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출처=영화사 진진]
오늘 소개해드릴 영화 '에브리데이(Everyday)'는
제목 그대로 어느 가족의 '에브리데이(매일)'를
담담하게 그려낸 작품입니다.
영화 속 이들은 서로를 사랑하고 믿으며
평범한 가족의 삶을 보여주지만,
이들을 둘러싼 상황은 조금 남다릅니다.
[사진출처=영화사 진진]
주인공 캐런은 아이가 넷이나 있지만,
남편은 마약 범죄로 감옥에 수감되어 있습니다.
캐런은 남편이 수감 생활을 하는 5년 동안,
때로는 혼자, 때로는 아이들과 함께,
남편을 만나러 교도소에 면회를 갑니다.
실제로 영화 촬영도 5년 동안 진행되었기에,
아역 배우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관객은 그들이 견딘 시간의 무게를 느낄 수 있습니다.
[사진출처=영화사 진진]
영화에서 남편은 계속해서 거짓말을 합니다.
남편이 감옥에서 팔을 다쳤을 때,
캐런은 그가 죄수들과 싸웠다고 생각하지만,
남편은 계단에서 구른 것이라고 말하죠.
사실 영화에서는 남편이 죄수와 갈등을 겪는 장면도,
교도소 내부의 계단도 나오지 않습니다.
다만, 남편과 유난히 닮은 구석이 많은 아들이
학교에서 친구를 때리는 장면이 나오기에,
관객은 사실 남편이 싸운 게 맞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사진출처=영화사 진진]
남편은 교도소에 마약을 밀반입하고는
처벌을 받기도 합니다.
남편은 자신이 마약을 하려던 게 아니라,
무서운 죄수에게 협박을 받아
마약 운반 심부름을 한 것이라 말합니다.
하지만 영화 어디에서도 남편이 죄수들에게
협박을 받고 있는 장면은 나오지 않습니다.
이번에도 관객은 남편의 말의 진위여부를
명백하게 알 수 없는 것이죠.
캐런은 이 사건으로 남편에게 크게 실망합니다.
하지만 남편이 교도소에서 외박을 허락받자,
남편을 위한 서프라이즈 케이크를 준비하며,
가족 모두가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게 해줍니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말이죠.
[사진출처=영화사 진진]
남편은 수감 생활 내내 아이들과 함께 보내는
크리스마스를 그리워합니다.
마침내 남편은 크리스마스에 맞춰서 출소하며,
가족과의 행복한 삶을 되찾으려 하지만,
이때 캐런은 남편에게 사실 자신이 그동안
남편 친구와 바람을 피웠다고 고백합니다.
남편은 이에 분개하여 폭언을 퍼붓고,
아이들은 아빠가 화내는 소리에 잠에서 깨고 말죠.
가족의 크리스마스 밤은 엉망이 되었지만,
아침이 되자 가족은 캐롤 합창 대회에 참가하면서
또다시 행복한 시간을 갖습니다.
[사진출처=영화사 진진]
캐런은 아이들과 함께 숲과 바다가 있는
한적한 시골 마을에서 살아갑니다.
남편이 있는 교도소에 가려면 시골을 벗어나
기차를 타고 대도시 런던으로 향해야 합니다.
영화는 두 공간의 풍경을 끊임없이 대비시켜며,
'캐런=시골, 자연' , '남편= 대도시, 교도소'의
공간적인 상징을 통해 두 사람을 보여줍니다.
자연과 단절된 인위적인 공간에서 생활하는 남편은
언제나 자신의 삶을 거짓말로 꾸며내고,
반면 생명의 삶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자연스러운 공간에서 살아가는 캐런은
자신의 삶에 솔직하고자 진실을 털어놓습니다.
[사진출처=영화사 진진]
이 영화의 이야기 구조를 정리하자면,
"거짓 → 갈등 → 평범한 일상"이
끊임없이 반복되어 갑니다.
누군가가 큰 잘못을 했더라도,
다음 장면에서는 가족의 행복한 일상이 그려집니다.
캐런 부부는 잘못을 저질렀을 때
솔직함에 있어서는 차이를 보입니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알고 있습니다.
사실 서로가 서로를 사랑한다는 것 말이죠.
남편은 가족들이 자신에게 더이상 실망할까 두려웠고,
아내는 사랑하는 남편의 빈자리가 너무나도 컸기에
외로움을 견디지 못하고 실수를 범한 것이죠.
서로를 향한 사랑은 진실이라는 걸 알기에,
둘은 또다시 행복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겁니다.
[사진출처=영화사 진진]
이 가족이 처한 상황은 분명히 평범하지는 않습니다.
이들은 가족의 평범한 일상을 오 년이나
다 함께 공유하지 못했으니까요.
하지만 우리가 공유하는 가족의 일상 역시,
매일매일이 행복한 나날이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때로는 서로에게 거짓을 말하고 갈등하죠.
그리고 그것은 때로는 가족의 사랑을
더욱 굳건하게 만들어주기도 합니다.
그러한 점을 보여준 이 영화는 어쩌면
이 세상 모든 가족의 이야기를 다룬 게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