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일부 자동차 회사들이 스파이샷을 직접 공개하고 있다.
엥? 말이 뭔가 이상한데? 스파이샷은 파파라치들이 찍는 것 아닌가? 맞다.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스파이샷은 엄밀히 말하면 파파라치가 찍은 몰카 이미지가 아니다. 자동차 회사들이 직접 찍어서 공개하는 ‘셀프 스파이샷’이다.
▲애스턴마틴 밴티지 셀프 스파이샷
▲카랩이 알프스 산맥에서 고생고생 해가며 찍은 BMW X2와 신형 3시리즈
이들이 셀프 스파이샷을 공개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판매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개발 중인 신차를 꽁꽁 숨겨뒀다 짠! 하고 공개하는 방법도 있지만, 어차피 등장할 게 뻔한 신차를 미리 셀프 스파이샷으로 야금야금 공개함으로써 소비자의 기대심리를 불러일으키는 방법이다.
기존 스파이샷은 이런 이미지를 전문으로 찍은 파파라치들이 생산해왔다. 자동차 회사들의 단골 테스트 장소에 잠복한다거나, 신차 개발이 이뤄지는 연구소 근처에 몸을 숨기고 있다가 위장막을 쓴 차가 출몰하면 고성능 카메라에 담곤 했다.
인터넷이 등장하기 전에는 이 자료들을 잡지책에서나 볼 수 있었지만, 이제는 스파이샷 촬영 직후 클릭 몇 번 만으로 지구 반대편에 있는 독자가 볼 수 있는 세상이 됐다.
▲미니 컨트리맨 셀프 스파이샷(이미지 : 미니)
여기에 스마트폰의 발달은 스파이샷을 범람하게 했다. 누구나 어디서든 원하는 때에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되면서 일반인들도 스파이샷을 생산해내기 시작했다. 지금도 각종 자동차 포털 사이트에서 아주 쉽게 일반인이 찍은 스파이샷을 찾을 수 있다.
자, 이런 상황에는 더 이상 자동차 회사들이 개발 중인 신차를 숨겨두는 게 불가능하다. 일반 도로에도 나가고, 바다 건너 다른 대륙에 가서 혹서기, 혹한기 테스트도 해야하는데 디지털 시대에 아무도 모르게 이를 추진하는 것은 바둑으로 알파고를 이기는 것보다 어렵다.
정말 비장의 무기가 아니라면 너무 숨겨두는 것보다 오히려 조금씩 공개하면서 출시될 신차에 대한 노출 빈도를 늘리는 것이 오히려 도움이 된다. 또, 자동차 회사가 직접 공개하는 스파이샷은 아주 경치 좋은 곳에서 작정하고 찍기 때문에 퀄리티도 높다. 오히려 데뷔후 공개되는 공식 이미지보다 더 멋있게 나오는 경우도 있다.
▲X3 셀프 스파이샷의 한 장면
▲X3 공식 이미지에서 가장 역동적인 장면
▲이미지 : 현대차 공식 블로그
▲BMW M8 셀프 스파이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