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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크 천국 플랑드르에서 '먹고 마시고 달리기'

등록일2022.06.07 17:49 조회수3120




바이크 천국 플랑드르에서 '먹고 마시고 달리기'



유럽의 새로운 여행 명소로 떠오르는 벨기에 플랑드르(Flanders)는 어릴 때 동화로 읽거나 TV 만화영화로 봤던 ‘플란다스의 개’의 배경지다. 수도인 브뤼셀을 비롯해 안트워프, 겐트, 메헬렌, 루벤 등이 모여 있는 북부 지역 소도시 플랑드르. 이곳은 알고 보면 자전거 여행의 천국이기도 하다. 자전거를 탄 뒤 맛보는 맥주 그리고 초콜릿, 와플, 감자튀김은 더욱 감미롭다. -글 성연재 기자-





<숲속 지상 10m 높이에 조성된 ‘나무 위를 달리는 길’>










바이크의 성지 플랑드르


플랑드르는 전 세계 자전거 여행자들이 죽기 전에 꼭 한 번 가보고 싶어하는 성지 가운데 하나로 손꼽힌다. 이곳 사람들에게 봄은 꽃피는 계절이 아니라 자전거 대회 시즌이 시작되는 시간이다. 주요 사이클링 경기가 있는 날이면 경기 중계를 보느라 거리가 한가할 정도다. 이곳 아이들은 걷기보다 자전거 타기를 먼저 배운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이 지역에서 자전거에 대한 관심과 애정은 남다르다.


유럽을 여행하다 보면 곳곳에서 역사적 인물의 동상을 많이 접한다. 그런데 이곳에서는 역사적 인물보다 전설적인 사이클링 선수들의 동상이 훨씬 많다. 사람이 별로 없을 것 같은 자전거 박물관에도 인파가 넘쳐난다. 사실 플랑드르의 주요 도시는 마치 중세시대로 돌아간 듯 유적지가 많은 곳이라 도로를 내기가 힘들다. 그런 특성 덕분에 자전거는 시내 교통의 대세가 됐다. 우리나라도 대도시마다 공공 자전거가 있지만, 플랑드르는 그보다 훨씬 먼저 이런 제도를 도입했다. 도시 내 공기 오염도 막고, 시민이나 여행객 모두가 저렴하고 편리하게 자전거를 탈 수 있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보고 있다. 


플랑드르 자전거 투어의 가장 큰 특징은 예측 불가능성이다. 로마 시대에 만들어진 울퉁불퉁한 자갈길과 이리저리 휘어지다가 급경사나 오르막 또는 내리막이 나타나는 길은 사람들의 예측을 불가능하게 한다. 자전거 여행 코스는 중세 도시 안쪽 길과 유령의 전설이 있는 성 주변, 초록색이 길게 펼쳐진 시골길 등 변화무쌍하다. 세계 3대 사이클링 대회로 손꼽히는 ‘투어 오브 플랑드르’ 대회가 시작된 1913년 이래 세 차례 이상 우승한 사람이 없다는 것을 보면 이해가 될 만한 일이다.







<플랑드르 들판을 달리는 바이커들>






<바닥이 돌로 포장된 플랑드르 교외 자전거길>








오직 자전거 여행을 위해 찾는다


휴가를 내서 오로지 자전거 여행을 즐기기 위해 이곳을 찾는 사람들도 많다. 길에서 마주치는 ‘B&B’라는 표지는 이곳에서는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보통 B&B는 조식을 제공하는 숙소 (Bed and Breakfast)의 약자로 사용되지만, 이 지역에서는 자전거를 둘 수 있는 숙소(Bike and Bed)라는 의미로 더 자주 쓰인다. 그야말로 원하는 대로 먹고 자면서 사이클링에 집중하는 사람들을 위한 숙소를 의미한다. 


플랑드르에 있는 자전거 여행자 숙소에는 자전거를 개별적으로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는 보관소가 있다. 또 기본 수리 장비는 물론, 최근에 유행하는 전기 자전거를 위한 충전시설을 갖춘 곳도 많다. 자전거를 객실에 보관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특별히 디자인된 객실도 있다. 


또 자전거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을 위해 수분이 적은 음식으로 구성된 ‘드라이 런치’를 제공하는 곳도 있다. 이처럼 자전거에 대한 사랑이 많은 도시다 보니 이색적인 사이클링 길도 조성됐다. 브뤼셀에서 자동차로 1시간 30분 거리에 있는 림버그 지역에는 두 곳의 자전거 명소가 있다. 첫 번째는 숲속 지상 10m 높이에 조성된 ‘나무 위를 달리는 길’(Cycling through Trees)이다. 직경이 약 100m, 총길이 700m가량인 이 길은 폭이 3m로, 두 명이 나란히 자전거를 타도 넉넉하다. 이곳에서 자전거를 타면 마치 나무 위에서 달리는 듯한 기분을 안겨준다. 


또 다른 하나는 천연 호수 한가운데를 달릴 수 있도록 한 ‘물속을 달리는 자전거길’(Cycling through Water)이다. 자전거페달을 밟다 보면 점점 물속으로 들어가는 듯한 경험을 안겨줘 이러한 이름을 얻었다. 독특한 느낌 덕분에 해외에서도 관광객들이 줄지어 찾을 정도다. 





<플랑드르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는 자전거 관련 벽화>





<자전거 두 대가 나란히 달려도 충분한 ‘나무 위를 달리는 길>





<녹음 우거진 플랑드르의 자전거 코스>







<천연 호수 한가운데를 달릴 수 있게 조성한 ‘물속을 달리는 자전거길’>









자전거와 맥주는 '실과 바늘'


지역민들은 자전거를 탄 뒤 갈증을 시원한 벨기에 맥주로 푼다. 대부분의 자전거 전용 숙소 주변에는 마치 실과 바늘처럼 펍들이 있다. 벨기에 맥주는 2016년 유네스코의 무형 문화 유산에 등재될 만큼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창의적인 시도를 수용하는 플랑드르 문화 덕분에 벨기에에는 현재 약 1천500종 이상의 다양한 맥주가 생산되고 있다. 맥주의 역사가 곧 벨기에의 역사라고 할 수 있을 정도다. 가문 대대로 이어지는 비법이 있는가 하면, 일명 ‘수도원 맥주’라고 불리는 ‘트라피스트 맥주’도 있다. 중세시대 수도원에서 시작된 트라피스트 맥주는 지금도 그 방식에 따라 만들어지고 있다. 이런 트라피스트 맥주에 얽힌 스토리를 따라가다 보면 플랑드르의 중세 역사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벨기에 맥주 문화에서 한가지 재미있는 것은 ‘전용 잔 원칙’이다. 모든 맥주는 저마다 전용 잔이 있어, 그 잔에 마셔야 그 맥주만의 맛과 풍미를 최대한 느낄 수 있다고 하니, 이 문화를 따라서 맥주를 마셔보자.




<플랑드르 사람들은 자전거를 탄 뒤시원한 벨기에 맥주로 갈증을 푼다.>






<다양한 플랑드르 지역의 맥주/ 맥주 양조장/ 대부분의 펍에서는 다양한 생맥주를 마실 수 있다.>











초콜릿은 자전거 탈 때 필수품


자전거 여행에 많은 도움이 되는 게 바로 초콜릿이다. 오랜 시간 페달을 굴려 기진맥진할 때쯤 ‘달달한’ 초콜릿 하나가 얼마나 힘을 내게 하는지는 경험한 사람만이 알 수 있다. 다양한 맛을 내는 재료인 ‘프랄린’이 들어가 있는 ‘프랄린 초콜릿’을 놓치면 아쉽다. 1857년 프랄린 초콜릿을 세계 최초로 발명한 곳이 플랑드르다. 현재 플랑드르 전역에만 약 2천130개의 수제 초콜릿 상점이 있으며, 매장마다 초콜릿 장인들이 만들어낸 독특한 프랄린을 맛볼 수 있다. 이 밖에 초콜릿을 활용한 립스틱과 초콜릿 비타민 등 이른바 ‘초콜릿 끝판왕’을 수없이 만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벨기에는 여러 맛을 내는 ‘프랄린 초콜릿’이 유명하다.>




<초콜릿으로 만들어진 작품들 / 초콜릿을 활용한 미술 작품>





<다채로운 형태의 초콜릿>





<초콜릿 전문 상점>






<초콜릿 립스틱>













프렌치프라이는 마요네즈에

자전거 여행을 즐기다 보면 와플과 감자튀김을 파는 소형차나 매대를 반드시 만나게 된다. 플랑드르 전역에는 이런 음식매대가 약 3천 개쯤 있다고 한다. 이곳에서 파는 음식은 잠시 자전거에서 내려 간식으로 때우기에 좋은 메뉴들이 많다. 특히 바싹하게 구운 플랑드르식 와플은 슈가 파우더만 뿌려도 와플 본연의 맛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프렌치프라이라 불리는 감자튀김은 원래 감자가 많이 생산되는 벨기에가 원조다. 1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미군들이 벨기에의 프랑스어 사용 지역인 왈로니아에서 감자 튀김 맛을 보고는 그곳을 프랑스로 착각해 프렌치프라이로 부르기 시작했다고 한다. 벨기에가 지난 2014년 이 감자튀김을 유네스코(UNESCO·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기로 해 프랑스와 원조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어찌 됐든 플랑드르에서는 모든 음식에 마치 우리 김치처럼 감자튀김이 동반된다. 인기 있는 길거리 음식이기에 꼭 한 봉지 사서 먹어 보기를 추천한다. 한 가지 다른 점은 케첩이 아니라 마요네즈를 찍어 먹는다는 것이다. 케첩에 찍어 먹으면 강한 케첩 맛을 느낄 수 있지만, 마요네즈를 찍어 먹으면 고소하고 은은한 풍미가 느껴진다고 한다. 지금 당장 벨기에를 갈 수 없지만, 프렌치프라이에 마요네즈를 한번 찍어 먹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플랑드르 사람들은 왜 이토록 먹고 마시고 사이클링에 열광하는 걸까? 벨기에인의 혈관에는 맛있는 음식과 자연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자전거에 대한 애정이 흐른다고 생각한다. 또 좋은 맛을 찾아내는 DNA와 함께 무엇보다도 인생을 즐겁게 살자는 강한 믿음이 있다고 한다. 인생에서 좋은 것을 모두 경험하고 싶다면 플랑드르로 가보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겠다.






<자전거 여행을 즐기다 보면 와플과 감자튀김을 파는 소형차나 매대를 반드시 만나게 된다.>





<프렌치프라이라 불리는 감자튀김은 원래 감자가 많이 생산되는 벨기에가 원조다. / 벨기에 와플 / 홍합 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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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플랑드르 관광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