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년 여름이면 톡톡 쏘는 시원 상큼한 노래들이 하나쯤 떠오르곤 합니다. 작년 7월, 볼빨간사춘기의 ‘여행’은 듣기만 해도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은, 드라이브 길에 어울리는 노래로 차트 상위권에 머물렀고, 트와이스의 ‘Dance The
Night Away’ 뮤직비디오에서는 무인도에서 바닷가를 즐기는 트둥이들 모습만 봐도 함께 시원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재작년엔 레드벨벳의 ‘빨간 맛’이
음원차트 1위를 기록하며 많은 10대 팬들이 여름 내내 ‘빨간 맛’을 외치기도 했는데요, 2016년까지는 씨스타가 완전체로 여름 대표 곡을 매년 발매했으니 2016년 전으로는 더
이상의 여름 곡 설명이 필요 없겠죠?
TWICE 'Dance The Night Away' 티저 이미지 [사진 출처=제이와이피엔터테인먼트]
볼빨간사춘기 '여행' 앨범 이미지 [사진 출처=쇼파르뮤직] / 레드벨벳 '빨간맛' 앨범 표지 [사진 출처=SM엔터테인먼트]
그런데, 올여름 음원차트는 조금 다른 듯합니다.
멜론 음원차트 1위부터 10위까지
총 6개의 곡이 호텔델루나 OST라는 사실, 그리고 ‘내 목소리 들리니’, ‘그대라는
시’, ‘내 맘을 볼 수 있나요’ 등 노래 제목만 봐도 발라드풍 느낌을 강하게 받을 수 있습니다. 여름엔 시원하고 청량한 노래를 떠올리듯이 주로 발라드 음악은 가을에
차트 상위권을 차지하곤 하는데요, 이렇게 여름인데도 불구하고 많은 발라드 곡들이 차트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은 흔치 않은 현상입니다.
멜론 실시간차트100 中 1위~10위 [사진출처=melon.com]
11위부터 20위도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입니다. 호텔 델루나 OST가 아닌
곡들임에도 ‘시든 꽃에 물을 주듯’, ‘헤어져줘서 고마워’, ‘사랑에 연습이 있었다면’과 같은 읽기만 해도 이별 상황에 함께
빙의되는 듯한 곡들입니다. 아이돌 댄스 음악이라곤 레드벨벳의 ‘음파음파’, ITZY의 ‘ICY’, 그리고 발매된 지 4개월이 된 방탄소년단의 ‘작은 것들을 위한 시’ 이렇게 3곡뿐입니다. 레드벨벳의
경우 6월 발매한 ‘짐살라빔’에 대한 대중들의 반응이 호불호가 갈리기도 했고, 이전에 나왔던 ‘빨간 맛’ ‘Power Up’과 다르게 여름 느낌과는 거리가 멀어 실망이라는
반응이 많기도 했습니다. 이 때문인지 2달 만에 디스코 하우스
리듬의 업템포 댄스곡인 ‘음파음파’로 컴백해 차트인했지만 ‘음파음파’를 제외하고, 4개월 전 발매된 방탄소년단의 ‘작은 것들을 위한 시’를 제외하면 사실상 차트 상위권에 들어온 최신 아이돌 댄스 음악이라곤 ITZY의
‘ICY’가 독보적입니다.
멜론 실시간차트100 中 11위~20위 [사진출처=melon.com]
기이하게도 시원한 여름 곡도, 아이돌 음악도 찾기 힘든 음원차트. 이런 기이한 현상을 보고 다양한 반응들이 오가고 있는데요, 여러분들도
한번 읽어보시면서 공감이 가는 내용이 있는지 확인해 보세요.
[1] 씨스타가 해체되서 일어난 현상?
2016년 7월, ‘I Like That’
2015년 7월, ‘SHAKE IT’
2014년 7월, ‘Touch My Body’
2013년 7월, ‘Give It To Me’
2012년 7월, ‘Loving U’
2011년 8월, ‘So Cool’
6년간 꾸준히 시원하고 몸을 들썩들썩하게 만드는 댄스 음악으로 우리들의 여름을 함께했던 ‘씨스타’의 곡들. 이렇게 나열해서 보니까 더욱 공감 가시죠? 2016년 이후 씨스타가
해체되면서 작년 여름부터는 더 이상 씨스타의 여름 곡을 만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작년엔 대체할만한
여름 느낌의 곡들이 있었기 때문에 씨스타의 부재를 크게 느끼진 못했는데 올해 차트를 보니 팬 커뮤니티에서는 많은
10대 20대 팬들이 씨스타가 해체돼서 일어난 현상 같다며 씨스타만의 여름 곡을 그리워하고
있습니다. 씨스타 해체만으로 이런 현상이 일어났다고 보긴 어렵지만 만일 씨스타가 해체하지 않았다면 씨스타의
여름 곡이 차트 상위권에 당연히 있었을 듯합니다.
씨스타 'Loving U' 앨범 커버 이미지 [사진 출처=스타쉽엔터테인먼트]
[2] 음원 사재기로 인한 현상?
작년 말부터 올해까지 지속적으로 음원 사재기 의혹들이 이어져오고 있습니다. 뉴스나
다큐멘터리에서도 실제 돈을 받고 중국 불법 IP를 몇 백, 몇
천 개를 돌려 스트리밍수를 올리는 브로커가 있다며 그 외에도 SNS 음원 마케팅 회사라는 이름으로 음원
순위를 조작하는 집단이 존재한다는 내용은 사실이라고 입증되었지만 정확히 어떤 아티스트가 어떤 곡을 의뢰하여 사재기를 통해 음원 상위권을 차지했다는
것에 대한 명백한 증거는 없기 때문에 원초적으로 음원 사재기 현상을 제거할 수는 없는 안타까운 상황이 이어져오고 있습니다. 따라서 실제로 음원 사재기 곡이 아닌 경우임에도 혹여나 익숙지 않은 이름의 아티스트 곡이 상위권에 올라올 경우
사재기를 의심하는 상황까지 생기곤 하는데요, 음원 사재기 때문에 엉뚱한 곡들이 상위권에 오르고, 실제 인기 있는 곡들은 차트 중하위권에 내려가게 된 것이라는 추측이 난무하고 있습니다. 과연 현재 음원차트의 현상도 음원 사재기 때문이라는 말이 사실일까요? 음원 사재기가 현재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에 대해선 그 누구도 답해주지 않고 있습니다.
[3] 흔한 컨셉을 피하고자 했던 취지로 모두 여름 느낌 곡을 선택하지 않았다?
아이돌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만큼, 비슷한 컨셉의 곡을 발매할
경우 한쪽에서는 흥행하더라도 나머지 유사한 곡을 가진 그룹들은 금방 잊혀지기 마련입니다. 매년 여름이면
여름 느낌의 시원하고 상큼 발랄한 아이돌 음악이 다수 발매되었는데, 올해는 아마 기획자의 입장에서 ‘다른 그룹들이 여름 곡을 많이 낼 테니 우린 다른 느낌으로 가자’라는
생각을 동시에 한 것 같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여자친구의 ‘열대야’는 여름 컨셉에 부합하지만 뭄바톤 비트의 트로피컬 풍으로 그간 국내 음원차트에서 볼 수 있는 흔한 여름 곡은
아니었고, ITZY의 ‘ICY’는 제목만 봤을 때 여름을
노린 듯 하지만 후렴구가 주로 랩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멜로디보다는 편곡에 쓰인 신스 사운드에서 밝은 느낌을 줍니다. 대중들의 편견 속 존재하는 ‘당연한 여름 노래’는 음원차트에 없지만 많은 아이돌 음악들이 새로운 스타일의 여름 음악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는 부분에 있어서는
좋은 현상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우리가 알던 여름 음원 차트가 아닌데? 하시는 분들이 많으셨을 텐데,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호텔델루나 OST에 밀린 여름 곡들이 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에 다시 차트를
모니터링해봤지만 호텔델루나 OST를 제거하고 순위를 새로 매겨봐도 여름 풍의 아이돌 댄스 곡은 여전히
많지 않다는 사실. 흔치 않은 현상은 맞는 것 같아요. 올여름이 끝나가기 전에 뭔가 모르게 찝찝한 음원 차트에서 벗어나 뻥 뚫린 시원한 노래를 듣고 싶다 하시면 오랜만에 씨스타 여름 곡들을 플레이리스트에
넣고 연달아 듣는 것도 추천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