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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형색색 알록달록! 디지털 계기반의 세계

등록일2017.10.11 09:03 조회수10000



[형형색색 알록달록! 디지털 계기반의 세계]


기자가 어릴 적, 많은 '기사님'들은 속도계나 연료게이지 외에 계기반을 볼 일이 잘 없었다. 정비를 잘 해둔 차라면 그것 두가지만 잘 확인해도 서울에서 부산까지 가는데 문제가 없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계기반이 고장나도 그냥 타는 차들이 수두룩했다.  


요즘에는 계기반을 잘 살펴야 한다. 내비게이션,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등 자동차 기능이 날이 갈수록 다양해졌다. 덩달아 운전자가 인식해야할 정보의 양도 크게 늘어났고, 계기반은 더 많은 정보를 담아야 할 임무를 짊어지게 됐다.

 

▲1973년식 애스턴마틴 라곤다


▲1976년식 애스턴마틴 라곤다


▲애스턴마틴 라곤다 후기형


디지털 계기반은 이미 1976년 애스턴마틴 라곤다에서 처음 등장했다. 지금처럼 계기반을 스크린으로 꽉 채운 것은 아니고, 마치 전투기 계기반이 연상되는 작은 스크린을 장착했다. 사실 당시 날아다니던 전투기에도 이런 스크린은 좀처럼 찾아볼 수 없었다.

1985년부터 생산된 후기형에서는 엘레베이터 붉은 숫자가 계기반을 메운 방식을 택했다. 이 때 역시 기존에 제공하던 정보들을 그저 표현방식만 디지털로 바꾼 것에 불과했다. 

컬러 LCD 스크린의 발달은 컴퓨터 모니터의 모습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역시 다양한 색상으로 물 들였고, 2009년 등장한 재규어 XJ 등 일부 고급차는 완전히 디스플레이로만 채워진 계기반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2010년형 재규어 XJ와 내부에 장착된 디지털 계기반


이제는 디스플레이가 대시보드 디자인의 중심에 있다. 계기반과 연동된 디스플레이는 최근 출시되는 거의 모든 자동차에서 볼 수 있다. 테슬라와 같은 급진적인 브랜드는 아예 계기반도 없이 17인치 모니터만 센터페시아에 띄워놓았다.  


이들이 디스플레이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이유는 눈금으로 구성된 기존 아날로그 계기반으로는 내비게이션을 비롯한 디지털 문물이 주는 정보를 처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디스플레이'와 '터치'에 익숙해진 시대가 된 것도 중요한 이유다.  


자동차 회사별 디자인 특징이 각각 다르듯, 계기반 디자인과 시스템도 회사마다 차이가 있다. 먼저 아우디를 살펴보자. 이들은 '버추얼 콕핏'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계기반을 역동적인 디자인의 모니터로 채웠다.  


▲12.3인치 화면에 내비게이션을 꽉 채워 보여주는 아우디 버추얼 콕핏


▲RPM과 속도를 표시한 상태의 버추얼 콕핏


보통 여타 자동차 회사들은 계기반보다 센터페시아에 더 큰 스크린을 장착하지만, 최근 출시되는 아우디 신모델의 계기반 스크린은 12.3인치로 센터페시아 디스플레이 보다 훨씬 크다. 최신형 TT의 경우 센터페시아 스크린을 아예 없애 버렸기 때문에 TT를 끌고 나온 이 오빠가 나를 어디로 데려가고 있는지 도통 알 수가 없다.  


아우디는 내비게이션, RPM, 속도, 자율주행기능 등 운전에 관련된 모든 정보들을 계기반에 집중했다. 내비게이션의 경우, 센터페시아보다 더 넓은 면적으로 볼 수 있다. 덕분에 주행 중 시선을 센터페시아 쪽으로 옮길 필요 없이 온전히 운전에 집중할 수 있는 게 큰 장점이다.  


▲센터페시아 스크린이 없는 아우디 TT


모든 조작은 기어레버 주변에 위치한 MMI 컨트롤러로 한다. 손바닥만한 터치패드와 다이얼은 인식률이 좋고 조작 자유도가 높다. 다만, 스크린이 터치를 지원하지 않기 때문에 좀 답답할 수는 있다.  


BMW는 7시즈에서 'i드라이브'를 선보이며 혁신에 앞장선 바 있다. BMW 디지털 스크린의 특징은 계기반에 자동차의 전통적인 모습을 남겨뒀다는 점이다. 


▲신형 BMW 7시리즈의 계기반


▲내비게이션을 함께 표시하는 BMW 7시리즈 계기반


그들은 스크린으로 채워진 계기반 표면에 원형 띠를 부착했고 그 테두리 안에서 RPM과 속도계, 배터리 관련 정보가 표시되도록 했다. 운전의 즐거움을 모토로 삼는 브랜드답게 RPM과 속도 정보가 그 힘을 잃지 않는 디자인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기조도 앞으로 얼마나 유지될 지는 모른다. BMW 전기차 전용 서브브랜드 ‘i’모델들은 처음부터 원형 게이지 디자인을 버렸다. 


▲BMW i3의 대시보드


▲BMW i8 계기반


▲BMW i비전 퓨처 인터랙션 컨셉트


2020년 중반쯤 도래한다는 레벨3 수준 자율주행시대가 되면 RPM이나 속도 보다는 내비게이션, 편의 기능 혹은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서비스를 위한 디스플레이로 채워질 전망.이미 BMW가 내놓은 여러 컨셉트카들은 완전히 새로운 미래를 그리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S클래스를 통해 12.3인치 대형 디스플레이 두개를 대시보드에 나란히 배치했다. 다른 자동차 회사들이 기껏 8인치, 9인치를 논할 때 아예 공격적인 자세로 경쟁자들의 기를 눌렀다. 



▲2014년형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 계기반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 계기반


S클래스의 나이트비전과 같은 특수기능을 활용하고, 내비게이션과 다른 기능들을 한 화면에 함께 표시하기 위해서는 넓은 화면이 필수다. 


최근 아주 맛깔스런 디자인을 선보이고 있는 푸조 역시 'i 콕핏'이라는 디지털 계기반을 내세운다. i 콕핏은 버추얼 콕핏과 겉모습은 비슷하다. 계기반 디스플레이가 센터페시아 디스플레이보다 더 큰 12.3인치다. 


아우디의 버추얼 콕핏은 MMI 컨트롤러 같은 전용 입력 툴을 사용하지만 푸조는 터치 방식으로 조작한다. 좀 더 직관적인 조작을 원하는 이들은 이 방식이 더 마음에 들 수 있다. 




i 콕핏을 처음 적용한 푸조 3008 계기반에는 내비게이션이 시인성 좋게 꽉 들어찬다. 이미지 애니메이션과 디자인은 프랑스 브랜드의 수준 높은 디자인 실력을 그대로 보여준다.


지도가 너무 단순하게 표시되는 것은 아쉽지만, 독일 브랜드에서는 느낄 수 없는 3D가 가미된 멋스러운 그래픽은 푸조 인테리어의 중요 요소로 자리 잡았다. 푸조가 미적가치를 중요시하는 프랑스 브랜드라 그런지는 몰라도 푸조를 달라 보이게 한다. 




▲실용적인 시트로엥 그랜드 C4 피카소 계기반


디지털 계기반은 국산 모델에서도 어김없이 나타난다. 명실상부한 국내 최고가 세단 제네시스 EQ900 계기반을 살펴보자.


현대차에서 '슈퍼비전 클러스터(Supervision Cluster)'라고 칭하는 이 계기반은 위에서 언급한 독일 3사 브랜드와 비슷한 형태를  띤다. 가장 보수적인 모델답게 꾸밈을 최대한 억제한 느낌이며 모든 글자가 차분하고 정중하다. 




전통적인 내연기관 모델들과 달리, 하이브리드카 계기반은 임무가 하나 더 있다. 배터리 충전량에 민감할 수 밖에 없는 운전자를 위한 에너지 정보다. 에너지의 흐름은 어떤 상태이며 전기가 얼마나 충전되고 있는지, 남은 주행거리를 비롯한 각종 정보를 복합적으로 보여줘야 한다. 


대표적인 하이브리드카 토요타 프리우스를 보자. 프리우스 계기반은 특이하게 운전석과 조수석 가운데 위치한다. 좌측에 속도를 표시함과 동시에 중앙에는 배터리 잔여량과 함께 하이브리드 시스템에서 에너지가 어떻게 흐르고 있는지를 알기 쉽게 표시한다. 



▲토요타 프리우스 프라임 계기반


계기반의 디지털화를 모든 이가 반기는 것은 아니다. 너무 많은 정보가 한꺼번에 표시되기 때문에 일부 운전자들은 혼란스러워 하는 경우가 있다. 부모님이 스마트폰에 잘 익숙해지지 못하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때문에 여러 정보를 효율적으로 표시하는 것은 자동차 브랜드의 숙제다. 


자동차 세상이 급변하고 있는 지금, 미래의 자동차는 어떻게 변할까?


이미지 : 각 브랜드


신동빈 everybody-comeon@carlab.co.kr

황창식 inthecar-hwang@carla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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