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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적 친환경차 PHEV, 왜 찬밥인가

등록일2017.09.11 17:31 조회수2670
뛰어난 실용성에도 전기차 3분의 1 수준 보조금 

PHEV 가운데 연비가 가장 좋은 ‘프리우스 프라임’. 한국도요타 제공

전기차(EV)는 거스르기 힘든 흐름이다. 세계적으로 유해가스를 배출하는 내연기관차 퇴출 여론이 점점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선뜻 전기차를 사겠다는 소비자는 많지 않다. 작년까지 국내 누적 전기차 판매량은 1만여 대에 그친다. 가장 큰 걸림돌은 짧은 주행거리다. 기아차 ‘레이 EV’는 91km에 불과하고, 가장 긴 현대차 ‘아이오닉 EV’도 190km가 고작이다. 충전소가 턱없이 부족한 마당에 출퇴근이라면 모를까 여행은 엄두를 내기 어렵다.

엔진과 모터를 함께 구동해 연비는 높이고 유해가스 배출량은 줄인 하이브리드(HEV)도 있다. 하지만 환경성과 경제성이 모두 어설퍼 ‘반쪽 친환경차’로 여겨진다.

‘볼트’는 모터 힘으로만 89km를 달릴 수 있는 PHEV다. 쉐보레 제공

◇ 근거리는 친환경 전기차, 장거리는 고효율 하이브리드

갈 길이 먼 전기차의 현실적 대안으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가 떠오르고 있다. 하이브리드에 충전기능을 더한 구조로 근거리는 전기차, 장거리는 하이브리드로 변신한다. 충전도 수월하다. 전용 충전기가 아닌 가정용 220V 콘센트로 5~6시간 충전하면 40~50km를 주행할 수 있다. 도심 근교 거주자라면 출퇴근이 가능한 수준이다.

올 들어 국내에 PHEV가 줄줄이 출시됐다. 현대차 ‘아이오닉 플러그인’은 1회 충전 시 46km를 달릴 수 있다. 엔진을 구동하면 서울-부산(450km) 왕복 거리인 900km로 대폭 늘어난다. 연비는 가솔린 기준 20.5km/L, 전기차 기준 5.5km/kWh로 연료비가 동급 가솔린차 대비 연간 160여만 원 절약된다.

기아차 ‘니로 PHEV’ 주행거리는 모터 40km, 엔진 800km다. 주행거리가 다소 짧고 연비(18.6km/L, 5.1km/kWh)도 떨어지지만, 무거운 SUV란 점을 감안하면 준수한 편이다.

외국 업체들도 PHEV를 잇달아 선보였다. 쉐보레 ‘볼트’는 엔진 주행거리는 676km로 짧지만 모터 주행거리는 최고 수준인 89km다. 도요타 ‘프리우스 프라임’은 모터 40km, 엔진 960km로 주행거리가 한국차들과 비슷하지만 연비(21.4km/L, 6.4km/kWh)는 더 높다. BMW와 벤츠도 연내 여러 종의 PHEV를 국내 시장에 내놓을 계획이다.

‘니로 PHEV’는 모터로 40km, 엔진으로 800km를 주행한다. 기아차 제공

◇ 해외선 ‘쌩쌩’… 국내선 ‘개점휴업’

PHEV 종류가 다양해지자 소비자의 관심도 높아졌다. 하지만 판매량은 아직 미미하다. 한국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상반기 판매된 친환경차 3만319대 가운데 PHEV는 135대(0.4%)에 불과했다. 반면 미국과 유럽에서는 전기차와 PHEV의 판매비율이 비슷하다.

친환경차는 주행거리를 좌우하는 배터리의 용량에 따라 가격이 차이 난다. 동급 기준으로 하이브리드, PHEV, 전기차 순으로 각각 500만~1천만 원 정도 가격이 높아진다.

판매량 차이는 불균등한 보조금에서 비롯됐다. 하이브리드 보조금은 정부지원금과 세제혜택을 합쳐 최대 370만 원이고, PHEV는 최대 840만 원이다. 하지만 전기차 보조금은 최대 2천600만 원으로 PHEV의 3배 수준이다.

예컨대 4천300만 원인 아이오닉 EV는 보조금을 받으면 1천700만 원으로 가격이 확 떨어진다. 아이오닉 하이브리드(2천590만 원)는 2천220만 원으로 보조금 효과를 체감하기 어렵다. 아이오닉 플러그인(3천410만 원)도 2천570만 원으로 낮아지지만 찻값 대비 보조금이 낮아 결과적으로는 가장 비싼 차가 된다.

전문가들은 전기차의 징검다리로 PHEV에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업계 관계자는 “당분간 친환경차 시장은 PHEV가 지배할 것”이라며 “미국처럼 차종이 아닌 배터리 용량 기준의 보조금 체계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대 기자 Lonafree@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7/09/09 15:0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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