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AVER 인디극장 '현실보다 현실같은 Ⅱ' 포스터 [사진출처=인디극장 네이버 포스트]
"우리 아이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지??"
아무리 아이와 가깝게 지내는 부모일지라도
아이의 생각을 다 아는 건 쉽지 않죠.
아이와 속마음을 터놓고 말할 시간을 마련하려 해도,
이는 좀처럼 쉽지 않은 일입니다.
지난 6월 21일부터 네이버 인디극장의 프로젝트
'현실보다 현실같은 II : 아이들은 자란다'에서는
'아이'를 주제로 한 독립영화 10편이 공개되었는데요.
(20분 내외의 단편영화로 구성되어 있고,
무료로 시청할 수 있어 부담 없이 볼 수 있어요 :D)
* 네이버 인디극장 사이트 링크 : https://tv.naver.com/indiecinema
아이들의 꿈과 고민을 다룬 영화를 보면서,
아이와 영화에 관한 생각을 나누다 보면,
자연스럽게 우리 아이의 속마음을 살펴볼 수 있겠죠?
그중에서도 오늘 여러분께 소개해드릴 영화는
'아역배우 박웅비(김슬기 연출)'입니다!
이 영화를 보고 아이와 어떤 이야기를 나누면 좋을지,
에디터가 영화의 관람 포인트를 살펴봤습니다 :D
1. "나는 왜 남들이랑 다르지?"
영화 '아역배우 박웅비' 스틸컷 [사진출처=필름다빈]
"나는 왜 남들이랑 다르지???"
아이들은 교육기관에서 사회생활을 하면서,
자신과 또래 아이들의 모습을 비교하기 시작합니다.
그렇기에 아동을 대상으로 만들어진 영화에서는
'겨울왕국'의 '엘사'처럼 남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사회에서 소외되는 인물이 등장하여,
아이들의 고민에 공감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겁니다.
이 작품에 나오는 '박웅비'도 그러한 역할을 하는데요.
박웅비는 세수를 하면서 대사 연습을 할 정도로
연기에 대한 열정이 넘치는 아역배우입니다.
('박웅비'는 이 역할을 맡은 아역배우의 본명에서 따 왔다고 해요!!)
하지만, 박웅비에게는 한 가지 고민이 있는데요.
바로 "우는 연기를 할 때 눈물이 안 나온다는 것!"
연기 수업에서도 우는 연기를 할 때도,
친구들은 짧은 시간 안에 눈물을 흘리지만,
박웅비 혼자만 끝까지 울지 못합니다.
상단의 스틸컷의 장면을 보면,
박웅비는 육상 트랙의 출발점에 홀로 남겨져 있는데요.
친구들이 우는 연기에 성공해서 꿈을 향해 달려갈 때,
우는 연기에 실패한 박웅비가 느끼는 소외감을
영화의 시각적 장치로 표현한 것입니다.
영화는 단순히 아역배우의 고충뿐만을 다루는 게 아니라,
사회가 지정한 '정상'이라는 기준에 부합하지 못한
아동의 성장담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2. 나는 나의 방식대로 할 거야!!
영화 '아역배우 박웅비' 스틸컷 [사진출처=필름다빈]
연기 선생님은 슬픈 일을 떠올리면
쉽게 울 수 있을 거라고 말하지만,
박웅비에게 있어서 이 역시도 쉽지 않습니다.
박웅비의 가정은 화목한 가정 그 자체이기 때문이죠.
딸에게 아역배우로서의 성공을 강요하기보다는
딸이 원하는 걸 항상 살피는 다정한 엄마,
일이 워낙 바빠서 아침 일찍 출근하지만
자고 있는 딸에게 사랑한다고 말을 건네는 아빠.
이렇게 사랑이 넘치는 가정에서 자라는 박웅비는
생각만 해도 눈물이 날 만한 슬픈 일을 찾지 못합니다.
그래서 박웅비는 자기가 가장 아까는 인형을 버려서,
일부러 슬픈 일을 만들어 내려고도 하지만,
결국 마음이 아파서 인형을 다시 주어 옵니다.
아역배우를 뽑는 오디션 날,
박웅비는 '아빠에게 버림받은 아이'의 연기를 합니다.
하지만 슬프게 울어야 하는 장면임에도 불구하고
박웅비의 눈에서는 눈물은 나오지 않습니다.
그러나 박웅비는 여기서 연기를 멈추지 않고,
갑자기 대본을 던지고는 소리를 막 지릅니다.
"낳았으면 잘 키워야 할 거 아냐!!!!"
박웅비의 아빠는 딸을 무척 사랑합니다.
박웅비 역시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빠는 바빠서 딸과 시간을 보내지 못하기에,
이에 대한 분노가 상당히 쌓여 있던 것이죠.
즉, 박웅비는 대본을 기계적으로 따르는 게 아닌,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서
연기할 인물이 느끼는 감정을 이해함으로써
자신만의 방식으로 연기를 한 겁니다.
3. 어른들의 기준에 따르지 않을 거야!!!
영화 '아역배우 박웅비' 스틸컷 [사진출처=필름다빈]
"야! 너, 임대 아파트 맞잖아!
임대 동이면 임대 동 애답게 임대 동 애랑 놀아!!!"
촬영이 시작되면 박웅비는 대본에 따라서
사이가 좋은 아역배우 친구를 모욕해야 합니다.
(이 장면은 실제 '박웅비' 아역배우가
드라마 '푸른 바다의 전설'에서 연기한 장면을 패러디한 거랍니다 :D )
'촬영 현장'이라는 어른들의 세계에
아이들이 아역배우로서 들어오게 되면,
그들은 어른들이 만든 규칙에 따라야 하는 거죠.
박웅비가 오디션에서 연기하다가 화를 낸
'아빠에게 버림받아 우는 아이' 역할을 다시 살펴 봅시다.
이는 우리가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감동적인 클리셰 중 하나인데요.
부모와의 이별의 과정에서 아이가 흘리는 눈물은
작품의 감동을 배가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아이가 우는 장면은 왜 이리 슬픈 걸까요?
우리 사회는 아이를 '약자'라고 인식하고 있습니다.
아이는 언제나 어른의 지도에 따라야 하며,
상황을 바꿀 수 없는 힘이 없는 약자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그런 상황에서 약자가 할 수 있는 행동은
눈물을 흘리는 것밖에 없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그러나, 역으로 생각하면 상황을 바꿀 수 없는 약자이기에
아이들은 강렬한 분노를 품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박웅비는 버림 받은 아이가 느끼는 감정을
'분노'로 해석한 것이죠.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박웅비의 분노 연기는,
우리 사회가 강요하는 약자의 프레임을 깨고
자신의 방식대로 자아를 표현한 성장으로 볼 수 있습니다.
*
"내가 아이와의 시간을 적게 보내더라도
바쁘게 일해서 돈을 벌어다 주는 게 아이의 행복이겠지?"
"어른의 말을 잠자코 잘 듣는 아이가 착한 아이지."
비단 아역배우뿐만 아니라,
아이들은 언제나 어른의 기준으로 판단되어 집니다.
우리는 아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걸
잊어버리는 날도 많죠.
하지만 아이들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한 작품인
'아역배우 박웅비'를 아이와 볼 때만큼은
아이의 시선에 맞춰서 세상을 보면서
아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함께 찾아보는 건 어떨까요:)
* '아역배우 박웅비'는 아래 링크에 접속해서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tv.naver.com/v/8834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