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 제목과 예고편을 보고 ‘순간 세상에 이런 일이’란 방송 프로그램에서 본 선풍기 아줌마가 생각났다. 본명이 한혜경씨는 2004년 불법 시술로 일반인의 얼굴보다 두 배 이상 커져 버려 ‘선풍기 아줌마’라는 별명을 얻었다. 20대 시절 그녀의 얼굴은 짙은 쌍커풀과 뚜렷한 이목구비로 아름다운 미모를 뽐냈지만 더 예뻐지고 싶은 성형욕심으로 손쓸 수 없을 정도로 얼굴이 망가졌고 57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영화 ‘기기괴괴 성형수’는 공포 웹툰 창작 작품인 [기기괴괴]로 2013년 5월 8일부터 네이버에 연재를 시작하여 옴니버스 형식으로 연재를 진행했으며 매 에피소드 마다 아이디어가 독창적이어서 네이버의 목요일 웹툰의 인기 작품이었다.
비대한 몸뚱이로 인해 사회에서 주목받지 못한 젊은 여성이 어느 날 뜻하지 않은 사건으로 인해 미인으로 거듭 태어난다는 스토리로 2006년 개봉한 김아중 주연의 ‘미녀는 괴로워’가 떠오르기도 한다. 영화 ‘기기괴괴 성형수’는 톱스타 미리의 메이크업 아티스트를 담당하는 예지는 뚱뚱한 몸매와 못생긴 얼굴로 인해 외모 스트레스로 고통 받는다.
미리는 그런 그녀를 대놓고 무시한다. “재수 없으니 저 물건 빨리 치우라”는 등 굴욕적인 말도 서슴치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미리가 출연하는 다이어트 홈쇼핑 방송에 한 출연자가 펑크 내는 바람에 부랴부랴 예지로 대체된다. 그런 그녀에게 주어진 역할은 테이블의 온갖 종류의 음식들을 맛있게 먹는 신이었다.
평소에 먹는 건 자신 있었던 그녀는 고액의 출연료와 눈앞에 펼쳐진 맛있는 음식을 거부할 이유가 없었다. 무난하게 방송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온 예지는 평소 감정이 좋지 않은 미리에 대한 엄청난 악플로 복수를 한다. 그러던 중 ‘오늘자 개극혐’이라는 인기 게시물에 치킨부터 피자까지 기름진 음식을 게걸스럽게 먹는 자신의 영상이 실검에 오르며 수많은 악플로 인해 크게 상처를 받는다.
그런 그녀에게 어느 날 ‘성형수’ 이벤트 당첨 문자를 받게 되고 스팸으로 무시했던 그녀 앞에 실제 당첨 선물이 도착한다. 예지는 반신반의로 성형수를 바르고 완벽한 미인으로 거듭난다. 이를 계기로 그녀는 예지에서 설혜로 이름까지 바꾼다.
길을 나서면 힐끔 힐끔 쳐다보는 낯선 남자들의 시선에 위축됐지만 자신의 변화된 모습을 보고 이내 자신감을 갖고 당당하게 시선을 즐기게 된다. 상류층만 갈수 있는 파티도 참석하고 길거리에 캐스팅 되어 톱스타의 반열에도 들었다.
하지만 계속되는 성형수의 부작용으로 살이 점점 녹아들고 그걸 만회하기 위해서 또 성형을 반복하고 마지막에는 성형수를 살 수 있는 돈이 부족해서 돌이킬 수 없는 파국으로 치닫게 된다. 종반으로 접어들수록 영화는 상상을 초월한 극단적이고 자극적인 장면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한계치를 넘어 사실적이면서 섬뜩한 프레임은 애니메이션임을 잊게 만들며 집중하게 한다. 영화를 연출한 조경훈 감독은 "외모는 결국 '껍데기'인데 이 껍데기로 모든 걸 판단되는 건 문제다. 저 역시 어렸을 때 놀림을 당했던 적이 있는데, 그때 받은 상처가 아직도 생각난다.
사람들은 껍데기에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하고, 서열을 나누고, 경제적인 부도 나눠 가진다. 비극이다. ‘기기괴괴 성형수’ 를 통해 이런 비극을 표현하고 싶었다”라고 밝혔다. ‘기기괴괴 성형수’는 6년의 제작 기간을 걸쳐 원작 팬들도 인정할 완성도를 자랑하며 애니메이션계의 칸영화제로 불리는 제44회 안시 애니메이션 페스티벌 장편 경쟁부문 초청에 이어 제26회 프랑스 에뜨랑제국제영화제 초청,
제24회 캐나다 판타지아 인터내셔널 필름 페스티벌 초청, 제11회 슬래시 필름 페스티벌 초청 그리고 지난 7월 9일 개막한 제24회 부천 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도 초청되어 전 세계 관객들을 만났고, 제19회 뉴욕아시아영화제에서 한국 작품 중 유일하게 애니메이션 작품으로 초청 리스트에 이름을 올려 화제를 모았다.
또한, 스페인에서 열리는 제53회 시체스 국제판타스틱 영화제 애니메이션 경쟁부문 초청까지 이어져 해외 영화제의 러브콜은 계속될 전망이다. 사실적이며 독특한 애니메이션 ‘기기괴괴 성형수’는 9월 9일 개봉한다.(출처= 무비톡)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