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이미지

초록을 숨 쉬다, 서울식물원

등록일2019.05.29 12:56 조회수1014






 



미세먼지에 황사까지 엎친 데 덮치는 봄, 도심에서 잠시라도 마음껏 숨 쉴 곳이 필요하다. 또다시 최악의 미세먼지가 세상을 뒤덮은 어느날, 서울 마곡동 서울식물원으로 피신했다. 미세먼지에 한강 다리조차 구분되지 않는 서울 시내를 가로질러 도착한 식물원에서 온실 가득한 초록을 마주하자마자 두통이 사라졌다.







서울식물원 내 온실 풍경







 온실에서 만나는 이국의 식물 



온실은 열대 기후와 지중해 기후에 속하는 12개 도시의 정원을 테마로 꾸며졌다. 열대관과 지중해관은 각각 기후에 맞는 온도와 습도 제어를 위해 유리 벽으로 분리했고, 열대관에서는 키가 높이 자라는 열대 식물을 다른 각도에서 볼 수 있도록 스카이워크도 설치했다. 그냥 휙 둘러보면 30분도 족할 테지만, 어느 시인이 그랬던 것처럼 이국의 꽃과 나무의 이름을 하나하나 불러주고 생김새를 들여다 보려면 몇 날도 부족할 듯싶다. 현재 온실 안에 있는 식물종은 약 500종, 앞으로 800종까지 늘어날 예정이다.





방문객을 맞아주는 틸란드시아





열대관에 들어서면 인조 동굴에 매달린 박쥐난과 틸란드시아, 국내에서 가장 큰 벵갈고무나무가 먼저 맞는다. 구아바, 망고, 코코넛 야자, 카카오, 파파야, 망고스틴 등 열대 과실수 중에 열매를 맺은 것은 아직 없다. 커피 열매가 이미 맺혔는데, 산책로 가까이 열렸던 건 누군가 따가고(그러지 맙시다) 없고, 잎 뒤에 숨은 걸 간신히 하나 찾았다. 야자나무만 해도 가장 높이 자라는 대왕야자부터, 피닉스 야자, 카나리아 야자, 대추야자, 주병 야자, 워싱턴야자, 여우꼬리 야자, 미라구아마 야자, 야자처럼 안 생긴 공작 야자, 줄기가 붉은 립스틱 야자, 해를 향해 뿌리를 옮겨내리며 걸어 다니는 야자까지 다양하다.





온실에서 가장 '몸값'이 비싼 캐넌볼 트리

 




석가모니가 도를 깨달았다는 인도 보리수, '어린왕자'에 등장하는 바오바브나무도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온실에서 가장 '몸값'이 비싼 캐넌볼 트리는 가격이 1억원에 육박한다. 커다란 열매가 녹슨 대포알처럼 생겼다고 캐넌볼이란 이름이 붙었다. 국내에 처음 들여오는 수종이라 검역소의 모니터링만 6개월에 걸쳐 이뤄졌다. 남아메리카 원산으로 35m까지 자라는데, 스카이워크에서 가까이 들여다볼 수 있다.





 

미국 서부 개척 시대 영화에 상징처럼 등장하는 변경주선인장





지중해관에는 선인장 무리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미국 서부 개척 시대 영화에 상징처럼 등장하는 변경주선인장과 용의 혀를 닮았다는 멕시코산 무늬용설란 사이에 멕시코 반사막지대가 원산인 덕구리란도 있다. 변경주선인장은 보통 150년 이상 사는데 75년 정도 자라야 줄기에 팔이 자라기 시작한다. 덕구리란은 건조한 기후에서 버티려고 줄기 밑부분에 물을 저장하기 때문에 술병 모양으로 비대해져 있다. 그래서 코끼리발 나무라고도 한다.









직접 대출해갈 수 있는 식물 씨앗들







 

 일상이 되고, 문화가 되는 식물 



'식물, 일상이 되다', '식물, 문화가 되다'라는 캐치프레이즈에 걸맞게 일상적으로, 문화와 함께 식물을 즐길 수 있는 시설과 프로그램도 많다. 온실이 있는 식물문화센터 1층에 자리한 카페마저도 널찍한 테이블 가운데서 식물이 자라고, 한쪽에서는 구근 식물 화분과 씨앗을 판매하고 있어 식물원 전체 분위기와 위화감 없이 어울렸다. 씨앗도서관에서는 토종 씨앗과 말린 식물을 실물과 그림, 사진 등으로 전시하고 씨앗을 '대출'해 주기도 한다. 잘 재배해 수확한 씨앗을 반납하면 되지만 의무는 아니다. 시민들에게 씨앗을 기증받기도 한다. 식물원이 추천하는 키우기 쉬운 실내공기 정화 식물은 아이비, 스킨답서스, 떡갈잎고무나무, 아레카야자, 부채 파초다.





 

식물 그리기가 진행되고 있는 강의실





2층에서는 강의실에서는 식물 그리기 등 수업이 열린다. 식물전문도서관은 국내·외 식물 서적 8천권을 보유하고 있는데 앞으로 1만5천권까지 늘려나갈 계획이다. 역사, 문학 등 다른 코너도 있는데, 모두 식물과 관련이 있는 책들이다.





등록문화재 제363호인 마곡문화관





바깥으로 나와 어린이정원을 지나면 마곡문화관이 있다. 일제강점기 근대산업유산으로, 건물이 온전히 남아 있는 유일한 배수펌프장이다. 이 일대는 지표가 낮고 한강 하류에 있어 홍수가 잦았기에 4m에 달하는 콘크리트 구조물을 세우고 그 위에 목조 건물을 올렸다. 1980년대까지 김포평야의 물을 퍼내던 배수펌프장은 보강과 보수 작업을 거쳐 전시관으로 새로 태어났다. 현재는 마곡동 땅과 그곳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마곡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말린 채로 전시되어 있는 식물들





온실이 있는 식물문화센터와 한국 자생 식물을 중심으로 꾸민 여덟 가지 주제 정원을 포함하는 주제원은 임시 개방 기간 무료로 관람할 수 있었지만 5월 정식 개원과 함께 유료화되었다. 지하철 9호선과 공항철도 마곡나루역에서 바로 연결되는 열린 숲에는 방문자센터가 자리 잡았고 광장과 잔디마당, 숲 문화원이 이어진다. 숲 문화학교에서는 각종 교육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2020년에는 LG아트센터가 들어설 예정이다. 한강과 식물원이 만나는 지점의 습지원은 한강 전망 데크와 저류지의 생태 학습장이 있고, 산책로와 물가 쉼터가 있는 호수원과 이어진다.





글 한미희 · 사진 전수영 기자





플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