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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에도 없는 12폭포의 비경, 내연산

등록일2020.08.19 10:12 조회수18306








마침내 싱그러운 여름이다. 여름하면 역시 시원하게 부서지는 폭포의 하얀 물줄기 아닐까.



포항 내연산에는 긴 계곡을 따라 폭포가 열두 개나 있다. 수백미터 높이 기암절벽을 양 옆에 두고 다양한 형태의 폭포가 만들어내는 절경은 금강산에도 없는 비경이다.









내연산 계곡은 신생대 화산지형이 빚어낸 협곡이다. 화산재가 수직에 가까운 암벽을 형성했다. 절벽은 ‘깎아지르다’라는 표현이 성에 차지 않을 정도로 가파르게 솟은 거대한 바위였다.



선일대, 비하대, 학소대 등이 특히 이름난 암벽이다.









국립이나 도립이 아닌, 군립 공원에 지나지 않아서일까. 흔치 않은 협곡인 내연산은 그윽하고 장엄한 아름다움에 비해 널리 알려지지 않은 것 같다.



산악인 중에는 ‘설악보다 내연’이라는 예찬가도 적지 않다. 내연산은 경북 8경으로 꼽히며 경북 3경으로 분류 되기도 한다. 









탐방객들에게 가장 인기가 있는 폭포는 제7폭포인 연산폭포다. 이유는 현장에서 실감할 수 있다. 그만큼 연산폭포는 우렁차다. 연산폭포는 학소대라는 암벽에 폭 둘러싸여 있었다. 고개 들어 폭포를 쳐다보면 폭포와 바위 절벽, 푸른 하늘, 바위 틈에 뿌리박은 몇 그루 나무밖에 보이지 않았다.









흙이라곤 도무지 찾기 어려운 절벽에 뿌리 내린 나무들은 생명력 그 자체였다. 연산폭포는 쳐다보는 이를 덮칠 것 같이 세차게 쏟아진다. 폭포와 암벽 아래는 새파란 연못이었다. 물이 깊어서인지 폭포가 쏟아지는데도 연못은 별 흔들림 없이 잔잔하기만 하다.









‘연산’ 못지않게 흥미로운 폭포는 여섯번째 ‘관음’이다. 큰 물줄기 두 개가 떨어지는 쌍폭이다. 물줄기 옆과 뒤로 시꺼먼 동굴이 몇 개나 패여 있었다. 옛적 큰 스님들이 도를 닦던 곳이라고 한다.



옆에는 비하대라는 높은 수직 절벽이 버티고 있었다. 비하대 뒤쪽으로는 제8은폭포로 가는 계단이 있다. 계단은 암벽 위 정자인 선일대로도 이어진다.









선일대에서 내려다본 협곡은 아찔했다. 협곡 건너 맞은편 절벽 위에는 ‘소금 전망대’가 설치돼 있다. 내연산은 작은 금강산이라 하여 소금강이라고도 불렸다. 선일대와 소금강 전망대에서는 ‘연산’, ‘관음’ 외에도 제4, 제5 폭포인 ‘무풍’과 ‘잠룡’까지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다.









바닥 철강재 사이사이로 발밑 낭떠러지가 언뜻 언뜻 보이는 소금강 전망대에서는 다리가 후들거리고 간담이 서늘해 진다. 한여름 무더위가 한방에 사라지는 곳이다. 내연산 계곡의 남다른 묘미는 낭떠러지, 산기슭 등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이는 협곡의 장관이다.









제11폭포는 떨어지는 물줄기가 마치 비단실처럼 가늘고 고와서 ‘실폭포’라고 불린다. 계곡 초입에서 5.4㎞ 거리인 실폭포는 먼 길을 온 탐방객에게 적지 않은 감동을 준다. 5단 폭포인 실폭포는 웅장하면서도 우아했다. 물안개가 핀 것도 아닌데, 물줄기는 섬세하고 부드럽게 보인다. 강하면서 부드러운 물이란 이런 걸까.









복호 1과 시명 폭포는 길에서 계곡 쪽으로 가파른 비탈을 내려가야 볼 수 있었다. 급경사를 오르락내리락하는 게 조금 힘들 수 있겠다. 첫 번째 폭포인 ‘상생’은 기대를 안고 방문한 관광객에게 실망을 안기지 않았다. 규모가 꽤 큰 쌍폭이다. 제2, 3, 4, 5 폭포인 ‘보현’, ‘삼보’, ‘잠룡’, ‘무풍’은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으나 하나같이 남다 른 개성을 갖고 있었다.









내연산 계곡엔 굳이 폭포라고 지칭하지 않더라도 큰 바위에서 깊은 못으로 떨어지는 현란한 물줄기가 곳곳에 많았다. 한폭의 동양화를 떠올리는 심산유곡은 내연산을 두고 하는 말 같았다. 내연산의 매력으로 빼놓을 수 없는 게 두 가지 더 있다. 천년고찰 보경사와 드넓은 경북수목원이다









내연산 계곡 탐방로는 보경사에서 시작된다. 보경사는 계곡 입구 오른쪽에 자리 잡고 있다.



신라 지명법사는 진나라에서 팔면보경을 갖고 귀국한 후, 진평왕에게 ‘동해안 명산에 이 거울을 묻고 불당을 세우면 왜구의 침략을 막고 삼국을 통일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 말을 들은 진평왕이 창건한 절이 보경사라고 한다. 









계곡의 맑은 물은 동해로 바로 흘러가지 않고 보경사 옆으로 만들어진 인공 수로를 통해 인근 농토에 농업용수로 공급되고 있었다. 빗물에 의지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던 옛적, 계곡물은 농민에게 더없이 소중한 자원이었을 테다.









보경사에 들어서면 굵고 늠름한 금강송들이 밭을 이루고 있다. 속세에서 성스러운 세계로 통하는 관문 같았다. 보경사의 건물들이 다양한 시대 양식을 보여줬다.



원진국사비 등 국보가 3개 있으며 적광전, 5층 석탑 등 문화재가 볼거리다. 도 지정 기념물인 수령 400년의 탱자나무 2그루, 수령 300년 느티나무, 수령 200년 이상의 반송이 번잡하지 않은 보경사의 그윽함을 더한다.









경북수목원은 내연산 남쪽 줄기에 자리 잡은 고산수목원이다. 수목원 자체도 큰데, 도 소유의 산림이 다시 수목원을 둘러싸고 있다. ‘숲 속의 숲’인 셈이다. 그만큼 숲이 넓고 생태가 잘 보존돼 있다. 수백 년 거목이 많은 게 다른 수목원과 차별화된 특징이다.









수목원은 울창한 원시림이 잘 보존돼 있는 데다 동해를 바라볼 수 있고 내연산 계곡으로 통해 등산객들에게 인기다. 수목원은 탐방로를 개방하고 있다.



울릉도·독도 식물원, 희귀식물원, 고산식물원 등 24개 분원과 유아숲체험원, 생태체험관 등이 만들어져 있다. 국내외 수종, 경상북도 향토 고유 수종을 수집, 보존 하고 있으며 식물유전자원 연구를 한다.





글 현경숙 · 사진 조보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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