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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원사 티베트박물관, 티베트의 종교·문화·삶을 만나다

등록일2019.05.22 09:29 조회수1746









히말라야 북쪽, 중국 남서부의 산악지대에 ‘신의 땅’이라 불리는 곳이 있다. 눈 덮인 산과 깊은 계곡, 푸른 호수가 매력적이지만 인간이 살기에 험준하고 척박한 땅이다. 그 오지에서는 세상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독특한 풍경과 삶이 펼쳐진다. 그곳은 바로 티베트다.


티베트는 우리에게 미지의 세계로 인식된다. 히말라야 북쪽의 고산지대라는 심리적인 거리도 그렇지만 가끔 TV에서 보던 그들의 삶과 문화, 종교가 너무도 생소하기 때문이다. 전남 보성에 있는 국내 유일의 티베트박물관이 흥미로운 이유다. 그들의 특별함과 만나볼 수 있는 세계로 잠시 여행을 떠나보자.













 흰색 불탑과 108개의 마니보륜 



커다란 흰색 불탑이 한낮의 태양 아래 눈부시다. 높이 15m 탑의 이름은 '수미광명탑'. 사각형의 탑 둘레로는 만트라(불교의 진언 주문)가 봉안된 기도바퀴 108개가 달려 있고, 울긋불긋 타르초(불교 경전을 적은 천 조각)가 바람에 나부낀다. 기도바퀴를 돌리며 불탑을 한 바퀴 돌면 만트라를 108만번 외는 것과 같고, 그만큼의 공덕을 쌓게 된다고 한다.




수미광명탑 둘레에 달려있는 기도바퀴




 

탑의 내부는 약사여래법당으로 꾸며져 있다. 내부 중앙에는 네팔의 석가족 장인들이 만든 약사여래 삼존불이 모셔져 있고 벽에는 약사여래·석가모니·아미타불·미륵불이, 천장에는 만다라가 화려하게 그려져 있다. 수미광명탑 뒤편으로 흰색 불탑이 좌우에 두 개씩, 가운데 한 개 놓인 계단이 있고, 그 끝에 티베트박물관이 들어서 있다.


이 박물관은 박물관장인 석현장 스님이 1987년 인도 여행 중 달라이 라마를 만나 인연을 맺은 후 티베트, 네팔, 인도, 부탄, 몽골 등에서 관련 유물과 자료를 모아 2003년 건립했다. 전시된 유물은 600여점에 달한다. 석현장 스님은 "티베트인의 삶이 우리의 역사와 유사하고, 그들이 오래도록 지켜온 정신문화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꼭 필요하고, 해답을 줄 수 있을 것 같아 티베트 문화를 전하는 박물관을 세우게 됐다"고 말했다.







티베트인 음악인 카락 뺀빠 씨가 둥까르(소라나팔)를 불고 있다







 독특한 모습의 불상과 법구 



박물관을 돌아보기 전 우선 티베트불교를 이해하는 것이 좋겠다. 티베트에는 7세기경 불교가 전래한 후로 티베트 각 지역의 토속신앙과 결합한 다양한 불교 종파(소승, 대승, 밀교가 복합된 독특한 형태)로 발전했다. 박물관 1층에서는 티베트의 불교미술을 보여주는 전시물을 볼 수 있다. 조각이나 그림을 보면 특이한 것이 많은데 이는 각 종파가 각자의 교리에 적합한 존상과 종교적인 스승을 표현했기 때문이다.


전시관 한쪽에는 국내 사찰이나 박물관에서는 보기 힘든 불상들이 진열돼 있다. 부처의 머리 꼭대기를 신격화한 불정존승모는 장수를 상징하는데 얼굴이 3개, 팔이 8개나 있다. 지혜와 자비가 완전한 합일을 이룬 깨달음의 상태를 남녀의 결합으로 표현한 부모불, 관세음보살이 악한 사람들을 대하며 화난 모습으로 변한 분노존인 마하깔라, 부처의 고행상, 인도 신화에 나오는 새인 가루다도 있다.




인골이나 사람 가죽으로 만든 북, 피리, 용기 등의 법구




티베트불교에서 인생무상과 죽음을 묵상할 때 사용하는 피리, 북, 나팔, 쇠북, 금강저, 소라나팔 등의 다양한 법구도 있다. 따마루라 부르는 작은 북은 사람의 두개골과 머리가죽으로, 깡링(피리)은 사람의 대퇴골로 제작됐다. 밀교 의식에서 피를 담을 때 사용하는 용기인 퇴방은 실제 사람의 두정부를 잘라 만든 것이다.




닥종이에 쪽물을 들인 후 옻칠을 하고 그 위에 글씨를 쓴 티베트 불경




1층 별도 공간에는 '달라이라마실'이 마련돼 있다. 문을 들어서면 미소 짓는 달라이 라마의 마네킹이 방문객을 맞는다. 마네킹이 입은 옷은 실제 달라이 라마가 입었던 옷이라고 한다. '평화, 비폭력, 윤리, 공생'을 주제로 달라이라마의 행적을 담은 사진이 전시돼 있고, 11면 관세음보살, 달라이 라마의 궁전인 포탈라궁의 사진, 닥종이에 쪽물을 들인 후 옻칠을 하고 그 위에 금 가루, 터키석, 산호석의 가루로 글씨를 쓴 티베트 불경을 볼 수 있다.







부처가 깨달은 진리의 세계를 기하학적인 도형으로 표현한 만다라







 진리의 세계 형상화한 만다라 



2층에서는 티베트불교의 정수이자 진리의 세계를 예술로 승화시킨 만다라를 만날 수 있다. 산스크리트어로 '원'을 뜻하는 만다라는 부처가 깨달은 진리의 세계를 기하학적인 도형으로 표현한 것이다. 만다라를 보면 중앙에서부터 3단계로 구분돼 있는데 중앙에는 주신들이 있고, 네 방향의 신이 사각 틀 안에 표현돼 있다. 바깥 원에는 불경에 나오는 여러 모습의 신이 배치돼 있다. 만다라를 제작한 승려들의 인내와 솜씨에 혀가 내둘려질 지경이다.


이렇듯 어렵게 완성된 만다라는 원래 의식에 사용된 뒤 형체 하나 남기지 않고 쓸어모아 강물에 흘려보내진다. 세상의 모든 아름다움은 덧없고 집착은 무의미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2층 전시관에 진열된 불상가섭불의 진신사리




전시관 벽에는 화려한 만다라 그림들이 걸려 있고, 불상들이 사람과 마주할 수 있게 눈높이에 놓여 있다. 뱀 7마리가 부처를 감싼 불상, 고행하는 부처상, 가섭불의 진신사리도 볼 수 있다.


만다라 전시관 옆 공간은 티베트의 문화를 엿볼 수 있는 곳이다. 각종 동물과 산수가 그려진 티베트 가구와 휴대용 담배통, 악한 기운을 막기 위해 목이나 어깨에 걸고 다니기 위해 제작한 휴대용 불감인 수룽콜, 티베트 전통 의학을 보여주는 탕카, 관음보살의 눈물에서 태어난 타라보살 등을 담은 탕카 등이 전시되어 있다.







각종 지옥 관련 설화에 등장하는 탈







 흥미로운 저승으로의 여행 



지하 1층에서는 '신과 함께 저승여행'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어서 와, 저승은 처음이지'란 문구가 붙은 저승입구로 들어서면 으스스한 저승으로의 여행이 시작된다.




염라대왕의 부인 '쟈무디' 상




우선 계단 옆에는 사고, 질병, 객사 등 억울하게 죽은 사람을 위해 기도하는 제단이 있다. 옆으로는 인간을 밟고 서서 춤을 추는 험악한 표정의 쟈무디상이 있다. 이기심, 집착, 번뇌에 빠지지 말라는 뜻이다. 저승에서 죽은 사람을 재판하는 모습을 그린 시왕도도 전시돼 있다. 명부전 봉안용으로 조성된 불화로 지장보살도, 시왕도, 사자도가 함께 남아 있는 보기 드문 사례라고 한다.




저승에서의 재판 모습을 그린 시왕도




 

각 시왕도를 보면 커다란 전각 안에 대왕이 있고 그림 아래에서는 강도·강간, 거짓말과 사기, 동물 학대, 폭행, 방화, 음해, 배신 등 죄에 따른 형벌이 내려지고 있다. 철상지옥에서는 쇠못이 빼곡한 철판에 눕히고, 발설지옥에서는 혀를 길게 빼내 혓바닥을 쟁기로 갈고, 거해지옥에서는 몸을 톱으로 썰고 맷돌로 갈아버리고, 한빙지옥에서 얼음 속에 넣어 냉동시키는 등 만화 '신과함께' 속의 형벌이 생생하게 그려져 있다.


전시관 안쪽으로는 사후 새들에게 시신을 공양하는 티베트 전통의 장례인 천장을 엿볼 수 있는 조장전시실이 있다. 시신이 뜯기고 해체되는 과정을 적나라하게 보여줘 비위나 심장이 약한 사람들은 지나쳐도 좋을 것 같다. 안쪽으로는 죽음체험실이 있다. 칠흑같이 어두운 공간에 놓인 관 속에 누워 죽음을 묵상하며 현생의 삶을 돌이켜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글 임동근 · 사진 전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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