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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이 빚어낸 걸작품 '주상절리'...길맛 남다른 해파랑길 코스

등록일2017.02.13 17:07 조회수1497

[연합이매진] 길맛 남다른 해파랑길 10코스

자연이 빚어낸 걸작품 '주상절리'를 만끽하다

(경주·울산=연합뉴스) 이창호 기자 = “겨울 바다에 가 보았지. 미지의 새. 보고 싶던 새들은 죽고 없었네./ 그대 생각을 했건만도 매운 해풍에 그 진실마저 눈물져 얼어 버리고/ 허무의 불 물이랑 위에 불붙어 있었네./ 나를 가르치는 건 언제나 시간…, 끄덕이며 끄덕이며 겨울 바다에 섰었네./ 남은 날은 적지만/ 기도를 끝낸 다음 더욱 뜨거운 기도의 문이 열리는 그런 영혼을 갖게 하소서. /남은 날은 적지만/ 겨울바다에 가 보았지. 인고의 물이 수심 속에 기둥을 이루고 있었네.

하얗게 부서지는 눈부신 파도와 갈매기들 [사진/전수영 기자]

김남조 시인의‘겨울바다’를 읽다 보면 겨울 바다로 달려가서‘뜨거운 기도’를 올리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진다. 겨울바다 하면 동해다. 부산 오륙도에서 시작해 강원도 고성 통일전망대까지 장장 770㎞나 이어진 해파랑길은 동해아침(1코스~4코스), 화랑순례(5코스~18코스), 관동팔경(19코스~40코스), 통일 기원(41코스~50코스)으로 구성돼 있다. 누구나 한 번쯤 걸어본 동해안 걷기 여행길이지만 사시사철 또 다른 속살을 보여준다. 주상절리를 품은 해파랑길 10코스는 울산 정자항에서 경주 나아해변까지 14.1㎞에 달하며 소요시간은 5∼6시간이다. 억겁의 세월이 담긴 주상절리와 푸른 동해가 절묘하게 어우러져 자연의 오묘함에 감탄하게 되는 코스다.

수천만 년의 세월을 품은 주상절리

◇푸른 바다와 길동무가 되는 낭만길

해파랑길 10코스는 싱싱한 회로 이름난 울산의 정자항에서 시작된다. 옛날 옛적에 수십 그루의 느티나무 사이에 정자가 있어 정자마을이란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빨간 귀신고래 등대가 인상적인 방파제 앞에서는 따스한 겨울 햇볕과 바람에 가자미와 오징어가 꾸덕꾸덕 마르고 있다.

정자항에서 ‘국토종주 동해안 자전거길’이라는 노면 표시를 따라 조금 걷다 보면 수많은 갈매기가 쉬고 있는 정자해변에 이른다. 겨울 한낮의 따사로운 햇볕을 쬐는 갈매기들로 인해 휑한 겨울 해변이 조금은 덜 쓸쓸해 보인다. 정자해변은 바둑알 크기의 자갈돌이 널려 있어 몽돌해변이라 부르는데 일반 백사장과 다른 청량감을 선사한다. 갈매기 떼의 비상에 파도가 몽돌을 휩쓸고 내려갈 때 들려주는 ‘짜르륵 짜르륵’ 소리가 더해지면 겨울 바다를 찾는 사람들의 마음이 한결 따뜻해진다.

겨울바다에 취해 걷다 보면 어느새 자연이 빚어낸 조각품인 강동화암 주상절리(울산시 기념물 제42호)와 마주친다. ‘뜨거운 기도’를 올리기 더없이 좋은 장소다. 주상(柱狀)은 기둥을, 절리(節理)는 돌에 생긴 금을 뜻한다. 마그마에서 분출한 1천℃ 이상의 뜨거운 용암이 빠르게 냉각되는 과정에서 수축하게 되면 용암의 표면에는 가뭄에 논바닥이 갈라지듯 균열하여 틈이 생기게 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사각형 혹은 육각형 기둥이 주상절리다.

강동화암 주상절리는 신생대 제3기(약 2천만 년 전)에 분출한 현무암 용암이 냉각하면서 열수축 작용으로 생성된 냉각절리다. 동해가 확장돼 일본이 한반도에서 떨어져 나가던 때이다. 생김새는 돌기둥을 깎아서 장작을 쌓듯 차곡차곡 쌓아 놓은 모습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걸음 뗄 때마다 마음은 비워지고 눈은 더욱 맑아진다. 마을의 이름인 화암(花岩)은 주상체 횡단면이 꽃처럼 생긴 데서 유래했다.

수렴 마을의 수호천사 '수렴 할매바우'

수천만 년의 세월을 품은 돌기둥을 뒤로하고 신명교를 지나면 처음으로 해파랑길 안내 표시판(정자항 3.1㎞, 강동화암 주상절리 0.7㎞, 읍천항 9.8㎞, 나아해변 10.8㎞)을 만난다. 해안도로를 따라가면 신명마을의 일주문격인 선돌에 닿는다. 기암 꼭대기에는 바위를 뚫고 뿌리를 내린 해송의 끈질긴 생명력이 경이롭다.

한 굽이를 돌 때마다 보는 맛이 색다른 해안길을 따라 걷다 보면 신명길이 끝나고‘땅의 경계가 되는 길’ 지경길과 만난다. 행정구역이 경남 울산에서 경북 경주로 바뀐다. 31번 국도변에 ‘경상북도 경주시 양남면’이라고 쓰인 대형 표지석이 서 있다. 표지석 옆의 자전거 도로를 따라 내려가면 관성해변이다.

발걸음을 더디게 하는 관성해변은 솔숲과 모래밭, 자갈이 함께 공존하는 해변으로 갯바위가 어우러진 바다 풍경이 아름답다. 콧등까지 찡하게 만드는 칼바람이 후련한 기분을 느끼게 해준다. 신라 시대에 별을 관측해 시간을 측정하는 첨성대 같은 시설이 있어 관성이라 불렸다고 한다. 마을 끄트머리에서 좁은 골목을 지나 60m에 달하는 나무계단을 오르면 31번 국도와 다시 만나고, 음식점이 즐비한 국도를 900여m 정도 걷다 해안가 쪽으로 들어서면 수렴1리 복지회관이다. 이곳에서 몇 걸음 더 옮기면 바닷가에마을 사람들을 편안히 지켜준다는 수호천사 ‘수렴할매바우’가 자리잡고 있다. 할매바우에 소원을 빌면 다 이루어진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하서항 방파제 맨 끝쪽의 '사랑의 열쇠'

할매바우 앞에서 잠시 소원을 빌고 난 뒤 무장공비격멸전적비를 지나 인어 공주 청동상이 있는 하서해안공원에 이른다. 해안공원로를 따라 걷다 양남해수온천랜드 앞에서 하서천에 놓인 물빛사랑교를 건너면 하서 4리다. 하서 4리에는 대형 주차장과 ‘주상절리 파도소리길’ 안내판이 있다. 경주시에서 해파랑길 공식 구간에 포함된 양남면 하서항에서 읍천항까지의 1.7㎞ 해안길을 ‘경주 양남 주상절리 파도소리길’로 명명했다. 경주 양남 주상절리는 천연기념물 제536호로 기울어진 주상절리, 누워 있는 주상절리, 위로 솟은 주상절리, 부채꼴 주상절리 등 다양한 주상절리의 모습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이곳은 2009년까지 군부대의 해안작전경계지역으로 일반인의 출입이 통제됐던 지역이다.

주상절리 옆에 데크(deck) 길을 조성해 걷기에 좋다. 흙길과 데크 길을 번갈아 걸으면서 갖가지 형태의 자연 예술 조각품들을 감상할 수 있고, 벤치가 곳곳에 있어 사색의 공간으로도 더할 나위 없이 좋다. 파도소리가 온몸에 가득 차오를 때 제일 먼저 만나는 주상절리는 기울어진 주상절리다. 조금 더 걸으니 돌기둥들이 원목을 한자리에 포개어 놓은 것 같은 ‘누워 있는 주상절리’가 나타났다. 전망대에 서면 크고 작은 파도가 들고 나면서 주상절리를 휘감고, 갈매기의 날갯짓이 부지런하여 주상절리 풍광에 생동감이 넘친다. 운치 있는 흙길을 따라가면 바닷가 언덕 위에 세워진‘위로 솟은 주상절리’ 전망대다. 파도를 맞으며 솟아 있는 주상절리는 ‘수직주상절리’라고도 불리는데 마치 거대한 숯을 한 묶음씩 엮은 모양이다.

고대 희랍의 신전 기둥처럼 줄지어 선‘위로 솟은 주상절리’

520m 더 걸으면 해안선을 따라 흩뿌려져 있는 주상절리 중 가장 아름다운 ‘부채꼴 주상절리’가 모습을 드러낸다. 길이 10m가 넘는 주상절리가 부채꼴 모양으로 펼쳐져 있는데, 그 모습이 바다 위에 곱게 핀 해국 같다고 하여 ‘동해의 꽃’이라고도 부른다. 국내에서는 최초로 발견되었고, 세계적으로도 희귀하다.

전망대와 조망공원 공사장, 경주 감포우체국에서 매월 첫째 주 월요일 한 번 수거해 가는 ‘느린우체통’이 있는 포토존, 스위스·바다풍경·쿠페 등 펜션을 지나 길이 32m, 폭 1.5m의 출렁다리를 건너면 벽화마을로 유명한 읍천마을에 닿는다. 마을 거리 담벼락을 따라 읍천항의 다양한 이야기를 담은 그림들이 가득 차 있다. 읍천갤러리’라고 불리는 읍천마을을 벗어나면 나아해변이다.

마을 전체가 거리 미술관인 읍천마을

◇숲이 좋은 토함산 자연휴양림

휴양림 매표소 바로 옆에는 야생화 단지가 있고, 계곡을 끼고 있는 도로와 숲길을 따라가면 숲속의 집, 산림 휴양관 등이 점점이 박혀 있다. 32개의 숙박시설에서는 청정 자연을 만끽하며 심신의 피로를 풀 수 있다. 휴양림 맨 끄트머리에 있는 숲속의 집 27·28·29호는 해발 405m에 자리 잡고 있어, 호젓하게 하룻밤을 보낼 수 있다. 며칠을 머물고 싶은 통나무집에서 등산로를 따라 250m 오르면 해발 490m에 있는 체육시설로 가는 임도와 만난다.

숲속의 집 30호에서 왼쪽으로 1㎞ 정도 오르면 아늑한 분위기에서 캠핑을 즐길 수 있는 야영장이다. 산자락 아래 다양한 크기(3m× 3m∼4.2m×4.2m)의 야영덱 40개가 들어서 있다. 덱 간격도 그리 좁지 않고 화장실, 취사장, 샤워장, 음수대 등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 야영장에서 덱 길을 따라 400m 오르면 해발 532m의 전망대다. 매년 6월 1일부터 10월 31일까지 운영하는 야영장은 캠핑족이나 가족 단위의 휴양객들로 발길이 끊어지지 않고 있다.

토함산의 동쪽 기슭에 자리 잡은 '숲속의 집'

숲 속에 조성된 산책로와 등산로는 심신치유에 제격이다. 숲길코스도 다양하다. 삼림욕장을 포함하고 있는 1코스(3.85km, 1시간 40분), 2코스(3.79km, 1시간 40분), 3코스(4.63km, 2시간 20분), 4코스(2.42km, 50분)까지 취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 1ㆍ2ㆍ3 코스는 모두 전망대를 통과하는데 숲의 푸른 기운이 눈은 물론 정신까지 맑게 한다. 다양한 침엽수와 활엽수가 자생하고 있고, 다람쥐와 딱따구리 등 각종 야생동물도 볼 수 있어 자연체험 학습장으로 손색이 없다.

※ 이 기사는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17년 2월호 [걷고 실은 길] 코너에 실린 글입니다.

changho@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7/02/13 08:01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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