광장에서 동지 팥죽을 나눠 먹는 체험 행사를 개최했다.

참가자들은 제주의 옛 초가 정지(부엌)에서 직접 새알심을 빚고 팥죽을 맛보며 건강과 새해 무사 안녕을 기원했다.

부산 부산진구 초읍동 삼광사 서면문화로에서 3천 명분의 팥죽 나눔 행사와 전통문화 한마당 행사를 개최했다.

계룡산 자락의 사찰인 광수사는 1천 명이 먹을 수 있는 팥죽을 마련했다.

대전과 세종시 일부 식당에서는 메뉴에 없는 팥죽을 쑤어 제공하는 이벤트를 준비했다.

전국의 각 팥죽 판매장도 이날 점심때 문전성시를 이뤘다.

염춘자 록봉민속박물관 대표는 "동지는 밤중에서도 가장 길어 조상들은 동지만 무사히 넘기면 밝은 아침이 기다린다고 생각했다"면서 "현대인에게도 동지는 깊은 밤과 어둠을 무사히 나고, 건강을 해치는 악귀를 물리쳐 가족들의 무탈을 바라는 날"이라고 말했다.

(이해용·전지혜·장아름·이재림·차근호 기자)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6/12/21 15:06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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