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TTACK OF THE KILLER TOMATOES(1978) [사진출처=FOUR SQUARE PRODUCTIONS]
"나는야 주스 될 거야♪ 나는야 케첩 될 거야♬"
누구나 아는 국민 동요의 주인공이자,
우리의 식탁에 오르는 토마토.
그런데 만약 토마토가 '주스'나 '케첩'이 아닌
'킬러'가 되어서 사람을 죽이고 다닌다면!?!
오늘은 다가오는 하지(夏至)를 맞아서
여러분의 등골을 서늘하게 해줄,
1978년에 개봉한 B급 호러 코미디
토마토 공격대(ATTACK OF THE KILLER TOMATOES)
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ATTACK OF THE KILLER TOMATOES(1978) [사진출처=FOUR SQUARE PRODUCTIONS]
응!? 그런데 무슨 공포영화에 '토마토'냐고요?
공포영화의 기존의 규칙을 살펴보면,
어느 정도 납득이 되실 겁니다.
여러분, 기존의 공포영화를 보면
유독 '어린아이'가 많이 나오는 거 느끼셨나요??
'어린아이'는 언제나 부모님이 시키는 대로 해야 하는,
어른들의 통제 아래에 있는 '약자'입니다.
그런데 어느 날 '약자'라고 여겨지던 존재가,
통제에서 벗어나서 우리를 위협한다면!?
이는 예측할 수 없는 위협으로 다가오게 됩니다.
그렇기에 공포영화에서는
'처녀 귀신, 여고생'과 같은 '사회적 약자'가
품고 있던 원한과 억압을 극대화해서
이들을 공포스러운 존재로 만들 수 있는 겁니다.
ATTACK OF THE KILLER TOMATOES(1978) [사진출처=FOUR SQUARE PRODUCTIONS]
그런 점에서 토마토는 '약자' 중의 '약자'입니다.
우리는 식탁 위에 있는 토마토를
'주스'나 '케첩'으로 만들어서 통제하고,
그들을 아무런 죄책감 없이 잡아먹습니다.
그렇기에 이번에는 역으로 토마토가
우리를 막 잡아먹고 다닌다는 상황은
상당히 설득력이 있는 공포인 거죠.
어때요, 토마토야말로 진정으로
공포영화에 어울리는 소재가 아닌가요?? :D
ATTACK OF THE KILLER TOMATOES(1978) [사진출처=FOUR SQUARE PRODUCTIONS]
영화는 이러한 공포 심리를 자극하기 위해,
도입부에 이런 자막을 내보냅니다.
"히치콕 감독의 '새(The birds)'가 처음 개봉했을 때도
사람들이 새가 어떻게 사람을 위협하냐고 비웃었다.
그렇지만 영화가 나온 지 몇 년 뒤에 켄터키 주에서
실제로 칠백 마리의 새가 인류를 위협했다.
지금은 아무도 비웃지 않는다"
지금 우리가 만만히 보는 '토마토'도
언제 어디서 우리를 위협할지 모른다는 거죠!!
(참고로 '칠백 마리의 새가 위협한 사건'은 '허구'입니다.
실제 사건이 아니에요:D)
ATTACK OF THE KILLER TOMATOES(1978) [사진출처=FOUR SQUARE PRODUCTIONS]
이 영화의 또 다른 매력은
B급 호러 코미디의 장르의 특징을 살려
'우리 사회의 부조리에 대한 풍자'를
맛깔나게 했다는 겁니다.
영화에서는 우리가 흔히 일컫는 '기레기',
언론사의 황색언론 행보를 적나라하게 비판하는데요.
(물론 '연합뉴스'는 사랑입니다...♥ 담당자님, 보고 있나요?!?)
토마토의 습격으로 남편이 실종된 부인에게,
기자는 자극적인 인터뷰를 유도합니다.
"남편이 그리우십니까? 다시 결혼하시겠어요?"
"저는..."
"남편이 배수로 어딘가에서 다리가 부러져서
지금 당신의 이름을 부르고 있을 수도 있을 텐데요!?"
"꺄아아악!"
"빨리 다른 남자를 찾으셔야죠! 나이도 있으시니!!"
ATTACK OF THE KILLER TOMATOES(1978) [사진출처=FOUR SQUARE PRODUCTIONS]
ATTACK OF THE KILLER TOMATOES(1978) [사진출처=FOUR SQUARE PRODUCTIONS]
ATTACK OF THE KILLER TOMATOES(1978) [사진출처=FOUR SQUARE PRODUCTIONS]
"나는야 주스 될 거야♪ 나는야 케첩 될 거야♬"
어린 시절, 즐겨 불렀던 이 동요,
다시 한번 살펴보면 이상한 점이 있지 않아요??
"토마토에게 선택권이 있는 건 아닌데..."
토마토가 '주스'가 될지 '케첩'이 될지
결정하는 건 결국 인간이거든요.
토마토는 거기에 잠자코 따를 뿐이죠.
그리고, 영화에서 정부는 진실을 은폐하면서
이런 대사를 합니다.
"평범한 사람들에게 결정은 중요해.
그들은 항상 헤매지.
그렇지만 그들의 결정은 우리에게 달렸지."
국가가 위험할 상황에 처했을 때,
우리는 국가의 결정에 따르게 됩니다.
설사 국가가 잘못된 결정을 하더라도 말이죠.
ATTACK OF THE KILLER TOMATOES(1978) [사진출처=FOUR SQUARE PRODUCTIONS]
동요를 부르지 않는 나이가 되면서 느낀 건,
이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언제나 선택지가 한정되어 있다는 겁니다.
영화에서 나온 것처럼,
잘못된 언론의 행보에도 대항할 수 없거나,
직장에서 성차별로 인해 부당한 대우를 당하거나,
누군가에 의해 진실이 은폐되었을 때,
우리 같은 소시민은 선택지가 좁혀지고 말죠.
우리는 '자신을 지킨다는' 선택을 할 수 없다는 공포를
현실에서도 일상적으로 느끼고 삽니다.
공포영화를 보다 보면,
공포스러운 존재가 나타나도 경찰이 눈감아 버리거나,
귀신을 봤다고 말하면 정부가 정신병 환자로 취급하잖아요.
위기 상황에서 우리를 지켜줘야 하는 정부, 경찰, 언론이
피해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못 주는 상황들은,
우리가 평소에 지닌 불안을 자극하기에
더욱더 공포스럽게 다가오는 거죠.
평소에 사회에서 억압받는 존재의 분노 표출,
그리고 국가에 의해서 보호받지 못한다는 두려움,
이러한 것들이 공포영화의 요소를 이루고 있는데요.
이런 요소들을 보면
공포영화가 무서운 이유는 완전한 허구여서가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공포스러운 현실에서
비롯되어서 그런 게 아닐까요??
ATTACK OF THE KILLER TOMATOES(1978) [사진출처=FOUR SQUARE PRODUCTIONS]
그러니까, 여러분!
다음부터 토마토를 먹을 때는
토마토의 억압된 처지도 헤아리면서 먹어줘야,
토마토가 킬러가 되는 일이 없겠죠? :D
설사, 토마토가 여러분을 잡아먹으려 한다고 해도,
이 영화를 보면 킬러 토마토를
퇴치하는 비법을 알 수 있어요!
언제 어디서 일어날지 모르는 토마토의 습격에 대비하여,
무더운 여름날에는 제철 과일 토마토를 잡아먹으면서
'토마토 공격대'를 보는 걸 추천해 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