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출처=퍼니콘]
장마가 끝나고 한여름이 시작될 무렵에 들리는
매미와 귀뚜라미의 정겨운 울음소리는
여름에만 즐길 수 있는 '여름의 소리'죠.
오늘은 '여름의 소리'를 듣는 소녀와
'여름의 소리'를 들을 수 없는 소년의 우정을 그린
독립영화 <여름의 소리>를 소개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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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와 '인우'는 수학여행을 왔다가
버스를 타지 못해 일행과 떨어지게 됩니다.
설상가상 소리의 핸드폰 배터리가 방전되어서
선생님과의 연락도 완전히 끊어지고 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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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인우는 청각 장애인 학생입니다.
소리는 인우와 소통하는 것이 불편하고 낯섭니다.
하지만 둘은 서로에게만 의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 속에서
의사소통을 하며 함께 돌아갈 길을 찾고자 합니다.
소리는 인우와 의견을 나눌 뿐만 아니라,
과자를 나눠 먹으면서 우정도 함께 나누려고 하지만,
인우는 좀처럼 그녀에게 마음의 문을 열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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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는 인우가 안내하는 길을 잠자코 따라 왔지만,
날이 어두워질 때까지 길을 찾지 못하자,
속상하고 불안한 감정을 털어놓고 맙니다.
소리가 인우한테서 등을 돌려버리게 되자,
인우는 더이상 소리의 입 모양을 읽을 수도 없고,
소리에게 필담을 보여줄 수도 없게 됩니다.
둘 사이의 소통이 단절되어 버리는 거죠.
그러자 그전까지 침묵을 유지하던 인우는
처음으로 목소리를 내어 소리에게 말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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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인우는 청각 장애가 있어도 말을 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말이 어눌하기에 남에게 이상하게 보일까 두려워,
지금까지 자신의 목소리를 숨기고 살았던 거죠.
인우의 마음의 상처를 알게 된 소리는
그에게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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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우와 가까워질 방법을 궁리하던 소리는
수학여행 때 놀려고 챙겨온 '불꽃놀이 세트'를 꺼냅니다.
'불꽃놀이'는 귀가 들리든 안 들리든 누구나 즐길 수 있죠.
소리는 불꽃놀이는 글씨를 쓰는 것도 재미라면서,
인우가 공책에 글을 적어 필담을 하듯이
막대 불꽃을 휘둘러서 허공에 글씨를 쓰기도 합니다.
이렇게 둘은 장애인·비장애인의 경계를 넘어
서로를 이해하며 우정을 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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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소리>라는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영화에서는 '소리'에 주목할 필요가 있는데요.
(이미 눈치채셨겠지만, 주인공의 이름도 '소리'죠)
초반에 소리가 청각 장애인인 인우를 낯설어하여
침묵이 흐를 때는 매미가 우는 소리가 강조됩니다.
이는 비장애인만이 들을 수 있는 '진짜 소리'입니다.
하지만 소리가 인우와 친해지려고 할 때나
둘이 불꽃놀이를 즐기는 장면에서는 음악이 나옵니다.
둘 사이에 싹트기 시작한 우정을 표현한 배경 음악은
현실에서는 들을 수 없는 가짜 소리, 즉 '마음의 소리'죠.
이는 소리가 인우를
'진짜 소리'를 들을 수 없는 '장애인'이 아닌,
'마음의 소리'를 공유하는 '친구'로 보기 시작했다는 걸
영화의 청각적 장치로 형상화한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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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후반부에서 인우는 소리와의 추억을 회상하는데요.
이때 인우의 기억 속에서는 소리가 들리지 않습니다.
인우의 시선에서 바라본 세상을 그린 장면이지요.
비록 인우는 소리처럼 '여름의 소리'는 듣지 못했지만,
소리와 함께 나눈 웃음만은 생생하게 기억합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각자 기억하는 여름의 모습은
분명히 다를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함께 나눈 웃음만은 똑같이 기억한다는 걸,
김현정 감독이 연출한 독립 영화 <여름의 소리>는
여름의 자연처럼 싱그러운 우정을 통해 보여줍니다.
여름의 소리
감독 김현정 / 출연 안기영 전희정
2018 / 11m 18s / 전체관람가
왓챠플레이, 딜라이브, 올레TV모바일, 홈초이스에서 시청 가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