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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과 망상·현실의 퍼즐맞추기…영화 '살인자의 기억법'

등록일2017.08.29 08:52 조회수1013
'살인자의 기억법'
'살인자의 기억법'[쇼박스 제공]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소설과 가장 가까우면서도 먼 영화로 만들겠다."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을 연출한 원신연 감독의 말이다. 이 영화의 원작은 김영하 작가의 베스트셀러 동명 소설이다. 1인칭 시점과 단문으로 쓰인 빠른 전개 덕분에 한번 책을 잡으면 한달음에 끝까지 읽힌다. 그러다 막판에 낭떠러지를 만난 듯 뚝 떨어지는 듯한 반전을 선사한다. '세븐 데이즈', '용의자' 등을 만들었던 원 감독 역시 원작 소설을 40분 만에 읽고 영화화하기로 했다고 한다.

영화는 원작의 원형은 유지하되, 각 캐릭터에는 한층 살을 더 많이 붙이고 스토리는 한 번 더 비틀어 감독의 의도를 살렸다. 플롯이 복잡해진 대신 각각의 캐릭터들을 보는 재미와 이야기의 퍼즐을 맞추는 묘미가 있다.

'살인자의 기억법'
'살인자의 기억법'[쇼박스 제공]

17년 전까지 연쇄살인범이었지만 지금은 알츠하이머에 걸려 망각과 싸우는 병수(설경구 분)가 주인공이다.

그는 우연히 접촉 사고로 만난 남자 태주(김남길)의 눈빛을 보고 자신과 같은 살인자임을 직감한다. 때마침 병수가 사는 동네에 20대 초반 여성이 잇따라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병수는 자신의 하나뿐인 딸 은희(설현) 곁을 맴도는 태주로부터 딸을 지키려 필사적으로 노력한다.

극은 주로 병수의 시선으로 전개된다.

알츠하이머로 기억을 잃어가는 병수는 매 순간 자신의 행동을 녹음하고 일기를 쓰며 기억의 단편을 붙잡으려 애쓴다.

그러나 불쑥불쑥 얼굴에 한바탕 경련이 일고 나면 기억은 마치 손가락 사이로 모래가 빠지듯 빠져나간다. 심지어 자신의 딸도, 매일 보던 경찰도 알아보지 못한다. 그렇게 기억과 망상, 과거와 현실은 뒤죽박죽되지만, 몸은 기억하는 것일까. 오래전 끊었던 살인의 습관은 이상하게 되살아난다.

소설 속 캐릭터는 모두 병수의 시선과 기억 속에 존재하는 인물들이었다. 영화는 그러나 경찰 태주의 캐릭터에 영화적 상상을 가미해 극의 또 다른 중심축으로 설정했다. 병수와 줄타기를 하며 신경전을 벌이는 태주는 후반까지 정체가 모호하게 그려져 관객을 헷갈리게 한다.

다만, 후반부로 갈수록 반전과 액션 강박증을 보이며 힘이 부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아쉬운 점이다. 막판 10여 분 가까이 펼쳐지는 액션신은 클라이맥스이지만, 과유불급의 인상을 준다. 병수의 오랜 친구인 파출소장 병만(오달수)을 비롯해 코믹 캐릭터들이 시종일관 무거운 극 전개에 숨통을 틔워주는 점도 원작과 다르다.

'살인자의 기억법'
'살인자의 기억법'[쇼박스 제공]

'극한 연기' 전문인 설경구는 이 작품에서 온전히 자신을 불태운다. 한때 자신의 연기에 치열함이 부족하다 느끼고 방황했던 설경구는 이 영화를 계기로 자신을 다잡을 수 있었다고 털어놓은 적이 있다. 실제로 그는 병수 역을 위해 몸무게 10㎏을 감량했다. 장발에 쉰 목소리, 얼굴에 이는 미세한 경련 등 외모적 변화와 함께 애끊는 부정을 연기했다. 연쇄살인범임에도 그에게 감정을 이입하게 되는 이유다. 물론 이는 원작에 없던 그의 살인 동기가 친절하게 설명된 덕분이기도 하다.

김남길도 연기 스펙트럼이 넓은 배우임을 다시 한 번 입증한다. 그는 일부러 살을 찌워 부드러운 인상 속에 숨어있는 섬뜩함을 보여줬다. 현재 tvN 주말극 '명불허전'에서 그가 선보이는 코믹연기와 대조를 이뤄, 팔색조 연기에 감탄하게 된다.

걸그룹 AOA 멤버인 설현은 '강남 1970' 이후 2년 만에 스크린 도전에 나서 안정적인 연기를 보여준다. 9월 7일 개봉. 15세 관람가.

'살인자의 기억법'
'살인자의 기억법'[쇼박스 제공]

fusionjc@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7/08/28 18:3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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