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월 5일 CGV용산에서 디즈니픽사의 최신작 '소울' 언론시사회가 열렸다. 시사회 티켓 배부처 앞을 경호원들이 지키고 서있는 광경이 매우 이색적이었다. 아마도 코로나19의 접근을 사전 차단하려는 것은 아닐까? 라고 생각하며 언제 어디서 들어도 설레는 이름 ‘디즈니’의 명성답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생각은 오래가질 못했다. 단편영화 '토끼굴'이 끝나고 본격적으로 '소울'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시작하자마자 자막이 2~3분에 한 번꼴로 두개로 겹쳐서 송출되었다. 그런 상태가 30분이나 지속되었다. 그러는 동안 상황을 파악하는 관계자들이 들락날락 했다. 관람에 방해를 받았음은 물론 디즈니 코리아의 준비성에 의구심이 들기 시작했다.
내가 알던 그 디즈니가, 직원들을 철저히 교육시키기로 명성이 자자한 디즈니가 시사회 전 미리 송출 확인도 해보지 않았다는 것인가? 영화가 점점 흥미를 더하고 있을 때 관람이 중단되었고, 관계자가 사과 인사와 해명을 하고는 끊긴 부분부터 다시 상영하겠다는 안내를 했다.
이미 오류가 벌어진 이상 어쩔 수 없었지만 김빠진 맥주를 마신 듯 개운치 않았다. 하지만 디즈니 코리아의 실망은 이걸로 끝이 아니었다. 영화가 다 끝나고 엔딩크레딧이 올라가자마자 갑자기 음소거 상태가 되었다. 화면은 그대로 송출되고 있었지만 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잠시 뒤 다른 관계자가 다시 등장해 좀 전의 자막 송출 오류에 대한 사과를 다시 한 번 했다. 어떤 시사회를 가던 엔딩크레딧을 끝까지 보고 나오는 나로서는 도저히 이해되질 않았다. 또 한 번 실망을 안겨 주는 순간이었다.
디즈니 영화는 엔딩크레딧 음악을 suite 형식으로 만들고, 애니의 연장선인 경우가 많아 꼭 챙겨보는 편인데 갑작스러운 음소거는 짜증날 정도로 불편했다. 이 자리는 관객들에게 공개되기 전 기자들에게 먼저 공개되어 관객들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언론시사회인데 아마추어처럼 미숙한 행사진행에 참석자 모두를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실망스러운 시사회 진행과는 달리, ‘소울’은 보는 내내 감탄을 하게 만들었으며 나의 인생영화에 등록될 만큼 훌륭한 영화였다. ‘소울’은 태어나기 전의 영혼들이 머무는 세상에 대한 영화다. 그리고 영화를 내내 관통하는 재즈 음악과도 관통하는 의미를 담는다.
디즈니가 늘 선보이는 훌륭한 캐릭터 구현과 영상미는 말할 것도 없이 좋았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점은, 코로나 시국에 내 마음을 휘젓던 가장 큰 의문에 대한 답변을 준 것이다.
그게 100퍼센트 완벽한 답변은 아니더라도 나에겐 생각을 바꾸게 하는 충분한 메시지를 전달했다는 것은 분명하다. 코로나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추천하는 영화로 적극 추천한다. 단 어린아이들에겐 추천하지 않는다. 영혼의 세계를 이해하기엔 이제 막 지구에 떨어진 영혼들은 아직 볼 것이 많으니까.(출처= 무비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