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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한 SUV, 볼보 XC를 관통하는 4가지 키워드

등록일2018.11.02 18:14 조회수12013

#효자


시작은 XC90이었다. 포드에서 지리로 주인이 바뀌며(2010년) 한동안 힘든 시기를 겪었던 볼보. 2014년 볼보는 2세대로 진화한 기함 SUV XC90을 선보이며 본격 변신을 선언했다. 뼈대부터 심장, 외모까지 이름 빼고 다 바뀐 XC90은 새로운 볼보를 각인시키기 충분했다.

▲2세대 XC90


2세대 XC90이 태어나기 직전이던 2013년, 볼보는 국내시장에서 1,960대를 팔았다. 그 해 국내 전체 수입차 판매량이 15만 6,497대였으니 1.25%에 불과한 수준. 같은 해 BMW는 3만 3,066대, 메르세데스-벤츠는 2만 4,780대를 팔았다. 또 다른 스웨덴 출신 사브가 역사 속으로 사라진 직후여서 볼보도 안심할 수 없던 시기였다.

이랬던 볼보가 올해는 8,500대 판매를 무난히 내다보고 있다. 생각보다 차가 잘 팔려 원래 목표보다 더 높여 잡았다. 이를 달성하면 2013년 대비 무려 433% 성장하게 되는 셈. 시장점유율도 올해 1-9월을 기준으로 3.3%를 기록해 2배 이상 높아졌다.

▲볼보는 올해 8,500대 판매를 내다보고 있다 (자료: 한국수입자동차협회)


▲2017년 9월 국내 출시한 XC60


▲2018년 6월 국내 출시한 XC40


최근 5년 사이 이만큼 성장한 수입차 브랜드는 볼보가 유일하다. 이제 볼보는 한국 수입차 시장에서 당당히 목소리를 내는 잘 나가는 브랜드가 됐다.


이는 동생 XC60과 XC40이 각각 2017년과 2018년 연타석 안타를 날린 덕분이다. XC90을 통해 보여준 볼보의 가능성을 동생들이 증명했다. 현재 XC90과 XC60, XC40은 모두 말 그대로 '없어서 못 파는' 입장이다. 국내 판매량이 급격히 늘었지만, 세계적으로도 상황이 다르지 않기 때문에 물량을 제때 공급하기 쉽지 않다. 긴 대기 시간 때문에 '포르쉐냐'는 웃지 못할 핀잔도 듣는다.


▲내년엔 XC 모델의 판매 비율이 60%를 차지할 전망이다


‘SUV의 인기’는 이제 ‘춘천의 닭갈비’만큼 너무나 당연한 사실이 됐다. XC90이 국내 출시된 2016년, XC 라인업은 볼보 전체 판매량의 39%를 차지했다. 이후 XC60과 XC40의 지원사격이 이어졌다. 볼보가 예상한 올해 XC의 비율은 53%. 내년엔 60%까지 내다보고 있다. XC야말로 ‘SUV인기’의 순풍을 타고 브랜드를 일으켜 세운 효자다.


#같은듯다른


요즘 일부 프리미엄 브랜드는 패밀리룩을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형, 동생을 구분할 수 없다. 각기 다른 개성을 지닌 형제가 아니라, 아예 일란성 쌍둥이를 만들어 버렸다. ‘차덕’들이 봐도 헷갈릴 지경이다.

▲XC40 / XC60 / XC90 (좌에서 우)


▲XC90 / XC60 / XC40 (위에서 아래)


볼보는 이런 우를 범하지 않았다. ‘스칸디나비안 디자인’으로 대변되는 패밀리룩을 굳건히 하면서도 각 모델의 특징을 충분히 살렸다. 맏형 XC90이 기준을 세우고, 뒤이어 나온 XC60, XC40은 다양성과 변주의 묘미를 살렸다.

볼보의 상징인 아이언 마크와 사각 라디에이터 그릴은 삼형제가 공통. ‘토르의 망치’로 불리는 주간주행등 덕에 밤에도 한눈에 볼보임을 알 수 있다. 수직으로 떨어지는 리어램프는 XC의 전통이다. 보닛 주름이 옆면 캐릭터라인으로 이어지는 점도 같다.

▲같은 듯 다른 보닛 주름. XC90 / XC60 / XC40 (위에서 아래)


▲동생으로 갈수록 꺾임이 심하다. XC90 / XC60 / XC40 (위에서 아래)


고급스러움과 권위, 당당함을 앞세운 XC90은 가장 사각형에 가까운 라디에이터 그릴을 했다. 60을 거쳐 40으로 갈수록 아랫면의 각을 세워 역동성을 살렸다. 벨트라인도 마찬가지. XC40이 끝에서 가장 가파르게 꺾여 올라간다.

헤드램프는 물론 리어램프도 다 다르다. 아래로 떨어지는 XC90과, 안으로 파고든 XC60, 바깥으로 뻗어나간 XC40이 각 모델의 성격과 주변 디자인에 딱 어울린다. 세 모델이 똑같이 내려오기만 했으면 얼마나 심심했을지, XC40의 리어램프가 60처럼 안쪽을 향했으면 그렇지 않아도 작은 차가 얼마나 좁아 보였을지 떠올려보라.

▲XC90 / XC60 / XC40 (위에서 아래)


실내는 또 어떤가? XC90이 나무와 가죽, 크롬을 따스하게 버무려 스칸디나비안 디자인을 자동차 실내로 옮겨왔다. XC60은 교묘한 솜씨로 형 못지않은 고급스러움을 지켜냈다.

XC40은 아예 방향을 틀었다. 막내다운 발랄함이 고급감에 대한 아쉬움을 잊게하고, 곳곳에 숨은 수납공간이 작은 차의 불리함을 씻어낸다.

▲도어트림만 봐도 각 모델의 성격이 여실히 드러난다. XC90 / XC60 / XC40 (위에서 아래)


▲XC40의 재치있는 수납 공간은 작은차의 아쉬움을 잊게한다


삼형제 모두 정제되고 단정한 겉모습과 호텔 거실을 닮은 편안한 실내를 지녀 ‘스칸디나비안’이란 형용사와 딱 어울린다. 모델별로는 추구하는 바를 명확히 했다. XC90은 ‘스웨디시 럭셔리’, XC60은 ‘스웨디시 다이내믹’, XC40은 ‘스웨디시 미니멀리스트’를 내세웠다. ‘같은 듯 다른’ XC의 디자인은 ‘다른 듯 같은’ 패밀리룩의 홍수 속에 가치를 더한다.


#드라이브-E

프리미엄 브랜드가 되고 싶던 볼보. 항상 대중 브랜드와 프리미엄 브랜드 중간 어디쯤에서 맴도는 듯했던 볼보는 급격히 늘어난 판매량과 함께 서서히 꿈을 이뤄가는 중이다. 하지만 디자인과 소재, 마케팅 등에서 합격점을 받았음에도 빠진 게 하나 있다.


바로 다기통 대배기량 엔진. 12기통, 8기통 엔진은 프리미엄 브랜드의 자존심이자 가슴 후련한 감성의 보고다. 적어도 6기통에 3리터 이상은 돼야 ‘고급차’ 소리를 들었다. 이런 마당에 볼보는 전 모델, 모든 트림을 2리터 4기통 엔진으로 채웠다. 여기에 맞물린 변속기도 8단 자동으로 통일했다. ‘드라이브-E’라고 부르는 볼보의 공동 파워트레인이다.


엄격해진 환경규제가 다기통 대배기량 엔진의 숨통을 조이는 요즘이지만, 4기통 2리터 엔진뿐이라니! 볼보는 이런 우려에 대한 해결책으로 갖가지 대비를 했다. 다운사이징 엔진 기술의 종합선물세트라 할만 하다.


▲디젤 D5 엔진



▲정밀한 연료 분사를 위한 '아이-아트(i-ART)'기술


현재 국내에서 팔리는 XC의 심장은 디젤 1종(D5)과 가솔린 2종(T4, T6), 하이브리드 1종(T8)이 있다. XC90과 XC60은 똑같이 D5, T6, T8이, XC40은 T4가 들어간다. 이 밖에 해외에는 모델별로 D3와 D4, T5까지 고를 수 있다. 모두 코드네임 ‘VEP4’로 불리는 엔진 아키텍처를 사용했고, 당연히 배기량도 1,996cc로 같다.


먼저 D5를 살펴보자. D5에는 ‘아이-아트(i-ART, Intelligent Accuracy Refinement Technologies)’로 불리는 지능형 연료분사 기술을 적용했다. 인젝터마다 설치된 칩이 연소 행정마다 최적의 분사 압력을 찾아 연료를 뿜어준다. 최신 디젤 엔진에서는 연료 분사 기술의 정교함이 성능과 효율을 판가름한다.


▲터보래그를 줄여주는 '파워펄스'


▲슈퍼차저와 터보차저가 모두 쓰인 T6 엔진


여기에 ‘파워펄스(Power Pulse)’ 기술도 더했다. 터보 엔진의 태생적 한계인 터보래그를 줄이기 위한 장치다. 평소 2L 용량의 탱크에 압축공기를 모아두었다가 낮은 엔진회전수, 그러니까 배기압력이 충분치 않은 시점부터 터빈을 돌리는데 활용하는 원리다. D5 엔진이 얹힌 XC90과 XC60은 235마력, 48.9kgm를 발휘한다.


T6 엔진도 흔치 않은 기술을 적용했다. 슈퍼차저와 터보차저를 모두 얹어 320마력, 40.8kgm를 낸다. 배기량을 생각하면 상당한 힘이다. 무겁고 비싸지만 터보래그 없이 곧바로 과급압을 얻을 수 있는 슈퍼차저, 가볍고 고회전 효율이 좋지만 터보래그를 동반하는 터보차저. 이 둘을 모두 얹어 단점은 보완하고 장점은 살려 최상의 시너지효과를 냈다.


▲'T8 트윈엔진'은 T6 엔진(연두색)이 앞바퀴를, 전기모터(파란색)가 뒷바퀴를 굴린다


드라이브-E 중 최고 출력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T8의 차지다. T6 엔진이 앞바퀴를 맡고, 87마력짜리 전기모터가 뒷바퀴를 굴린다. 시스템 합산 출력은 405마력. 볼보는 이를 ‘트윈 엔진’이라고 부른다. 정지 상태부터 24.5kgm를 발휘하는 모터가 차를 출발시키고, 속도가 붙은 후에는 T6 엔진이 40.8kgm의 토크로 바통을 이어받는다.


감속 시 에너지를 모으고, 급가속 시 둘이 힘을 합치는 것을 물론이다. BMW i8도 비슷한 하이브리드 방식을 쓰는데 엔진과 모터의 앞뒤 위치가 반대다.


▲XC90 T8의 앞펜더에 자리한 충전 포트


사실 2리터 4기통 엔진의 한계는 분명하다. 외계인 아니라 외계인 할아버지가 만든 기술을 가져다 붙여도 8기통 이상 대배기량 엔진만큼 풍요롭지 못하다. 볼보는 과감히 감성보다 이성을, 허세보다 실리를 택했다.


어차피 전기차 시대가 되면 과거의 유물이 될 내연기관이 아니던가. 드라이브-E를 통해 과도기를 슬기롭게 지나면 전기차 시대로 앞서갈 수 있다는 심산이다. 볼보는 내년부터 더 이상 내연기관만 들어간 신차를 내놓지 않겠다고 발표했으며, 나아가 2025년에는 전체 판매량의 절반을 순수 전기차로 채우겠다고 밝혔다. 드라이브-E는 볼보가 미래로 가는 다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인텔리세이프


볼보 얘기하는데 안전을 가장 마지막에 넣은 이유는 너무 당연하기 때문이다. 이제 ‘안전의 볼보’는 스스로 붙인 마케팅 용어를 넘어 남들이 먼저 인정하는 수식어가 됐기에 가치를 더한다. 유로앤캡(Euro NCAP)을 비롯한 여러 안전도 평가 항목 결과가 이를 증명한다.


▲2015년 XC90, 2017년 XC60, 2018년 XC40 모두 유로앤캡에서 별 다섯을 받았다


▲IIHS 스몰오버랩 테스트에서 만점을 받은 2세대 XC90


2012년 IIHS(미국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에서 갑자기 스몰오버랩 테스트(전면 일부만 충돌시키는 평가)를 시행해 많은 브랜드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지만, 경쟁모델 대비 한참 전에 출시된 1세대 XC90이 유유히 합격점을 받았던 일화는 유명하다. ‘인텔리세이프(INTELLISAFE)’의 수동적 안전 시스템이 빛을 발한 덕분이다.


인텔리세이프는 볼보가 자랑하는 능동, 수동 안전 시스템의 통칭이다. 능동적 시스템은 긴급 제동을 위한 ‘시티 세이프티’와 반자율주행 기능 ‘파일럿 어시스트’, 도로 이탈 사고 시 부상을 줄여주는 ‘도로 이탈 보호 시스템’ 등을 포함한다.


인텔리세이프에 들어간 다양한 기능과 상황별 대처 시스템의 목표는 하나다. 궁극적으로 완전 자율주행 시대를 향한 과정. 새로 추가되는 세세한 기능마다 이름을 붙이고, 기존 시스템과 통합하며, 마케팅에 활용한다. 그림자처럼 숨어있다 유사시 능력을 발휘하거나, 혹은 평소 간단하게 쓸 수 있으니 복잡하다고 부담 가질 필요는 없다.


▲룸미러 뒤에 달린 ASDM은 인텔리세이프를 위한 눈이다



볼보는 인텔리세이프를 위해 차체 곳곳에 많은 ‘눈’을 심었다. 룸미러 뒤로 ASDM(Active Safety Domain Master)을 장착했고, 뒷범퍼 양측면에는 SOD(Side Object Detection) 모듈을 장착했다.


ASDM은 레이더와 카메라로 구성했다. 레이더를 통해 200미터 전방 20도 이내와 40미터 전방 60도 이내를 감지한다. 카메라는 52도 이내의 차선과 교통 표지판, 장애물을 인식한다. SOD는 사각지대 정보 시스템을 위해 후측방을 감지하는 레이더다.


ASDM과 SOD를 통해 얻은 정보는 운전자에게 제한 속도를 알려주고, 스스로 차선과 차간 거리를 유지하며, 장애물과 충돌이 임박하면 경고 및 제동하는데 쓰인다. 전방 장애물은 1280x960의 VGA 화질로 찍은 영상을 미리 입력된 탬플릿과 대조해 종류를 구별한다. 볼보는 차량, 보행자, 자전거, 대형동물을 구별하는데, 브랜드 별로 인식 대상의 폭과 정확도가 다르다. 자전거와 대형동물은 아직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볼보는 ‘2020년 교통사고 사망, 중상자 0명’을 목표로 하는 ‘비전 2020’을 선언했다. 볼보의 인간 중심 철학과 앞선 기술이 인텔리세이프를 통해 착실히 구현되고 있기에 ‘비전 2020’이 공허한 외침으로 들리지 않는다.


이미지:카랩, 볼보자동차코리아


이광환 carguy@carla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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