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연합뉴스) 전지혜 기자 = 12년 만에 돌아온 닭의 해 '정유년'(丁酉年), 닭의 형상을 담은 제주 해안을 찾아 알을 품은 닭처럼 새해 희망을 품어보는 건 어떨까.
제주시 조천읍 신촌리 서쪽 해안에는 예로부터 마을 주민들이 '닭모루'<표기상 '모'의 아래아(ㆍ)를 'ㅗ'로 씀>라고 불러온 언덕이 있다.
명칭 표기도 제각각이고 유래에 대한 정설도 없지만, 마을에서는 이 일대 해안이 닭이 알이나 새끼를 품은 형상을 하고 있어서 이 일대를 닭모루로 부르게 됐다고 알고 있다.

(제주=연합뉴스) 전지혜 기자 = 제주시 조천읍 신촌리 닭모루 해안 일대 풍경. 신촌리에 따르면 사진 가운데 전망대가 세워진 부분이 닭의 머리며 이 부분을 중심으로 양쪽 해안 언덕이 닭의 날갯죽지 부위라고 한다. 지난해 12월 30일 오후 드론으로 촬영. 2017.1.2
마을 측의 해석대로라면 닭의 머리는 닭모루 해안 가운데로 툭 튀어나와 있는 부분으로, 현재 전망대(팔각정)가 세워진 곳이다. 전망대까지 이어지는 탐방로는 닭의 목, 전망대 좌우로 바다 쪽으로 튀어나온 언덕 부분은 날갯죽지인 셈이다.
오른쪽 '날갯죽지' 언덕배기에서 닭의 머리 쪽을 바라보면 언뜻 닭의 벼슬과 눈, 뾰족한 부리가 보이는 듯도 하다.
닭모루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면 얼핏 풍경을 눈에 담다가 전망대 좌측에 조그맣게 비쭉 올라온 바위가 닭의 머리와 닮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이 괴석은 마을 주민들이 '버섯바위'라고 부르는 것이다. 측면에서 보면 닭의 길쭉한 목과 뾰족한 부리 형상처럼 보이기도 하는 탓에 이 버섯바위가 닭의 머리를 닮아 이곳이 닭모루 해안이 됐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닭의 형상이 한눈에 들어오지 않는다면 이 일대 기암괴석을 눈으로 샅샅이 훑으며 닭의 모습을 찾아보는 것도 하나의 즐거움이 된다.
이곳을 '당모르(모의 아래아를 ㅗ로 표기)'라고 칭하며 신당이 있는 언덕이라는 데서 명칭이 유래한 것 같다는 해석도 있다. 옛 북제주군이 발간한 지명 총람을 보면 이곳의 '당'을 신당(神堂)으로 해석했다.
도내 초등학교가 각 마을의 자연·인문·역사를 담아 만든 제주도교육청 향토지 '학교가 펴낸 우리 고장 이야기'에서는 이곳을 '당머루'라고 표기하며 '신촌리 서쪽 해안에 우뚝 솟은 바위로, 닭이 둥지를 틀어 앉은 모양. 닭머리 모양으로 돼 있다고 해서 닭머루라고 불리던 것이 당머루로 명칭이 변했다'고 소개했다.
이처럼 명칭과 유래 등에 대한 해석이 제각각이지만 이 일대 해안 경관이 수려하다는 사실에 대해서만큼은 모두가 동의한다.

이 일대는 과거에도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했다. 초등학생들의 소풍 공간으로도 많이 활용됐고, 고기가 잘 물어 낚시꾼들의 발길도 끊이질 않았다.
'학교가 펴낸 우리고장 이야기'에서는 여러 기암괴석이 많아서 예로부터 학자들이 모여 풍류를 즐기던 곳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지금도 탁 트인 제주 북부 바다 풍경과 검은 현무암 기암괴석, 한라산을 한눈에 담을 수 있어서 산책로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제주올레 18코스가 이곳을 지나며 올레꾼들도 많이 찾는다.
인근에는 아담하고 예쁜 '남생이못'도 있다.
닭모루 해안에서 신촌 포구를 거쳐 신촌어촌계까지 가는 1.8㎞ 구간은 해양수산부가 한국해양재단이 선정한 걷기 좋은 해안길인 '해안누리길'로 조성됐다.
최근에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입소문을 타 관광지 또는 웨딩촬영지 등으로 사랑받고 있다.
고구봉 신촌리장은 "여기에 신당이 있었다는 얘기를 전해 듣지 못했고 여기서 마을제 등 제를 지낸 기억도 없기 때문에 신당이 있는 언덕이라는 유래는 이해하기 어렵다"며 "마을 주민들은 알이나 새끼를 품은 닭의 머리와 목, 날갯죽지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 이장은 "내년에 새로 향토지를 만들면서 고증을 거쳐 닭모루나 남생이못 등 마을 명소에 대한 해석을 바로잡을 계획"이라며 "닭의 해에 닭모루 등 아름다운 명소가 있는 우리 마을을 찾아 희망의 기운을 받아가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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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7/01/02 07:12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