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도에 전해 내려오는 ‘고소리술’은 가난했던 시절 제주 어머니들의
애환이 담긴 술이다. 밤새워 정성스레 내린 술 한 방울 한 방울은
어머니들의 땀방울이고 눈물방울이었다.
예로부터 쌀이 귀했던 제주도에서는 쌀 대신 오메기로 술을 빚었다. 좁쌀로 빚은 오메기떡에 누룩을 더해 발효시킨 탁주가 오메기술이고, 오메기 술의 맑은 부분만 떠내 증류시킨 것이 고소리술이다. 한때 고소리술은 개성 소주, 안동 소주와 함께 우리나라 3대 소주로 불렸다.
제주에서는 집마다 어머니들이 고소리술을 빚어 제사상과 잔칫상에 올렸다. 고소리술을 시장에 내다 판 돈으로 아이들을 뒷바라지하기도 했다. 제주 사람들과 희로애락을 함께 했던 술이다.
하지만 일제강점기 주세령이 시행되면서 고소리술은 남몰래 빚는 밀주가 됐고,
사람들의 기억에서도 점차 희미해져 갔다.
제주술익는집은 사라져가는 고소리술의 명맥을 잇는 곳이다. 술을 증류할 때 쓰는 소줏고리를 제주에서는 '고소리'라고 불러 고소리술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고소리술은 알코올 도수가 40도에 달하지만 목넘김이 부드럽다. 직접 띄운 전통 누룩으로 빚어 장기 숙성한 덕분에 은근한 꽃향기가 나면서 맛이 깊고 풍부하다.
제주에는 술익는집 외에도 고소리술을 만드는 양조장이 몇 곳 더 있지만, 고소리를 사용해 전통 방식 그대로 술을 내리는 양조장은 이곳이
유일하다고 한다. 제주도에서 유일하게 4대째 전통 방식 그대로 고소리술을 빚는 제주술익는집의 양조장은 서귀포시 표선면 성읍민 속마을 근처에 있다.
제주술익는집이라는 간판을 달고 집안에 내려오던 양조법을 활용해 본격적으로 술을 만들기 시작한 것은 김희숙 대표다.
김 대표는 제주술익는집을 시작한 계기에 대해 “30년 가까이 매달리며 눈물겹게 맥을 이어온 것은 사라져가는 고소리술을 되살려야 한다는 책임감 때문이었어요. 고소리술은 제주 어머니들의 삶의 흔적이고 추억이니까요.”고 말했다.
글 김희선 · 사진 조보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