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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솜씨 깃든 서해 북단의 섬들 #3. 소청도

등록일2019.06.11 15:41 조회수3086







백령도에선 두무진 앞바다가 심청전에 나오는 인당수라고 하지만, 소청도 주민들은 인당수가 대청도와 소청도 사이에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곳 바다는 예로부터 풍랑이 심해 지나는 배들이 수없이 가라앉았기 때문이다.


소청도는 그만큼 환경이 척박하고 사람이 살아가기 힘든 섬이다.


소청도가 그동안 여행지로 주목받지 못했던 것은 실상 이곳이 어업 전진기지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어업이 너무나 잘돼 관광업이 들어설 여지가 없었다.


그러나 이제 사정이 달라졌다. 어획량이 점차 떨어지면서 100가구 남짓한 작은 섬에 뭔가 새로운 동력이 필요해졌다. 인천시는 새로운 동력으로 관광업을 주목하고 있다.





소청도 지질 안내인 노영호씨





해양수산부가 추진하는 ‘어촌 뉴딜 300’ 사업과 관련해 탐사 목적으로 방문한 공무원들과 함께 소청도에 도착했는데 이 가운데는 관광 전문가도 한 명 있었다.











소청도에서 가장 눈여겨봐야 할 곳은 남단 해안가 구릉 위에 자리 잡은 소청도 등대다.


국내에서 두 번째로 설치된 이 등대는 중국 산둥반도와 랴오닝성 다롄을 오가는 선박들의 길잡이 역할을 해왔다. 원래 일제강점기인 1908년 세워졌지만, 수년 전 자리를 살짝 옮겨 새로 건축됐다.









 


인천에서 운항하는 쾌속선은 제일 먼저 소청도를 들른다.


소청도는 ‘등대 스탬프투어’를 하는 사람들이 잠시 내리곤 한다. 국립등대박물관에서 진행하는 등대 스탬프투어는 전국 등대 15곳을 둘러보고 박물관에서 발행한 ‘등대 여권’에 스탬프를 찍는 것이다.


민박집에서 픽업 나온 더블캡 트럭을 타고 가는 도중 헉헉거리며 비탈길을 올라가는 커플을 만났다. 민박집 주인은 차창을 내리고 행선지를 물었다. 등대 스탬프를 찍으러 간다는 말에 운전자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차 문을 열었다. 소청도에 여행자를 한 대중교통이 없다 보니 생긴 하나의 문화라고 한다.


 










요즘 대청도와 소청도를 뜨게 하는 또 다른 것은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분바위와 스트로마톨라이트 지역이다.

 

분바위는 소청도 동쪽 끝 해변에 있는 바위 군락이다. 이곳에서 화석의 일종인 스트로마톨라이트가 발견돼 국가지질공원으로 지정됐다. 현지 주민들은 ‘게껍질 바위’라고도 부른다.


소청도 분바위는 흰색 석회암이 높은 압력을 받아 대리암으로 변한 곳으로, 마치 분을 발라놓은 것처럼 하얗게 보여서 주민들은 그렇게 부른다. 한밤중에도 달빛을 받으면 하얗게 빛나 소청도 등대만큼 잘 보인다고 한다.


주민들은 소청도가 국가지질공원으로 인증되면 섬이 발전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가지질공원은 특정 구역의 지질이 지구과학적으로 중요하고 경관이 수려한 경우 교육·관광 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해 환경부가 인증해 보전하는 지역이다. 인천시는 지난해 말 환경부에 백령·대청·소청도 국가지질공원 인증을 신청했다.



 









소청도에서 나는 홍합은 모두 자연산이다. 모두가 자연산이라, 바다에서 보물을 캐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대청도와 마찬가지로 소청도도 홍어의 주산지였다. 그러나 대청도에서 홍어잡이를 계속해온데 비해 이곳 소청도에서는 인력난으로 지난 20년 가까이 홍어를 잡지 않았다고 한다.


소청도에는 편의시설이 거의 없다. 생활필수품을 파는 점포가 한군데 있지만 조업 기간에는 문을 닫는다. 식당과 카페도 없다. 소청도를 찾는 사람들은 모든 것을 스스로 준비해야 한다.











우럭은 보통 어른 손바닥만 한데, 이 우럭들은 깜짝 놀랄 정도로 컸다. 거짓말을 좀 보태자면 어른 허벅지만큼이나 했다. 이렇게 큰 우럭 몇 마리가 상자에 담겨 민박집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사진을 찍으려 하니 민박집 주인은 투박한 말투로 만류한다. “이렇게 작은 걸 왜 찍느냐”는 것이다. 놀라운 일이었다.










 

이 섬에는 대청초등학교 소청분교가 있다. 유일한 재학생은 대청면사무소 소청 출장소 박순철 소장의 아들 한결 군이다. 학생이 한 명이기 때문에 교사도 한 명이다. 교사와 학생은 1년 내내 같이 수업하며 울고 웃어야 한다.


소박한 학교 건물의 문을 열고 들어갔더니 교실 벽면에 ‘장래 희망이 축구선수’라는 글이 붙어 있다. 5학년인 한결이의 소원이다. 그러나 함께 공을 찰 친구들이 없다.


가끔 선생님과 함께 공차기놀이를 하는 것이 유일한 낙이다. 한결이가 공격수를 하고, 선생님이 수문장이다. 섬에 있는 유일한 인조잔디 구장이라 해병대 병사들이 자주 와서 공을 차지만 한결이를 끼워주지는 않는다.





단순한 구조의 소청도 가옥들





박 소장은 한결 군의 전학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또래 친구 한 명도 없이 학교에 다니는 아들에게 여간 미안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결이가 전학을 간다면 소청분교는 1년간의 유예기간을 거친 뒤 자동으로 폐교된다.


현실은 드라마 ‘섬마을 선생님’처럼 달콤하고 아름답지만은 않은 모양이다.





글 · 사진 성연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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