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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솜씨 깃든 서해 북단의 섬들 #1. 백령도

등록일2019.06.11 12:56 조회수2858










백령도는 원래 황해도에 속했다. 광복 후 38선이 그어지며 경기도 옹진군으로, 이후 인천광역시로 편입됐다. 이런 이유로 백령도 주민의 상당수는 황해도가 고향이라고 한다. 북녘땅과 백령도의 거리는 불과 15㎞ 내외로, 고향이 지척이지만 선을 넘지 못하고 살아가고 있다.


이처럼 북한과 가까워 군사작전지역으로만 인식됐던 백령도가 최근 남북 관계에 훈풍이 불며 관광지로 주목받고 있다. 인천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남북정상회담 이후 25% 정도 방문객이 늘었다.


백령도는 막연히 인천 앞바다에 있는, 북한과 가까운 섬인 줄만 알았는데, 생각보다 육지에서 멀고 북쪽에 한참 치우쳐 있다. 우선 인천에서의 거리가 190㎞를 넘는다. 이는 서울에서 전북 군산이나 강원 동해에 이르는 거리다.


쾌속선으로만 4시간이 걸리는 먼 곳. 하지만 세월이 빚은 신비한 풍광은 관광객을 유혹하기에 충분하다.











용기포 여객터미널을 나서자 첫인상이 예사롭지 않다. 단층 무늬가 또렷한 절벽이 앞을 가로막고 있다. 하지만 탄성은 아껴두도록 한다. 이 절벽은 백령도 곳곳에서 만나게 될 기막힌 풍경의 예고편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백령도는 화산이 폭발해 생긴 제주도, 울릉도와 달리 해저 지형이 융기해 형성됐다. 섬 전체에서 퇴적암층을 흔히 볼 수 있는 이유다. 섬이 바다 밖으로 고개를 내밀자 파도는 깎아내고 비바람은 다듬으며 작품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하기를 12억년. 파도와 비바람과 시간은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예술품을 빚어놓았다.


첫 방문지는 등대해변. 언덕을 넘어 비탈을 내려가자 탄성이 새어 나온다. 층층의 기암절벽과 괴석이 바다를 배경으로 절경을 이루고 있다. 하늘로 치솟을 듯한 로켓, 거인의 발, 바닷물이 드나드는 해식동굴 등 각양각색 바위가 이채롭다.


바다 건너에는 대청도가 수면에 기다랗게 엎드려 있다. 방문객들은 각종 기암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느라 분주하게 움직인다. 뒤편 언덕 위에는 지금은 은퇴한 하얀 등대가 바다를 굽어보고 있다.











등대해변에서 다시 언덕을 넘어 서쪽으로 이동하면 드넓은 해변이 호를 그린다. 천연기념물 제391호로 지정된 사곶해변이다. 모래층 위에 고운 규암 가루가 쌓여 형성된 해변으로, 썰물 때면 폭이 200m에 달한다.


해변은 표면이 단단해 자동차가 달려도 바퀴가 빠지지 않는다. 비행기도 뜨고 내릴 수 있는 천연비행장인데, 이탈리아 나폴리 해변과 함께 지구상 단 두 곳만 있는 특수 지형이다. 드넓게 펼쳐진 해변과 바다 풍광이 무척 시원스럽다.





각양각색 자갈이 가득한 콩돌해안





콩돌해안은 또 다른 볼거리다. 각양각색 자갈이 해안을 뒤덮고 있다. 새끼손톱보다 작은 것부터 주먹만 한 것까지 흰색, 회색, 갈색, 청회색 등 형형색색 돌이 눈길을 끈다.


콩돌은 파도가 드나들 때마다 서로 몸을 부딪치며 경쾌한 연주도 들려준다. 신발과 양말을 벗고 해안을 거닐자 콩돌이 발바닥 아래서 사그락거린다. 콩돌은 발바닥을 찌르지 않고 부드럽게 자극할 뿐이다. 여름에는 뜨겁게 달궈진 콩돌에 누워 찜질을 할 수 있다.


자연이 빚은 콩돌은 아주 매끄럽고 빛깔이 고와서 하나쯤 소장하고 싶지만, 반출이 금지돼 있다.





용이 하늘로 날아오르는 듯한 바위





백령도 남쪽 장촌 해안에는 특이한 모양의 바위가 있다. 바다를 향해 돌출한 전망대에 서면 바로 아래에 용이 하늘로 날아오르는 듯한 뾰족한 바위가 내다보인다. 바위 주변으로 파도가 휘돌고 하얗게 부서지며 진짜 용이 나타날 것 같은 분위기를 연출한다.


바위 뒤편으로는 바다가 시원스레 펼쳐진다. 전망대 옆에서는 층층 절벽이 크게 구부러진 습곡구조를 관찰할 수 있다.











용기포 여객터미널 북쪽에는 하늬해변이 있다. 녹조류로 뒤덮인 커다란 바위들이 해안선을 따라 나란히 분포해 있는데, 침투를 막기 위한 군사용 시설인 용치(용의 이빨)와 어우러져 이채로운 풍경을 선사한다. 외계 행성에라도 온 느낌이다.


해변 한쪽에는 감람암 포획 현무암 분포지가 있다. 이름처럼 녹색이나 노란색 암석 조각을 품은 검은 현무암이 있다는 곳이지만, 아무리 봐도 감람암을 품은 현무암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하늬해변 남쪽 언덕에는 끝섬전망대가 자리한다. 이곳에서는 시원스러운 바다 풍경과 용기포항, 대청도, 북쪽의 장산곶을 조망할 수 있다.


전망대 내부에는 백령도의 역사와 생태계, 북한의 도발과 관련된 전시물이 있고, 연평도 포격 당시 사용한 포탄이 전시돼 있다.


백령도 북쪽 고봉포구 앞바다에는 사자바위가 있다. 사자가 바다에 누워 포효하는 모습처럼 보여 이런 이름이 붙었다고 하는데, 그다지 사자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백령도 여행의 최고를 꼽으라면 단연 서북쪽에 있는 두무진이다. 그곳을 보면 이곳을 왜 ‘조물주가 노련한 솜씨로 조화를 부린 것을 감추지 못한 곳’이라며 칭송했는지 알 수 있다.


두무진은 해안선을 따라 배치된 바위들의 모습이 장군들이 머리를 맞대고 회의하는 형상이라 해서 붙은 이름이다. 하늘을 향해 쭉쭉 뻗은 거대하고 깎아지른 절벽과 바다에서 우뚝 솟은 바위는 육지에서 한 번, 바다에서 또 한 번 감상할 수 있다.



해안절벽 속으로 향하는 두무진 산책로에 들어서면 바다를 향해 우뚝 서서 호령하는 장군 같은 기암들이 눈앞을 가로막는다. 그 모습이 무척 압도적이다. 하늘을 향해 치솟은 수직암벽 사이로 난 길을 따라가면 데크 계단이 해안가로 이어진다.


조심조심 내려가자 기암절벽과 우뚝 솟은 형제 바위, 여기저기 해식동굴이 세찬 파도를 맞으며 서 있다. 길을 되돌아 전망대에서는 두무진의 비경과 멀리 장산곶이 건너다보인다. 인근 언덕에는 통일기원비가 북한 땅을 바라보고 서 있다.





두무진을 안내해주는 유람선





이제 유람선으로 두무진을 돌아볼 차례. 가장 먼저 만나는 것은 웅장한 바위가 모인 선대바위다. 가마우지의 배설물로 인해 바위들이 온통 페인트칠한 것처럼 하얗게 보인다. 선대바위를 끼고 돌자 층층 무늬의 깎아지른 해안절벽이 시야를 가득 채운다. 그야말로 보기 드문 걸작이다.


초를 꽂으면 될듯한 촛대바위와 서로 꼭 닮은 형제바위, 바다를 향해 달리는 듯한 말바위가 차례로 나타난다. 절벽 8부 능선에는 해안포가 사라진 해병 초소도 볼 수 있다. 이어서 코끼리바위, 병풍바위, 죽순바위, 부처바위가 모습을 드러낸다.


부처바위 아래는 점박이물범이 서식하는 곳이다. 최대 300여 마리의 점박이물범이 백령도와 인근에서 관찰된다. 물범은 3월에서 11월까지 이곳에서 지내는데, 물 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바위에서 일광욕을 즐기는 모습은 5∼10월에 볼 수 있다. 두무진의 비경은 부엉이바위와 잠수함바위를 지나면 끝난다.


두무진 끝자락에서 유람선이 잠시 멈춰섰다. 왼쪽 멀리 언덕 위에 하얀 삼각형 조형물이 보인다. 천안함위령탑이다. 위령탑에서 바라보이는 바다에서는 2010년 3월 해군 초계함 천안함이 NLL(북방한계선)을 수호하다 폭침돼 승조원들이 목숨을 잃었다. 슬픈 바다를 뒤로하고 유람선은 뱃머리를 돌렸다.











백령도는 소설 심청전의 무대로도 알려져 있다. 심청의 고향과 관련해 여러 가지 주장이 있으나 이곳 사람들은 백령도가 심청전의 배경이라고 믿고 있다. 싱청각으로 가는 길 담벼락에는 심청전의 주요 장면을 그린 그림이 있어 심심하지 않다.


심청각 뒤쪽에는 뱃머리에서 치맛자락을 움켜쥔 심청 상이 세워져 있다. 심청이 몸을 던진 인당수는 바로 두무진 앞바다라고 한다.


신기하게도 백령도 남쪽 끝에는 심청이 연꽃을 타고 떠올랐다는 연봉바위가 있고, 서쪽에는 심청이 탄 연꽃이 파도에 밀려왔다는 연화리란 이름의 마을도 있다. 심청각 안에서는 고서, 영화 대본, 판소리 등 소설 심청전과 관련된 것들을 볼 수 있다. 옹진군과 백령도의 주요 명소, 효 관련 전시물도 있다.


 




글 임동근 · 사진 전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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