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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만, 서정성 짙은 해돋이 명소<연합이매진 커버스토리③>

등록일2017.01.09 14:12 조회수1136
순천만 화포해변 해돋이
순천만 화포해변 해돋이(사진/임귀주)

(순천=연합뉴스) 임동근 기자 = 새벽녘의 순천만은 희뿌연 유리창을 끼운 듯 안개가 자욱하다. 남쪽으로 고개를 삐죽하게 내민 별량면 화포 선착장에는 조그만 어선이 차가운 바닷물에 몸을 적시고 있다.

바람도 거의 없는 잔잔한 바다. 뒤쪽으로 멀리 늘어선 봉우리들이 희미하게 실루엣을 그리고 있다.

가끔 새벽 공기를 가르며 들려오는 우스꽝스러운 물새 울음소리가 평온함을 깨고 미소를 짓게 한다. ‘

'서정적'이란 단어가 꼭 어울리는 풍경이다.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는 화포해변 일출 모습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는 화포해변 일출 모습(사진/임귀주)

◇ 자연이 합주한 화포해변 일출

사위가 천천히, 하얗게 밝아오는 아침. 하늘에 뜬 구름이 돌연 연한 핑크빛으로 물들었다. 하늘빛이 노랑, 주황, 황금빛으로 변하면 수면도, 갯벌도 빛깔을 고스란히 담아낸다.

동쪽 산봉우리 위를 뒤덮은 안개 같은 구름 사이로 해가 모습을 드러내면 물새들은 청아한 소리를 내며 붉은 기운을 향해 가며 너울너울 춤을 춘다.

동해안 해돋이가 수평선 너머로 이글거리며 떠오르는 태양에 초점이 맞춰진 독주회라면, 남해안 해돋이는 이렇듯 하늘, 구름, 바다, 갯벌, 안개, 물새가 합작하는 오케스트라 무대이다.

태양이 모습을 드러내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사위는 한낮처럼 밝아진다. 갈대밭 너머로 갯벌이 드넓게 펼쳐진 화포해변 북쪽 해안로를 따라서는 갯벌에 모여든 물새들이 맑고 고운 울음소리로 새날의 시작을 알리고 있다.

순천만에서는 해돋이와 해넘이를 모두 감상할 수 있다. 해 질 녘 화포해변 맞은편에 있는 와온해변에 가면 바다를 빨갛게 태우며 솔섬 너머로 떨어지는 태양을 마주할 수 있다.

순천만 자연생태공원의 갈대 바다
순천만 자연생태공원의 갈대 바다(사진/임귀주)

◇ 숨 막히는 갈대 바다에 취하다

겨울철 순천만은 하염없이 펼쳐진 갈대밭을 거닐며 낭만을 만끽하고 사색하기 좋은 곳이다. 세계 5대 연안 습지로 꼽히는 순천만은 순천과 고흥, 여수에 걸쳐 있다. 특히 순천만은 갈대가 어른 키 높이로 자라는 가을과 겨울이 여행 최적기이다.

동천을 가로지르는 무진교에 올라서자 진한 황토 빛깔 갈대 바다가 펼쳐진다. “아, 정말 아름답다”는 말이 저절로 새어 나오는 풍경이다.

탐방로를 따라가자 순천만을 지나는 겨울바람에 갈대 바다에는 파도가 일고, 갈대는 서로 몸을 부대끼며 한여름 소낙비 같은 소리를 낸다.

갈대가 빚은 소리는 바람 소리, 물새 울음소리와 어우러져 한 곡의 교향악을 완성한다. 하늘에서는 솔개 대여섯 마리가 얼레에 연결된 연처럼 부드럽게 바람을 타고 넘는다.

탐방로 끝에서 향긋한 소나무 향기가 퍼지는 오르막을 20여 분 가면 용산전망대이다. 그곳에 서면 순천만 갈대밭과 갯벌, 바다 등 가슴이 탁 트이는 시원스런 풍경이 발아래 펼쳐진다.

동천이 바다로 유입하며 만들어낸 유려한 S자 물길, 종류별로 옹기종기 모여 쉬거나 거니는 물새도 관찰할 수 있다.

순천만 전경
순천만 전경(사진/임귀주)

◇ 문학적 감성 가득한 둑길

순천만을 부르는 또 다른 이름은 '무진'. 김승옥의 소설 '무진기행'의 가상 도시가 바로 이곳이기 때문이다.

김승옥은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나서 밖으로 나오면, 밤사이에 진주해 온 적군들처럼 안개가 무진을 삥 둘러싸고 있는 것이었다"고 했다. 순천만의 아침은 안개가 부유하는 몽환적인 풍경을 만들어낸다.

무진교에서 북쪽으로 둑길을 따라 15분 정도를 걸으면 순천문학관이 있다. 둑길을 천천히 걸으면 소설 속 주인공이 거닐었을 것 같은 풍경 속을 지나는 기분이 든다.

순천문학관에는 이곳 출신 김승옥과 '초승달과 밤배', '오세암'으로 유명한 동화작가 고(故) 정채봉의 문학관이 마련돼 있다. 내부에는 두 문인의 생애와 예술 세계를 엿볼 수 있는 육필 원고와 사진, 유품, 소설책 등이 전시돼 있다.

특히 김승옥 문학관에서는 '영자의 전성시대' '안개' '태양을 훔친 여자' 등 그가 각색한 영화의 포스터도 볼 수 있다.

김승옥 문학관 입구에는 "소설가란 스스로 '이것이 문제다'고 생각하는 것에 봉사해야지 어느 무엇에도 구속당해서는 안 된다. (중략)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하며 다만 스스로의 가치에 비추어 문제가 되는 것에 자신을 바쳐야 한다."는 글귀가 새겨져 있다.

낭만적인 와온해변 해넘이
낭만적인 와온해변 해넘이(사진/임귀주)

◇ 조류 인플루엔자로 당분간 출입 통제

순천만은 조류 인플루엔자(AI) 여파로 지난 12월 19일부터 잠정 폐쇄된 상태다.

순천만 자연생태공원 갈대숲에서 용산전망대에 이르는 탐방로, 용산전망대로 진입하는 남도삼백리길 등은 왕래가 금지됐다.

순천만 물길을 따라 운항하는 탐조선도 운항이 중단됐다. 순천문학관, 자연생태관, 소리체험관 등 주요 시설 관람 역시 제한된다.

화포해변 해돋이와 와온해변 해넘이는 볼 수 있지만 순천만을 제대로 감상하려면 AI가 물러간 후 방문하는 것이 좋다.

◇ 둘러볼 곳

▲ 순천드라마촬영장 = 1960년대 순천 읍내, 1970년대 서울 봉천동 달동네, 1980년대 서울 변두리를 돌아보며 추억 속에 빠져들 수 있는 장소다. 서울 변두리에는 다실과 바, 당구장, 미용실, 구두 수선방, 영화관 등이 있고, 순천 읍내에는 약방과 식당, 양복점, 전당포, 사진관 등이 있다. 달동네에 빼곡하게 들어선 허름한 집과 녹슨 아궁이와 연탄 등도 볼 수 있다. 드라마 '사랑의 야망' '에덴의 동쪽' '제빵왕 김탁구' '자이언트' '빛과 그림자' '감격시대' 외에 영화 '늑대소년' '인간중독' '강남1970' '허삼관'이 촬영됐다. ☎ 061-749-4003

▲ 낙안읍성 = 낙안면에 있는 조선 전기의 읍성으로 가장 완전한 모습으로 보존된 조선 시대 읍성 중 하나다. 읍성 안에는 실제 주민이 사는 초가집이 즐비하게 들어서 있다. 방문객은 짚풀 공예, 길쌈, 대장간 등을 체험할 수 있다. 동헌과 객사도 볼 수 있다. 길이 약 1.4㎞ 성벽 위를 걸으며 읍성을 바라볼 수도 있다. ☎ 061-749-8831

▲ 송광사 = 조계산 자락에 있는 송광사는 훌륭한 스님을 가장 많이 배출한 사찰이다. 보조국사 지눌이 여생을 보낸 곳이자, 2010년 입적한 법정 스님의 다비식이 진행된 곳이다. 날렵한 기와지붕이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보조국사의 사리탑이 있고, 성보박물관에는 보조국사가 목욕할 때 사용했다는 종려나무 껍질로 만든 신발 등이 전시돼 있다.

※ 이 기사는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17년 1월호에서 옮겨 실은 글입니다.

dklim@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7/01/09 08:03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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