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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안 400년 종가의 손맛, 강릉 한정식 '과객'

등록일2019.02.19 09:45 조회수11669







 

동해안 양반집에서 전수돼 온 전통의 맛은 어떤 것일까?


강원도 강릉의 관문인 강릉시 성산면 금산리에 400년 가까운 세월을 버텨낸 종가(宗家)가 있다.

강원도 유형문화재 제55호로 지정된 전통한옥 '상임경당'(上臨鏡堂)이다.







집에서 담근 술




 




 과객(過客)의 시작



400년이나 된 고가에 식당 문을 열게 된 것은 집을 지키고자 했던 부모님의 뜻에서 시작되었다. 부모님의 부름을 받아 귀향하게 된 자식들이 고풍스러운 가옥을 활용한 품위 있는 음식점을 열기로 한 것이다.

이 곳에서는 주문진 향호리에 있는 외갓집 등에서 직접 농사지은 고추와 배추, 강릉산 쌀 등으로 요리를 한다. 재료에서부터 정성이 들어가서인지 맛이 맛깔스럽고도 고급스럽다.


그전에는 이 고택을 통해 전해져 내려오는 맛을 아무나 보지는 못했다. 그러나 이젠 달라졌다. 평창올림픽을 통해 알음알음으로 알려지면서 외국인들의 발걸음이 잦아진 것이다. 덕분에 양반다리가 힘든 외국인들을 위한 입식 좌석까지 마련했다.





씨간장이 익어가는 장독대







 과객(過客)의 맛



종가, 또는 대대로 장을 담그는 집에서 조선간장을 담글 때는 예로부터 내려오던 간장을 한 국자씩 넣어 다시 발효시킨다. 이때 사용되는 간장을 씨간장이라 한다. 씨간장은 그래서 세대와 세대를 연결하는 맛이라 한다. 그 시간만큼 깊은 맛과 정성이 들어가 있는 것이다.


과객의 장독대에는 앞서 언급한 씨간장 뿐 아니라 강된장과 담뿍장, 막장 등 다양한 형태의 장이 햇살을 머금으며 익어가고 있다.







왼쪽 위에서부터 명태 김치, 문어 무침, 된장찌개, '뭉생이(백설기)'와 식혜







종가의 음식을 발달시킨 것은 제사였다. 예전에는 한식, 단오까지 제사를 지낼 정도로 그 수가 많았다고 한다. 다양한 종가의 음식 중 식해는 제사를 마치고 남은 대구포를 찧고 옥수수를 부수어 밥을 해서 만들어 낸 음식이라고 한다.


김치는 동태를 썰어 넣어 시원한 맛을 냈고, 문어 무침의 경우에는 씨간장으로 맛을 낸 뒤 직접 농사지은 참깨와 들깨 등으로 짠 기름을 발라 내놓는다. 뜨끈한 된장찌개는 고추장과 된장, 청국장, 막장 등 네 가지를 섞어내며 특히 싹을 살짝 낸 청밀을 갈아서 장에 넣는 것이 독특한 맛을 낸다. 디저트로 나온 백설기 또한 특별함을 가지고 있다. 모싯잎이나 쑥 등을 넣어 집에서 만든 것인데, 강릉지방에서는 백설기를 '뭉생이'라 부른다고 한다. 뭉생이와 함께 나온 식혜도 손수 엿기름을 내 만들어 감칠맛이 난다.















 과객(過客)의 음식 



1인분 2만원인 과객진짓상을 시키면 종가의 기품이 서려 있는 여러 음식을 맛볼 수 있다. 먼저 호박죽과 흑임자 샐러드가 전채요리로 나오는데 샐러드가 맛깔스럽다. 묵무침도 예사가 아니다. 녹두를 갈아서 체로 거른 뒤 가라앉은 앙금을 모아서 쑨 청포묵이다. 또 제철 채소인 호박과 가지 등으로 구성된 모둠전도 맛깔스럽고 가자미조림과 한우 떡갈비 등도 입맛을 자극한다.


어쩌면 1인분 3만원인 떡갈비진짓상을 시키는 게 경제적일 수도 있다. 1인분에 4만원인 문어진짓상에 올라오는 문어 무침이 맛보기로 나오기 때문이다. 반드시 예약 손님만 받으며, 토요일만 저녁까지 손님을 받고 평일은 점심만 한다. 일요일은 쉰다는 사실 또한 잊지 말자.




글 · 사진 성연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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