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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레인지로버 벨라의 압도적 스타일링, 그 이면의 것들

등록일2017.09.04 11:55 조회수5670



레인지로버 벨라가 지구상을 달리는 SUV 중 가장 잘 생겼다는 얘기를 본격적으로 꺼내기 전에 이 차의 포지션을 먼저 살펴보자.


랜드로버는 현재 레인지로버, 디스커버리 등 두 가지 라인업으로 구성된다. 이번에 새로 등장한 ‘레인지로버 벨라(Velar)’는 위에서부터 '레인지로버 - 레인지로버 스포트 - 레인지로버 벨라 - 레인지로버 이보크'로 구성되는 레인지로버 라인업의 마지막 퍼즐이다. 



가격대는 9,850만 원 ~ 1억 1,610만 원으로 레인지로버 스포트와 이보크 사이 비어있던 넓은 자리를 말끔히 메운다. 신형 디스커버리와는 가격 교집합을 구성하지만, 벨라가 좀 더 높은 곳에 위치해 있다.


비슷한 가격의 경쟁모델로는 BMW X5, 메르세데스-벤츠 GLE 같은 강호와 재규어 F-PACE(페이스), 볼보 신형 XC90 등 아직 따끈따끈한 신모델들이 있다. 


▲좌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BMW X5, 벤츠 GLE, 재규어 F-PACE, 볼보 XC90


▲랜드로버 디스커버리


레인지로버와 레인지로버 스포트는 이들보다 가격이 윗쪽에 형성돼 있어, 랜드로버 디스커버리 혼자 그들을 상대해왔다. 디스커버리는 실용성과 오프로드 성능에 매우 특화된 모델이므로, 결론적으로 벨라는 프리미엄 중형 SUV 시장에서 활약할 랜드로버의 메인 파이터라고 할 수 있다. 


내 마음속에 저장하고픈 디자인


문득 지난 3월 제네바 모터쇼에서 레인지로버 벨라와 처음 마주했을 때가 생각난다. 부스 위에서 비스듬히 몸을 뉘운 채 자태를 뽐내고 있던 벨라는 역설 그 자체였다.





날렵하면서도 역동적인 실루엣은 아이러니 하게도 극도로 절제된 선과 면이 빚어 냈다. 이게 말이 되는 건지 생각하다보면 나도 모르게 몽롱해진다.


벨라의 사이즈는 길이 4,803mm, 높이 1,665mm, 폭 1,930mm 이다. 경쟁 모델 평균보다 길고 낮고 넓다. 수치만 봐도 스포티한 디자인을 표방한다. 실제로 만나보면 대한민국 남성 평균 신장보다 낮은 모습에 한번씩 놀라게 된다. 


벨라의 스포티하면서도 세련된 모습은 굽이치고 넘실대는 삼차원 ‘면' 변화보다 곧은 ‘선’적 요소의 역할이 크다. 이들이 형성한 구획은 사리가 나올것만 같은 극히 이성적인 덩어리와 만나 속된 말로 ‘지리는’ 디자인을 이룬다. 개인적으로는 벨라의 디자인에 100점 만점에 200점을 주고 싶다. 



자동차계에서 메인 파이터로 자신을 증명하려면 일단 잘 생겨야 한다. 디자인은 주관이 개입될 수 있는 부분이라 하더라도 이 정도 디자인을 놓고 벨라가 못 생겼다고 할 수는 없다. 브래드 피트의 외모가 본인 취향이 아니더라도 추남이라 할 수는 없지 않은가.


랜드로버의 얼굴은 '레인지로버 스타일'과 '디스커버리 스타일' 둘로 나뉜다. 벨라는 레인지로버 스타일 중에서도 가장 맵시가 난다. 보닛과 앞범퍼, 옆구리에는 구릿빛 포인트를 집어 넣었다. 그저 번들거리는 크롬만 갖다 쓰는 자동차계에 기름기 좀 빼라고 경종을 울리는 것 같다.



▲구릿빛 포인트 컬러, R-다이나믹에만 적용


스피드가 느껴지는 지붕라인과 문짝 아래를 가로 지르는 '검은 띠'는 날렵한 이미지를 완성한다. 나라면 이 검은 부분을 튀어나오게 면 변화를 줬을 것 같은데 랜드로버 디자인 수장 게리 맥거번은 그저 평면적 요소로 남겨뒀다. 


이 띠는 벨라 디자인의 핵심 포인트다. 마치 영국식 더블 벤티드 수트에 맨 검은 니트 타이 같다. 전 세계 SUV 중에서 레인지로버만이 할 수 있는 ‘수트 입은 SUV’ 이미지를 이 띠가 완성한다. 우락부락하게 튀어나오도록 했으면 큰일 날 뻔 했다. 





문 손잡이 까지 매립해버린 깔끔한 디자인은 그저 겉멋을 위한 것은 아니다. 아직 낯설기도 한 매립식 도어캐치는 8km/h 이하에서만 튀어나온다. 그 이상 속도에서는 매립되면서 공기저항계수를 0.32Cd로 낮추는데 일조한다. 


쓰임새 좋은 실내디자인


벨라의 실내디자인을 논하려면 센터페시아부터 봐야한다. 기계식버튼을 완전히 제거해 버린 센터페시아는 ‘터치’ 그 자체다. ‘인컨트롤 터치 프로 듀오’로 명명된 시스템이다. 12.3인치 디스플레이가 위-아래로 배치돼 차의 모든 기능들을 그래픽과 터치로 제어한다. 마치 어릴적 공상과햑 영화 속 주인공이 된 듯 하다.




▲기계식 스티어링 휠 버튼, 상단 원형 버튼은 모드에 따라 X자형 혹은 十자 형으로 바뀐다


넓은 화면 두개가 현란한 그래픽으로 시원하게 정보를 표시해주니 시인성이 뛰어나다. 내비게이션은 계기반에도 뜬다. 스티어링 휠에 달린 스위치는 쓰임새가 좋다. 버튼을 많이 늘리지 않고도 여러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디자인한 센스가 돋보인다. 단, 버튼 반응성은 좀 더 빨라져야 하겠다. 화면 반응 속도가 반박자 느리다. 


‘터치’방식은 센터페시아를 아주 깔끔하게 뽑아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기계식 버튼이 주는 딸깍거리는 조작감은 전혀 없다. 운전 중 내가 무슨 버튼을 누르는지 눈으로 직접 봐야 하기 때문에 처음 쓰는 사람 입장에서는 상당히 낯설다. 호불호가 크게 갈릴 수 있는 요소다. 

▲센터페시아 전경



▲기능에 따라 화면 전체를 자유자재로 활용한다


기자도 터치 버튼이 적용된 독일 세단을 시승하면서 불편함을 적지 않게 느꼈던 터라 시승전에는 디자인 말고 좋게 봐줄게 뭐나 있나 의구심이 들었다. 그러나 직접 써보면 ‘불호’가 ‘호’로 바뀌게 된다. 


BMW 7시리즈에 적용된 터치식 버튼은 그 크기나 관련 그래픽이 변하지 않는다. 그냥 작동방식만 기계식에서 터치로 바뀌었다. 때문에 디자인 완성도는 높아질지언정, 직관적인 피드백이 오는 방식이 아니기 때문에 어느 버튼을 누르는지 항상 내눈으로 확인해야 한다.


그러나 벨라는 스크린 두개가 마치 아이패드처럼 화면을 활용한다. 큰 버튼, 작은 버튼, 네모 버튼, 동그란 버튼 등 필요에 따라 다양한 크기와 색깔로 버튼을 만들어낸다. 에어컨, 드라이브 모드, 오디오 등 영역별로 그래픽스타일을 완전히 다르게 쓰기 때문에 기계식 버튼보다 더 직관적이다.


▲에어컨 조작 모드


▲한 다이얼이 메뉴에 따라 여러가지 기능을 수행한다 터치방식 디스플레이 덕분


특히, 에어컨 온도 및 바람세기 조절과 오디오 볼륨 조절은 다이얼 방식으로 남겨뒀다. 덕분에 운전중에 굳이 눈으로 확인하지 않아도 관련 기능을 조작할 수 있다. 이 다이얼들은 메뉴에 따라 각기 다른 기능들을 조작할 수 있도록 고안 됐다. 


시트는 안락하다. 온로드 전용 SUV인 만큼 1열 시트는 고속 코너링에서도 허리를 든든하게 잡아준다. 디스커버리의 시트는 쿠션이 딱딱한 감이 있었는데, 벨라는 온로드 크루징을 염두에 뒀는지 오랜 시간 타도 엉덩이와 허리가 그다지 불편하지 않았다.

2열시트 역시 등받이 각도가 비슷한 가격의 형제차 디스커버리보다 안락하다. 전동식으로 조절되는 등받이가 국산 SUV처럼 사장님 자세를 연출해주는 것은 아니지만 기본적인 각도가 다소 누워있기 때문에 자세가 편하다.



▲1,731리터까지 확장되는 트렁크, 4:2:4로 분할 폴딩된다


다리 공간이 그리 넓은 편은 아니다. 1열시트를 맨앞으로 붙이면 176cm인 남성이 다리를 꼬을 수 있을 정도 공간은 나온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전동식 폴딩 기능이 없다는 점이다. 최근 프리미엄 브랜드를 중심으로  SUV, 왜건에 전동식 2열시트 폴딩기능이 적극적으로 도입되고 있다. 벨라보다 가격이 수천만 원 싼 차도 전동식으로 2열시트를 접는데, 1억 짜리 최신형 차에 이 정도 편의 장비가 없는 것은 아쉽다.


준수한 달리기 실력, 3리터 디젤을 추천


이번 시승에 탔던 벨라는 ‘R-다이나믹 SE D240’이다. 최고출력 240마력, 최대토크 51kg.m을 내는 인제니움 4기통 디젤엔진이 열심히 뛰는 차다. 하지만 차체 무게가 2,035kg로 240마력 엔진이 끌기에 그리 가벼운 편은 아니다. 



시승 초반 주차장을 빠져나오며 핸들을 꺾은 채 가속페달을 슬쩍 밟았다. 차체 엉덩이가 ‘끼익’하며 차가 한쪽으로 슬쩍 미끄러지는 것을 보면 중저속에서는 힘이 전혀 부족하지 않다. 후륜구동에 기반을 둔 네 바퀴 굴림 시스템은 앞뒤로 100% 힘을 밀어주며 순식간에 안정을 찾았다. 


0-100km/h가속은 7.3초다. 2톤짜리 차 치고 초반가속이 준수하다. 하지만 240마력 엔진은 고속에서 힘이 달린다. 200km/h까지 꾸준히 가속하지만 150km/h를 넘어서면 차가 내 의지를 그대로 실현시켜 주지는 않는다. 


전 속도 구간에서 시원한 가속감을 느끼려면 300마력, 71.4kg.m인 3리터 V6엔진을 얹은 D300을 선택하는 게 좋겠다. 연비도 D300이 우세하다. D240 연비가 10.9km/l, D300의 연비는 12.8km/l이다. 2km/l나 차이난다. 가격차이는 단 67만원.



8단 자동변속기는 기어비가 촘촘하다. 가속상태에서 패들시프트로 수동변속을 하면 변속충격이 살짝 나온다. 일상 주행에서는 언제 변속이 되는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직결감이 좋고 변속 시점을 똑똑하게 찾기 때문에 엔진 RPM을 허망하게 쓰는 일이 좀처럼 없다.


변속속도도 스포티한 SUV에 걸맞다. 최근 등장하는 차들은 제법 변속속도가 빠른데, 벨라도 비슷한 수준이다. 10년 전 국산차 5단 변속기 변속속도가 0, 폭스바겐 계열 듀얼클러치 변속기 속도가 10이라면 7~8 정도로 느껴진다. 


네 바퀴에는 높이 조절이 가능한 에어서스펜션이 장착됐다. 앞쪽에는 에어서스펜션의 굵기가 굵은 쪽이 위로 오는 일반적인 형태로 장착된 반면, 뒷쪽은 뒤집은 형태로 배치했다. 실내 공간 확보를 위해 굵기가 가는 쪽을 위로 오게 한 것 같다. 


▲앞바퀴 에어서스펜션


▲뒤집힌 상태로 놓인 뒷바퀴 에어서스펜션


에어서스펜션은 제몫을 다한다. 150km/h가 넘는 속도로 진입한 고속코너링에서 좌우 롤링을 최소화 시켜주고 안정감있게 굽은 길을 돌아나간다. 그러나 노면 충격을 부드럽게 걸러주는 타입은 아니다. 좀 투박하게 만들어진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는 떨림 등 불편한 감이 없지 않다. 디스커버리와 너무 다른 느낌이라 솔직히 낯설었다. 


보통 에어서스펜션을 장착한 차들은 구름 위에 오른 듯한 승차감이 특징이지만 벨라는 서스펜션이 다소 딱딱한 느낌이다. 현장에서 만난 랜드로버 관계자는 “온로드 스포츠주행을 염두에 뒀기 때문에 아무래도 하드한 세팅”이라고 밝혔다. 컨셉트가 충분히 이해는 가지만, 구름느낌 에어서스펜션을 상상했던 이라면 고개를 갸우뚱 할 지도 모른다. 



벨라에 얹힌 인제니움 엔진은 소음 억제가 잘 돼 있다. 디젤이 이렇게 조용하면 가솔린 엔진이 자신의 이점을 어필하지 못한다. 그러나 고속주행시 바람소리는 제법난다. 약 130km/h이상에서 차체를 가르는 바람소리가 귀에 맴돈다. ‘억’하는 차이니 이중접합유리라도 사용했다면 어땠을까. 아, 그럴 경우 차체 무게가 많이 늘어나겠지. 개발진의 고민이 많았겠다.


일곱가지로 구성된 벨라


레인지로버 벨라는
그냥 ‘벨라’, ‘R-다이나믹’. ‘퍼스트 에디션’ 등 세가지다. 
‘벨라’는 D240인 S와 SE 두 종류
‘R-다이나믹은 SE D240 / SE D300 / HSE D300 / SE P380 네 종류
‘퍼스트 에디션’은 D300 한 종류 등


총 7종으로 국내 출시된다. 


최상위 모델인 퍼스트에디션 D300은 1억 4300만원으로 차선이탈경고시스템, 운전자상태모니터링, 어댑티브크루즈컨트롤(ACC), 사각지대모니터링, 360도주차보조, 견인보조, 헤드업디스플레이, 매트릭스 레이저 LED 헤드램프 등 갖은 옵션이 적용돼 있다. 


기자가 이날 시승한 차는 1억 860만 원인 ‘R-다이나믹 SE D240’으로 20인치 휠과 레이저기능이 없는 매트릭스 LED 헤드램프가 있다. 차선이탈경고장치는 있지만 ACC, 헤드업디스플레이는 없다. 


벨라를 보내며


벨라의 등장으로 랜드로버는 라인업 상 빈자리를 메웠다. 이제 벨라는 메인파이터로서 쟁쟁한 차들과 경쟁해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부여 받았다. 험난해 보이지만 괜찮다. 벨라는 그 아름다운 자태 때문에 매혹될 수 밖에 없는 차다. 지구상을 달리는 SUV 중에서 디자인으로는 원톱에 둬도 무방하다. 압도적인 디자인은 아쉬운 점들을 쉽게 가린다. 

하지만, 벨라에 책정된 가격은 다소 비싼 감이 있다. 일단 비슷한 크기의 다른 수입차보다 시작가격이 최대 천만 원 이상 높다. 다른 차들과 옵션표를 놓고 비교해보면 다른 유럽산 SUV나 디스커버리에 눈이 갈 수도 있다. 이왕 ‘1억’ 넘는 비싼 돈주고 살 차라면 여러 장비가 다 들어가있고, 출력과 연비까지 우세한 D300엔진을 얹은 상위 모델을 추천하고 싶다.


신동빈 everybody-comeon@carla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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