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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재길, 가장 오래된 백두대간 고갯길

등록일2020.07.16 15:22 조회수6026








충주와 문경을 잇는 하늘재길은 백두대간 고갯길 중 가장 오래된 옛길이다. 2천년 역사를 품었다.




그러나 조금도 험하지 않은, 순한 길이다. 









고개는 옛사람들이 무수히 만나고 헤어졌던, 그리움과 기다림이 켜켜히 쌓인 자리다. 오라비를 도시로 떠나보내며 누이가 하얀 손수건을 흔들던 곳, 밭매던 어머니가 기약 없는 자식을 기다리며 올려다보던 곳이다.




국토 구석구석까지 현대식 도로가 깔리고, 산을 터널로 뚫는 요즘 고갯길을 걸어 넘어갈 일은 거의 없다. 그러나 옛적에 고개는 사람 왕래와 물류의 요충지였다.










이런 고개 중 가장 먼저 뚫린 큰 고개가 충청북도 충주와 경상북도 문경을 잇는 하늘재다. 신라 시대 아달라왕 때인 156년에 열렸다.




영남에서 충청도, 경기도로 가기 위해 제일 많이 이용됐던 이 길은 조선 태종시절 문경 새재길이 새로 나면서 쇠퇴의 길을 걸었다.









지금은 충주시 수안보면 미륵대원지에서 하늘재까지 걷는 길이 조성돼 있다. 하늘재길이다. 백두대간의 큰 고갯길이라 험할 것으로 예상하기 쉽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키 큰 아름드리나무들로 숲이 우거지고 걷기 좋게 정비돼 편안함과 포근함을 느낄 수 있다. 실제 걸어보면 백두대간의 숱한 고개 중 왜 이 길이 가장 먼저 열렸는지 실감할 수 있다. 그만큼 힘들지 않은 고갯길이다. 









하늘재길이 시작되는 미륵대원지는 하늘재만큼이나 유서 깊은 곳이다. 이름이 ‘미륵대원사’로 추정되는 석굴사원이 있었던 터다.




절은 사라졌지만 거대한 석조 불상이 남아 있다. 보물 96호인 이 석조여래입상은 고려 시대 유행하던 거불 중 하나다. 이 석불은 나라에 큰 위기가 닥쳤을 때 땀을 흘리곤 했다는데, 간절히 기도하면 소원을 들어준다는 속설이 있어 공사 중임에도 참배객이 이어지고 있었다. 









미륵리 원 터를 지나 20여분 걷다 보면 하늘재길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계곡물이 콸콸거리며 시원스럽게 흘러내린다.




중간쯤에서 길은 두 갈래로 나눠진다. 왼쪽이 역사·자연 관찰로, 오른쪽이 숲길이다. 이끼, 버섯, 나이테, 흙, 산림욕 등을 설명한 푯말이 이곳저곳에 세워져 있었다.









하늘재길에는 연리지 두 그루가 보호수로 관리되고 있었다.




한 그루는 김연아 피겨스케이팅 선수의 연기 모습을 닮았다고 해서 ‘연아 닮은 소나무’라고 이름 붙여졌다. 다른 나무도 비슷한 모양이었는데 연아 나무의 친구라는 뜻인지 ‘친구 나무’라는 푯말이 붙어 있다. 









어느새 고갯마루다. 울창한 나무 사이에서 새파랗고 맑은 하늘이 갑자기 나타났다. 하늘재 정상석은 망망한 하늘을 이고 있었다.




박경애 충주시 문화관광해설사는 고갯마루에 올라섰을 때 목격하게 되는 푸르고 넓은 하늘의 감동이 하늘재라는 이름을 낳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수긍이 갔다.









하늘재에서 바라보면 왼쪽에 포암산이 하늘을 절반쯤 채운 듯 우뚝 솟아 있다. 바위 하나가 산을 이룬 듯, 큰 바위가 산 중심부를 차지하고 있었다. 이 바위 모양이 큰 삼베를 펼쳐 놓은 것 같다고 해서 붙여진 게 포암산이라는 명칭이다. 









포암산 등산길은 하늘재 길과는 다른 맛을 준다. 등산로는 짧았지만 가파른 구간이 몇 군데 있었다. 하늘재길과 포암산 등산로를 이어 걷는다면 평화로운 숲길과 거친 산길을 한꺼번에 느낄 수 있다.






글 현경숙 · 사진 전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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