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좁은 인도 위 사람들 사이로 분주하게 지나다니는 낡은 자전거와 오토바이. 이곳에 자리를 잡은지 족히 몇 십 년은 넘은 듯 허름한 가게들. 여전히 을지로는 타임머신을 타고 온 듯 예스러우면서도 낙후된 분위기를 풍긴다. 그만큼 한결같은 맛을 지켜온 노포 맛집들도 많은데. 새로운 무언가와는 전혀 어우러지지 않을 것 같은 을지로에도 젊은 예술가들이 하나둘씩 발을 들이고 있다. 을지로 고유의 투박함은 해치지 않으면서 본인들의 개성을 드러낸 공간들. 현재와 과거의 공존을 느낄 수 있는 을지로 입구 맛집을 소개한다.
* 출처: 식신 컨텐츠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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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천 인근에 위치한 콩비지 백반 전문점으로 50년 이상의 전통을 자랑한다. 자리에 앉으면 별도의 주문을 하지 않아도 인원수만큼 ‘콩비지 백반’이 준비된다. 백반은 대접 한가득 채워주는 콩비지와 밥 한 공기, 물김치, 간장 양념, 무생채로 구성되며, 포장도 가능하다. 여름철에만 준비되는 걸쭉한 국물의 콩국수도 별미로 인기가 높다.
쏭 첫 손님으로 들어선 곳. 2층에 위치하고 있어 찾기가 쉽지는 않았으나 생각지도 않게 큰 창을 통해 보이는 바깥의 풍경이 어쩐지 운치 있어 보였다. 처음에는 콩비지에 들어있는 자잘한 고기(마치 베이컨스러운)를 보고 이게 왜? 했는데, 알고 보니 돼지뼈로 푹 곤 육수에 돼지고기를 잘게 썰어서 넣어 콩비지를 만든다고. 덕분에 콩의 담백한 맛 이상으로 고소함도 함께 느낄 수 있었다. 한 그릇만으로 든든!
슈윗 뭉근하게 끓여져 나오는 콩비지. 반찬이 많거나 화려한 음식은 아니지만 포근해 지는 한 상을 대접받은 기분이었다. 방금했는지 잘 익은 밥과 고소하게 입안에서 퍼지는 콩비지. 살짝 달달하게 무쳐진 생채와 계속해서 입맛을 당기는 물김치까지. 정갈한 한 상이었다. 간장을 뿌리지 말고 먼저 맛본 다음에 조금씩 간을 하는 것을 추천한다.
* 출처: 식신 컨텐츠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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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7년도에 개업해 3대째 영업 중인 곳. 달콤하고 고소한 양념 소갈비가 대표 메뉴로 강한 불에 재빨리 구워내 더욱 살아나는 고기의 육즙과 향이 일품이다. 보통 미디엄이나 미디엄 레어 정도로 구워져 나오는데, 원하는 정도를 이야기하면 취향에 맞게 구워주신다고 한다. 파와 고기가 듬뿍 들어가 칼칼하고 시원한 맛이 일품인 ‘대구탕’도 인기.
쏭 식당 안, 대부분의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양념갈비에 반주를 곁들이고 있었다. 나이가 지긋하신 할아버님들, 젊은 연인, 여자 둘이 식당을 찾은 손님들도 한 손에는 갈빗대를 한 손에는 소주잔(또는 맥주잔)을 들고 정치, 사회, 사랑 저마다의 이야기를 하며 맛과 분위기에 취해있는 느낌이었다. 기름기가 적은 부위는 상대적으로 씹는 맛이 좋고 뼈대에 붙은 살코기는 부드러웠다. 생각했던 숯불갈비의 정석!
슈윗 어? 아직 안 익었나? 갸웃거릴 수 있는 비주얼에 주의할 것. 주문하면 바로 연탄 불에 구워져 나오는데 운이 좋게도 굽는 장면을 생생히 지켜볼 수 있는 자리에 앉았다. 무언가 1980년대를 배경으로 한 소설이 생각나는 곳이었다. 살짝 탄 부분이 있지만 맛있는 갈비를 먹은 기분이었다. 갈비뿐 아니라 대구탕도 많이들 곁들이는 것 같았다!
시티팝이 흘러나오는, ‘분카샤’
* 출처: 식신 컨텐츠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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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지로 3가 인쇄소 골목, 원래는 인쇄소였던 자리에 문을 연 ‘분카샤’. 커피와 디저트, 와인, 맥주와 몇 가지 칵테일을 판매하는 카페 겸 바로 반려견 악세사리 브랜드 디어마이두와 이기찬 군의 쇼룸 겸 작업실로도 운영되고 있다. 인기 메뉴는 촉촉한 식빵 사이에 부드럽고 달콤한 크림과 망고, 바나나, 키위, 딸기를 샌드한 ‘후루츠 산도’. 반려견 동반이 가능하니 참고할 것.
쏭 으슥한 골목길로 들어서야 마주할 수 있는 카페. 독특한 풍의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시티팝이라는 장르였다. 보기 좋은 떡이 맛도 좋다고, 등장하자마자 시선을 강탈하는! 정말 비주얼이 열일하는 후루츠산도. 생각보다 달고 묵직한 질감의 크림은 조금 더 가벼운 느낌이었다면 호로록 먹기 좋았을 것 같다. 그럼에도 상큼한 오미자 라임 소다와 함께라면 비 오는 날도 마음만은 화사해지는 기분!
슈윗 sns에서 볼 때마다 꼭 한번 먹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알록달록한 과일들과 폭신폭신 해 보이는 빵. 보는 것만으로도 당이 충전되는 기분인 생크림까지.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 떠오르는 맛이 있다면 딱 그 맛이 맞다. 입 주변에 조금 묻을 수도 있지만 어릴 때로 돌아간 즐거운 기분으로 먹을 수 있었다. 커피를 마시지 못해 시킨 오미자 라임 소다가 정말 맛있었다.
감자탕 한 뚝배기, ‘동원집’
* 출처: 식신 컨텐츠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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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소한 공간이지만 특유의 정겨운 분위기가 느껴지는 곳. 대표 메뉴는 뚝배기 가득 푸짐한 양을 자랑하는 ‘감자탕’. 돼지 뼈를 12시간 꼬박 끓여내 깊고 진한 국물 맛이 일품이다. 포슬포슬한 식감의 감자와 야들야들 촉촉한 살코기도 일품. 생강으로 돼지고기의 잡내를 잡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것이 동원집의 비결이다. 머리고기와 순한 홍어회를 함께 곁들여 먹는 ‘홍어삼합’도 별미.
쏭 생각보다 매장이 작다. 이른 오전 시간에 방문하니 술을 마시기보다는 아침식사로 감자탕 한 뚝배기를 드시러 오신 분들이 대부분이었다. 뼈에 가득 달라붙어 있는 살코기가 참으로 야들야들하니 촉촉했다. 퍽퍽하지 않아 이른 시간임에도 고기가 술술 들어가는 느낌? 뼈해장국에는 없는 감자를 같이 먹을 수 있어서 좋았다. 국물은 묵직하니 진했다. 진국!
슈윗 노포의 정석처럼 생긴 외관에 뭔지 모르게 맛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매장은 작고 의자들이 조금 다닥다닥 붙어있는 편이다. 들어서자마자 한 쪽에 펄펄 끓이고 있는 감자탕이 입맛을 다시게 한다. 국물은 살짝 기름기가 있다. 얼마나 오래 끓였는지 젓가락만 가져다 대도 푹푹 떨어지는 살코기가 마음에 들었다. 오랫동안 사랑을 받는 집들은 그 이유가 있다.
* 출처: 식신 컨텐츠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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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명의 디자이너가 운영하는 카페 겸 바. 모두에게 열려있는 새로운 개념의 디자이너 작업실 겸 쇼룸으로 전시, 공연 등 다양한 아티스트들과의 교류활동도 하고 있다. 카페 메뉴로는 커피, 티, 에이드 등 음료와 망원동의 유명 빵집인 훈고링고의 파운드케이크가 준비되어 있다. 매달 새롭게 선보이는 맥주와 위스키, 칵테일 등 주류와 함께 곁들일 수 있는 간단한 안주도 판매하고 있으니 참고.
쏭 가장 헤맨 곳. 맞은편에 서 계시던 아버님이 호텔수선화를 찾아온 거냐며 저기 위로 올라가 보라고 하셨다. 아무래도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은가 보다. 지하에 있을 것만 같은 아담하고 어둡고 응축된 분위기를 상상했는데 넓고 어딘가 공허한 분위기가 신기했다. 여러 명이 함께 방문해 맥주를 마시고 싶은 느낌이었다. 플레인 파운드케이크는 포슬포슬한 질감이 크림을 곁들여 주면 좋았을 듯하다.
슈윗 높은 계단을 오르다가 마주한 공간. 길을 찾기 어려우니 외관 사진을 꼼꼼히 살펴보고 갈 것. 을지로와 이렇게 잘 어울리는 카페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오묘한 분위기가 그 골목과 잘 어울렸다. 특히나 맥주를 좋아하는 나로서 맛있는 맥주들이 많아 오_ 라는 감탄사를 내뱉었다.
비슷한 듯 다른 분위기
곳곳에 숨은 맛집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