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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자극하는 추억의 보물창고, 한국근현대사박물관

등록일2019.03.25 10:30 조회수6306









추억은 아련하고 서글프다. 기억이 잘 나지 않아서,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없어서다. 추억이 깃든 물건을 마주할 때 괜스레 가슴이 저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느낌은 따뜻하다. 거기엔 그때의 이야기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경기도 파주 헤이리에 있는 한국근현대사박물관은 이렇듯 추억과 기억을 품은 공간이다. 산더미처럼 쌓인 그 시절의 물건이 잊혔던 그때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아련한 그 시절로 여행을 다녀왔다.









근현대사라고 하면 물먹은 솜처럼 한없이 무거운 느낌이 든다. 우리 역사에 유독 굴곡이 많았던 시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근현대사박물관은 전혀 무겁지 않다. 건물 외벽에 붙은 박물관의 부제도 '추억의 골목동네 달동네'다. 그곳에는 1960~1970년대의 추억 어린 물건이 가득하다.





다양한 물건을 볼 수 있는 추억의 소장품관





한국근현대사박물관은 1960년대 전후의 동네를 고스란히 재현한 풍물관(지하 1층), 학교와 주변 등을 중심으로 문화의 변천사를 보여주는 문화관(지상 1,2층), 근현대사를 엿볼 수 있는 역사관과 추억의 소장품관(지상 3층)으로 구분돼 있다.













 냄새까지 재현된 1960년대 



50여 년 전으로의 시간 여행은 매표소 옆에 활짝 열린 대문으로 들어서면서 시작된다. 우선 1960~1970년대의 허름한 골목이 그 시절의 영화라도 보는 듯 '짜잔!' 하고 눈앞에 나타난다. 지금은 중년이 된 아빠·엄마와 머리카락 희끗희끗한 우리 할아버지·할머니가 지나온 시간이다.





박물관 입구에 있는 옛 가게 풍경





 

'금촌상회'란 간판을 단 가게에는 지금은 자취를 감춘 담배와 어느 집이든 하나씩은 있었던 비사표 성냥, 남양 분유 깡통, 사탕과 껌, 파일럿 잉크, 비닐우산, 공책 등이 진열돼 있다. 하지만 이건 맛보기에 불과하다. 계단을 내려가면 허름한 집들 사이로 골목이 구불구불 이어지는 50여년 전의 동네가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박물관 지하에는 1960∼1970년대 동네가 조성돼 있다





2개 층을 합한 크기의 지하공간을 가득 채운 동네의 규모도 대단하지만, 마을의 모습은 타임머신을 타고 50여년 전으로 거슬러간 듯 무척 생생하다. 최준호 한국근현대사박물관 학예사는 "이곳에 있는 집과 건물은 언뜻 미니어처로 보이지만 사실은 재개발되거나 폐허가 되며 남겨진 자재를 옮겨와 지은 옛것"이라며 "실제 사용한 자재로 재현해 그 시절의 분위기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곳 공기에는 오래된 동네 특유의 냄새도 부유한다.







1960∼1970년대 영화 포스터가 붙어 있는 극장







 향수 자극하는 그 시절의 동네 



골목을 따라가면 그 시절의 모습을 간직한 가게들이 보인다. 가게마다 원래 자리인 듯 옛 물건이 잘 진열돼 있어 지금이라도 당장 손님을 받아도 될 듯하다. 더구나 당시 상인들의 활동 모습이 마네킹으로 재현돼 있어 현실감도 있다.


 

'금촌극장'에는 영화 '지게꾼' 간판이 걸려 있다. 이두용 감독의 '웃고 사는 박서방', 우리나라 장편 만화영화의 효시인 '쾌남 홍길동', 도금봉·김희갑 주연의 '왈순아지매' 등 옛 배우들이 등장하는 영화의 포스터도 볼 수 있다.





화려한 자개농이 있는 상류층의 집





1960년대 서민 가정의 방에서는 화사한 노란색 비닐 장판과 대조를 이루는 허름한 세간살이, 콩나물시루가 시선을 끈다. 재봉틀로 한복을 짓거나 고치는 삯 바느질 집, 화려한 자개농과 화로가 놓인 상류층의 집도 볼 수 있다.


동네마다 있던 연탄 가게를 지나 계단을 오르면 달동네다. 달동네는 골목이 좁고 언덕이 높아 늦은 저녁 집에 갈 때 집까지 얼마나 남았는지 올려다보면 달이 보인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한 사람이 겨우 지날 정도로 좁은 계단을 올라 안쪽으로 들어가면 만날 수 있는 조그만 방에서는 한 아낙이 풀을 쒀 봉투를 붙이고 있다. 한국전쟁 이후 도시의 달동네에서는 봉투를 붙이며 입에 풀칠했다고 한다. 냄새라도 날듯 똥이 가득 쌓인 재래식 화장실을 통과하면 추억의 옛 동네는 끝이 난다.







옛 학교생활을 엿볼 수 있는 상업고등학교 교실







 교복 입고 만끽하는 학창시절 



1층은 옛 학창시절을 엿볼 수 있는 문화관이다. 우선 1960~1970년대 국민학교(지금의 초등학교) 앞 풍경이 펼쳐진다. 국민학교 교문을 들어서면 아이들이 말뚝박기를 한다. 풍금이 있는 교실에서는 아이들이 콩나물시루처럼 빼곡하게 앉아 수업을 듣는다. 떠든 아이들은 교실 뒤편에서 벌을 받고 있고, 난로 위엔 양은 도시락이 쌓여 있다.


1970년대 상업고등학교 교실에는 책상마다 타이프라이터가 놓여 있다. 관람객은 이곳에서 교복이나 교련복을 입고 사진을 찍으며 50여 년 전 풍경 속에 흠뻑 빠져볼 수 있다.





'쥐를 잡자'란 문구가 이채로운 1960년대 포스터





탐방로를 따라가면 '세금은 국가의 재정, 기일 내에 바칩시다!', '콩을 더 많이 심자', '다 같이 쥐를 잡자' 등 시대상을 엿볼 수 있는 해방 이후부터 1970년대까지의 관공서 포스터도 볼 수 있다. 다음 장소는 새마을회관과 새마을지도자의 집. 1970년대 생활 환경 개선과 소득 증대를 위해 실시한 새마을운동에 대해 엿볼 수 있는 공간이다. 새마을회관 옆으로는 모형 소총과 철모, 교범, 군인복무규율 수첩 등 군부대 관련 물건이 전시돼 있다.







역사관에 전시된 김구 관련 전시물







 주요 근현대사 담긴 역사관 



마지막은 역사관과 추억의 소장품관이다. 고종과 순종, 김구, 역대 대통령 등 근현대사 주요 인물에 대한 사진과 관련 자료가 전시돼 있다. 또 일제강점기부터 한국전쟁, 88올림픽과 2002년 월드컵까지의 역사가 담겨 있다.


추억의 소장품관에는 석유등, 잡지, 레코드판, 음료수병 뿐만 아니라 1966년 금성사가 생산한 우리나라 최초 흑백 텔레비전도 볼 수 있다. 당시 판매가는 쌀 25가마에 해당하는 6만3천500원이다. 하지만 장기 할부판매 청약 경쟁률은 50대 1로 인기가 무척 높았다고 한다.


한국근현대사박물관이 있는 헤이리 예술마을은 박물관 24개, 미술관 51개, 공연장 6개가 모여 있는 문화·예술 공간이다. 분위기 좋은 카페와 맛집도 있어 자녀, 연인, 친구와 함께 나들이하기에 좋다.






글 임동근 · 사진 조보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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