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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갑산 정상에 오르는 편안한 산장로

등록일2020.08.18 09:39 조회수2170








충청남도 중심부를 차지하고 있는 칠갑산은 대중가요 ‘칠갑산’으로 널리 알려진 산이다. 가난했던 시절을 대변하는 슬픈 노랫말은 칠갑산에 대한 호기심을 자아낸다. 그러나 굳이 그런 사연이 아니더라도 청양군에 위치한 칠갑산은 탐방해볼 만한 명산이다.









칠갑산의 이름은 천지만물을 뜻하는 ‘칠’(七) 자와 싹이 난다는 뜻의 ‘갑’(甲) 자가 합해져 만들어졌다는 설이 있다. 이 설에 따르면 칠갑산은 생명의 시원이라는 뜻을 가진다. 또 이 산이 정상에서 일곱 군데로 뻗어났고, 깊은 계곡들이 휘돌아가며 명당 일곱 개를 만들었다는 데서 ‘칠갑’이라는 이름이 유래했다는 설명도 있다. 칠갑산에는 백제의 얼과 혼이 서려 있음을 산 이름에서부터 알 수 있다.









칠갑산이 가진 8개의 등산로 중 주민과 등산객에게 사랑받는 길은 산장로, 천장로, 사찰로 이다. 천장로 구간에는 국내에서 가장 길다고 하는 출렁다리가 있다. 출렁다리는 중간 부분을 지날 때 상하좌우로 흔들려 짜릿함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인기다.



사찰로 구간에는 신라 문성왕 때 지어진 고찰 장곡사가 있다. 내륙 깊숙한 곳에 자리한 덕에 외적과 도적의 침입을 적게 입은 결과 문화재를 많이 간직하고 있다. 장곡사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건축 형태와 축조 시대가 서로 다른 대웅전이 2개 있는 사찰로도 유명하다.









칠갑광장 한편에는 조선 말기 문인이자 학자, 의병장이었던 면암 최익현 선생의 동상이 세워져 있다. 항일 운동을 펼치던 선생은 체포 이후 ‘왜놈 땅에서 난 곡식은 먹지 않겠다’며 단식하다 일본 대마도 감옥에서 순국했다. 청양 목면에는 그의 충절을 기리는 사당이자 유물관인 모덕사가 있다.









칠갑광장을 지나면 칠갑산 노래비와 콩밭 매는 아낙네 동상이 나온다. 노래 ‘칠갑산’은 가난을 못 이겨 늙은 홀아비에게 열여섯살 딸을 시집보낸 홀어미의 눈물겨운 실화를 담았다고 한다.



노래비에서 자비정 사이에는 ‘칠갑산 어머니의 길’이라는 표시판들이 군데군데 세워져 있었다. 이 표시판들에는 자식을 낳고 기르고 결혼시키면서 기뻐하고, 슬퍼하고, 그리워하는 모정이 글과 그림으로 표현돼 있다. 노랫말의 사연을 설명하면, 가난으로 고생했던 어린 시절이나 어머니를 떠올리며 눈물을 글썽이는 탐방객이 드물지 않다고 한다.









노래비를 지나 조금 더 올라가면 칠갑산천문대가 나온다. ‘스타파크’라고도 불리는, 일반인을 위한 천문우주 테마과학관이다. 칠갑산은 그 이름이 만물의 근원을 의미하는 만큼 우주를 이해하고, 천체의 신비를 관측하는 데 더없이 좋은 장소가 아닐까 싶다. 천문대에는 국내 최대 구경급인 굴절망원경과 360° 회전 가능한 원형돔이 있다.









산장로는 워낙 걷기에 좋아 등산로 같지 않고 도시의 큰 공원 같은 느낌을 준다. 바닥에 흙과 잔돌이 적당히 섞여 있어 발바닥에는 딱딱한 땅의 충격이 아닌 기분 좋은 쿠션감이 느껴진다. 노약자들도 그다지 힘들 것 같지 않았다. 실제로 많은 어르신이 이 길을 산책한다고 한다.



칠갑산탐방로 안내서는 산장로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산책코스’라고 설명했다. 산비탈을 깎아 좁은 오솔길을 넓히고 길 양쪽에 벚나무를 심어 키 큰 벚나무 터널이 곳곳에 만들어져 있었다. 참나무, 벚나무 등 여러 활엽수가 우거져 여름인데도 무덥지 않았다. 









걷기 좋은 길은 자비정까지 이어진다. 자비정은 백제의 산성 자비성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자리에 세워진 정자로, ‘산성의 나라’라고 불리는 백제에서 정치·군사적으로 요충지였을 것으로 짐작된다. 자비정을 지나면서 길은 약간 가팔라지고 울퉁불퉁해진다.









정상에 이르는 흙길을 지나면 널찍한 산 정상에 도착할 수 있다. 나라의 안녕과 통일을 기원하는 작은 제단, 사방을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가 설치돼 있었다. 멀리 서쪽으로는 휘돌아가는 금강이, 동쪽으로는 계룡산이 아련하다. 맑은 날에는 서해까지 보인다고 한다. 사방이 확 트인 정상에서 보는 파노라마는 장쾌한 감동을 선사했다.





글 현경숙 · 사진 전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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