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11 카레라 T
[오디오조차 없는 순수 스포츠카 '911 카레라 T']
요즘 출시되는 차들은 뭐가 많다. 그 '뭐'는 바로 오디오, 내비게이션 등 각종 전자 장치다. 머지 않아 인류는 제 2의 마누라 내비게이션이 없으면 길을 못 찾아갈 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번에 포르쉐가 공개한 '911 카레라 T'는 내비게이션은 물론 오디오마저 없애버린, 진짜 자동차 그 자체다. 아, 물론 온갖 전자 장비가 달린 요즘 차를 자동차로 정의한다면 기자의 말에 동의 못한다.
911 카레라 T는 1968년형 911 T로부터 계보를 이은, 전통을 살린 스포츠카다. 'T'는 투어링(Touring)을 의미한다. 투어링이라는 말이 들어갔다고 해서 먼 거리를 아주 편하게 고속으로 달리는 거대한 GT카를 연상하면 안 된다.
포르쉐는 아주 순수한 달리기 그 자체를 즐길 수 있도록 카레라 T를 만들었다. 일단 무게 감량을 위해 뒷좌석을 떼어내고, 방음기능이 없는 측면 유리와 뒷유리를 적용했다.
덕분에 차체 무게가 줄어들고 앞뒤-무게 배분이 좀 더 좋아졌다. 또한, 방음 능력이 크게 떨어지면서(?) 911의 수평대향 6기통 엔진 소리를 더 크게 느낄 수 있다.
센터페시아에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조차 없다. 무게를 줄이기 위해서다. 내비게이션이나 음악 소리 듣지 말고 엔진 사운드에 정신을 맡기란 얘기다. 센터페시아에는 에어컨 버튼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정말 이런 게 바로 감성 아니겠나.
기어봉 모습도 달라졌다. 붉은 패턴을 머금은 짧은 수동 기어봉은 스포츠 함을 한껏 드러낸다. 시트는 아웃도어에서 많이 사용하는 스포츠 텍스로 마감됐다. 이 시트는 4방향 전자식 시트로 옵션 선택 시 풀 버킷 시트로 교체가 가능하다.
겉모습은 언뜻 보면 차이를 알아보기 힘들다. 카레라 T는 문짝 밑에 있는 데칼과 뒤에 붙은 '911 Carrera T' 레터링이 차이점이다. 검은색 20인치 휠, 사이드 미러, 스포츠 배기 시스템을 적용해 포인트를 줬다.
결과적으로 기존 카레라 T는 기존 911 카레라 대비 20kg 가벼운 1,425kg가 됐다. 물론 모조리 다 빼버린 건 아니다. 달리기를 위한 능력은 추가했다.
포르쉐의 PASM(포르쉐 액티브 서스펜션 매니지먼트)을 기본으로 장착한 덕분에 차체를 20mm까지 낮출 수 있다. 파워 트레인은 최고출력 370 마력, 최대토크 45.9kg.m을 발휘하는 트윈 터보 3리터 6기통 수평대향 엔진을 장착했다.
수평대향 6기통은 실린더를 양쪽에 3개씩 눕힌 상태로 나란히 배열한 것을 의미한다. 911 카레라 T는 이 엔진으로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h까지 가속하는데 4.5초를 소비한다. 911 카레라보다 단축했다.
수동 변속기만 있는 건 아니다. 포르쉐 더블 클러치(PDK)를 선택하면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h까지 가속하는데 단 4.2초 밖에 걸리지 않는다. 최고 속도는 290km/h로 얼마전 출시 한 718 GTS와 같은 속도다.
신형 911 카레라 T는 유럽시장 기준으로 내년 1월부터 판매한다. 아쉽지만 국내에는 출시되지 않으며 부가세 등 국가별 특별 사양을 포함한 독일 판매 가격은 한화 1억 4,300만원 부터 시작한다.
이미지:포르쉐
[영상]The new 911 Carrera T. Less weight, more driving pleas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