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요타 'GT86'
서울 같은 도심에서 수동변속기 차를 몰기란 쉽지 않다.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와중, 가장 고통 받는 건 내 왼쪽 다리다. 결국 사람들은 자동변속기를 발명해냈고, 고통에서 해방됐다.
하지만,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는 법. 수동변속의 즐거움과 그나마 높았던 연비는 포기해야 했다. 때문에 아직까지도 많은 회사가 수동변속기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토요타가 지난 3일 취득한 '자동차를 위한 조작기와 조작 방법'이라는 특허는 그 미련의 연장선상에 있다.
아쉽게도 정지상태에서 중립으로 놔주는 것은 아니다. 수동변속기를 장착한 자동차가 내리막길 주행 시 스스로 기어를 중립으로 변환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또한, 응급 상황 시 자동으로 기어를 중립에 위치시켜 가속을 못 하도록 방지하는 역할도 한다. 이들은 모두 특제 전자장치가 수행한다.
이 기술을 사용하면 내리막에서 일시적으로 가동을 정지해 연비를 높일 수 있다. 정속 주행시 액셀러레이터를 밟지 않고 주행하는 '타력 주행'과 비슷하다. 폭스바겐-아우디의 코스팅 기능이 내리막에서 작동하는 것과 같다.
언뜻 보면 새로운 기술 같지만 사브는 이미 1965년, 93 모델에 이와 비슷한 프리휠(Freewheel)이라는 기술을 적용했다.
당시 93에는 윤활을 위해 엔진오일과 연료가 섞이는 2행정 엔진을 탑재했다. 지금처럼 엔진오일과 연료가 공간을 나눠쓰는 구조가 아니었다.
▲사브 'SAAB 93'
이런 구조에서는 연료가 공급되지 않을 때 윤활에 문제가 생기곤 하는데, 사브는 내리막에서 바퀴가 엔진보다 빨리 회전하도록 해 내리막길에서 가속페달을 밟지 않아도 충분히 내리막길을 지나갈 수 있도록 했다.
결국 내리막에서 엔진 운동량을 중립수준으로 낮춰 연료를 절감하는 원리는 두 엔진이 같다.
▲'GT 86'은 수동변속기를 고집한다
자동차 판매량 순위 세계 1위 회사 토요타는 수동변속기와 관련한 특허를 계속해서 내고 있다. 그 덕택에 아직도 시장에서 수동변속기는 사라지지 않고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이미지 : 토요타
노상민 rsm@carla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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