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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품은 미술관, 바우지움조각미술관

등록일2020.08.18 15:13 조회수1191








검게 그을린 가지만 앙상하게 남은 나무들 아래로 풀이 파릇파릇 돋아나 있었다. 작년 4월 산불이 할퀴고 간 상처가 완전히 아물지 않은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 원암리.



이 한적한 시골 마을을 지나다 보면 뜻밖의 미술관을 만나게 된다.









좁은 통로를 지나 미술관 안으로 들어서니 거친 담을 배경으로 매끈하게 조각된 작품이 늘어서 있다. 아름다운 조각품을 하나하나 감상하며 걷다 보면 어느새 유리벽 너머로 설악산 울산바위가 위용을 드러낸다. 자연이 만들어낸 또 하나의 조각품이다. 자연과 건축과 조각, 이 셋이 이토록 완벽하게 조화를 이룰 수 있을까?









고성군 토성면 원암리에 있는 바우지움조각미술관은 조각가 김명숙 씨가 설립한 조각 전문 미술관이다. ‘바우지움’이라는 이름은 강원도 사투리로 바위를 뜻하는 ‘바우’와 ‘뮤지엄’을 합해 지었다.



미술관이 자리한 원암리는 이름 그대로 바위를 깔고 앉은 마을. 미술관 터를 다지기 위해 땅을 파자 울산바위가 솟을 때 굴러내렸을 것 같은 누런 돌덩이들이 나왔다고 한다. 이 돌덩이로 정원을 꾸미고, 대관령 지하에서 캐낸 바위를 가져다 쪼개 담을 쌓았다. ‘바우지움’이란 이름 그대로 돌로 지은 미술관이다









바우지움이 자리한 곳은 울산바위를 넘어온 높새바람과 동해를 건너온 해풍이 만나는 곳이다. 미술관을 설계한 건축가 김인철씨는 이곳에 길이와 높이가 다른 담을 여러 개 세워 바람이 잠시 멈추도록 했다. 담이 겹치고 꺾이는 곳에는 지붕을 얹어 내부 공간을 꾸몄다.



자연을 배려해 낮게 세운 담은 박물관 부지를 세 개의 전시관과 다섯 개의 테마정원으로 나눈다. 담에 의해 나뉜 공간을 위에서 내려다보면 울산바위를 향해 뫼 산(山)자를 그리고 있다. 담은 공간을 구분 짓는 동시에 이들을 하나로 연결하는 역할도 한다.









담과 담 사이 통로를 따라가면 첫 번째 전시관인 근현대 조각관이 나온다. 전시관은 흰색 벽으로 마감된 일반적인 미술관과 달리 통유리로 둘러싸여 있다.



설악산을 향해 난 통유리벽 너머로는 소나무 숲과 울산바위가 어우러진 절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반대편 유리 벽 너머에는 콘크리트와 돌이 엉겨 붙은 거친 담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다.









근현대 조각관에서 야외로 나오면 물의 정원이 펼쳐진다. 전시관 앞 자갈밭 위로 지하수를 끌어올려 조성한 연못이다. 자갈밭을 채운 물은 그 자체가 커다란 캔버스다. 잔잔한 물 위로 소나무 숲과 울산바위, 하늘에 떠가는 구름이 그대로 비치니 마치 한 폭의 그림 같다. 물로 된 캔버스 위에는 시시각각 변하는 빛에 따라 제각기 다른 느낌의 그림이 그려진다.









물의 정원 너머로 펼쳐진 너른 풀밭은 소나무와 조각 작품이 어우러진 소나무 정원이다. 정원을 장식한 소나무들은 자연이 만든 또 하나의 조각품처럼 보인다.



안타깝게도 소나무들이 줄기 아랫부분에 붕대를 감고 있었다. 작년 4월 고성을 휩쓸었던 산불이 남긴 아픈 흔적이다.









정원 한쪽 구석 담벼락에 붙어 있는 나비들은 산불 당시 공포에 휩싸였던 기억을 담아 만든 조형물이다. 당시 미술관 내 거처에 머물고 있었던 김 관장은 미술관 옆 이층집이 불에 활활 타올라 재로 변하는 것을 보면서 이곳을 탈출했다고 한다.



그때의 심정은 날개가 찢어진 채 새끼들을 끌어안고 자신의 보금자리에서 탈출해 날아가는 붉은 나비로 표현됐다. 정원 한가운데 커다란 열매 조형물 위의 나비들은 불탔던 나무들이 되살아나 싹을 틔우고 열매를 맺자 보금자리로 돌아온 나비들을 형상화한 것이다.









소나무 정원에 이어 돌의 정원과 잔디 정원을 지나면 김명숙 관장의 작품만을 모아둔 김명숙 조형관이 나온다. 반짝반짝 빛나는 스테인리스 볼들이 중정을 둘러싼 세 면의 유리 벽에 비치면서 마치 은하 세계에 떠 있는 별처럼 보인다. 그래서 ‘은하 정원’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김명숙 조형관에서 테라코타 정원을 지나 출구로 나오면 3개월마다 새로운 작가를 초청해 기획전을 여는 ‘아트 스페이스’와 ‘카페 바우’가 나온다. 입장료 9천원에는 카페에서 제공하는 커피 1잔이 포함되어 있다. 단체 관람객이 미리 신청할 경우 김명숙 관장이 직접 도슨트가 되어 전시 해설을 해준다.





글 김희선 · 사진 조보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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