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통 양조법에 얽매이지 않고 실험적인 막걸리를 제조하는 젊은 양조자들이 주목받고 있다. 강북구 수유동에 있는 ‘디오케이(DØK) 브루어리’ 역시 젊은 감각의 재기발랄한 막걸리를 선보이는 신생 양조장이다.
전통 막걸리 양조법에 수제 맥주
제조 기법을 접목해 만든 이곳의 술을 마시다 보면 이게 막걸리인지,
와인인지, 수제 맥주인지 헷갈릴 정도다.
이름에서 풍기는 분위기처럼 북한산 자락에 있는 양조장 역시 막걸리를 파는 전통주점이라기보다는 수제 맥주를 파는 펍의 분위기다.
자리에 앉아 술을 주문하면 마치 생맥주를 따르듯 탭에서 막걸리를 따라 투명한 잔에 내어 온다.
붉은빛이 매혹적인 ‘걍즐겨’ 막걸리는 석류와 히비스커스를 첨가해 아름다운 빛깔을 뽐내는 술이다.
알코올 도수는 8도로 막걸리치고 낮은 편은 아니지만, 새콤달콤한 맛에 부담 없이 술술 들어간다.
다음 차례는 ‘뉴트로’. 일반 막걸리보다 진한 빛을 띠는 이 술은 홍차인 잉글리시 브랙퍼스트와 레몬, 라임을 첨가한 막걸리다. 단맛은 거의 없지만, 레몬과 라임의 신맛과 홍차의 쌉싸름한 맛이 입안을 기분 좋게 자극한다.
마지막으로 맛본 ‘두유노’는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막걸리와 가장 비슷한 느낌의 술이다. 막걸리를 빚을 때 누룩과 함께 천연발효종을 넣은 사워도우를 첨가해
발효시켰다고 한다. 빵 반죽인 사워도우 특유의 상큼하면서 쿰쿰한 향을 느낄 수 있다.
디오케이의 술들은 누룩과 쌀을 기본 재료로 한다는 점에서는 일반 막걸리와 다르지 않다.
하지만 독특한 향과 맛을 내는 부재료를 다양하게 첨가하고 맥주 만들 때 쓰는 효모를 넣기도 한다는 점에서는 수제 맥주와 닮아있다.
누룩 외에 맥주용 효모를 첨가해 막걸리를 빚는 것도 디오케이만의 방식이다.
히비스커스와 석류즙이 첨가된 ‘걍즐겨’는 누룩과 함께 맥주 효모의 한 종류인 프렌치 세종을 넣어 발효시켰다. 다양한 맥주용 효모를 넣어 실험해봤는데 쿰쿰하고 거친 느낌의 프렌치 세종이 이 술과 가장 잘 어울렸다고 한다.
수유동에 있는 양조장에는 간단한 안주와 함께 술을 즐길 수 있는 공간도 마련돼 있다. 막걸리를 테이크아웃 할 경우 병당 5천원에 구입할 수 있다. 예약하고 방문하면 술 만드는 과정에 대한 설명도 듣고 시음해 볼 수 있다고 한다.
글 김희선 · 사진 조보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