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기차 메카 제주] ① 전기차 "안살 이유 없다" vs "시기상조"
"문제점 개선 만족할 수준 아냐…아직 소비자 선택폭도 적어"
[※ 편집자 주 = 세계 각국은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기 위해 전기차와 같은 친환경 자동차 기술 개발과 보급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제주도는 2030년까지 지역 내 모든 차량을 전기차로 전환한다는 청사진을 내걸고 5년째 실행에 나서고 있지만, 보급률 저조로 계획 변경이 불가피해 보입니다. 연합뉴스는 오는 17일 개막하는 제4회 국제전기자동차엑스포를 앞두고 제주도의 전기차 보급 현실과문제점, 과제 등을 3편에 걸쳐 송고합니다.]

(제주=연합뉴스) 변지철 기자 = "1년 전 '세컨드 카'(second car)로 산 전기차가 어느새 우리 집 '메인 카'(main car)가 됐어요!"
서귀포시에 사는 백승곤(36)씨는 지난해 3월 제주에서 열린 제3회 국제전기자동차엑스포를 찾아 '쏘울 EV(전기차)'를 구매했다.
중형 디젤 스포츠유틸리티 차량(SUV)를 몰던 백씨는 아내가 마트에 가거나 아이들의 등·하교 용도로 사용할 세컨드 카가 필요했다.
그다지 큰 기대를 하지 않았던 전기차는 놀라웠다.
백씨는 "일단 차가 소음 없이 조용하고, 참 잘 달린다. 초반 가속감이 좋아서 운전할 맛이 난다"고 극찬했다.
게다가 주행 중 전기에너지를 다시 축전지에 저장하는 전기회생제동장치가 있어 계기판에 표시된 주행 가능 거리보다 더 멀리 달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운전할 때 공인 1회 충전 주행거리보다 더 많은 거리를 달릴 수 있다는 뜻이다.
지난해 총 길이 176㎞의 제주 일주도로를 한 바퀴 도는 '이버프(EVuff·전기차 이용자들의 모임) 전기차 연비왕 대회'에서 자신의 전기차를 이용해 완주하고도 40%의 배터리 잔량을 남겨 3위를 차지했다.
1등을 한 아이오닉 일렉트릭은 완주 후에도 배터리 전체 전력의 절반밖에 사용하지 않았다.

백씨는 소음 없이 조용한 전기차를 타다 보니 더는 '덜덜'거리는 소음을 내는 내연 기관차를 탈 수 없어 결국 가지고 있던 SUV를 중고차로 팔아버렸다.
전기차를 모는 1년 가까운 기간 1만7천㎞를 달렸으며, 지난달에만 1천200㎞를 주행했음에도 가정용 충전 요금 50% 할인, 도내 개방형 급속충전기 무료 혜택 등으로 한달 요금이 1만2천원 밖에 나오지 않았다.
백씨는 "오르막길을 오르지 못한다거나 주행거리가 짧아 일상생활을 하는 데 불편할 것이라는 항간의 우려는 이제 옛말이 됐다"며 "뛰어난 승차감과 저렴한 차량 유지비용, 많은 혜택, 게다가 운전 습관에 따라 연비를 높여 훨씬 더 먼 거리를 달릴 수 있는 등 전기차를 사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제주는 섬이라는 특성상 차량으로 이동할 수 있는 거리가 한정돼 전기차를 몰기에 최적의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전기차에 큰 만족감을 보였던 백씨 가족은 지난해 말 다시 세컨드 카로 소형 가솔린 SUV를 구매했다.
왜일까.
전기차 한 대로도 생활에 부족함이 없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제주의 대중교통이 불편하다 보니 아내에게도 차가 필요했던 것이었다.
무엇보다 아내가 레저활동에 용이한 SUV를 선호했음에도 시중에 SUV 전기차가 생산되지 않는다는 점도 내연 기관차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큰 요인이 됐다.
그런데도 백씨 가족은 생활의 대부분을 전기차와 함께한다.

전기차를 소유한 사람들은 대부분 백씨와 같은 이유로 전기차에 대해 만족감을 보이지만, 같은 이유로 많은 이들이 전기차에 대해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목소리를 낸다.
전기차 구매를 망설이는 사람들의 가장 큰 고민은 '타이밍', 즉 구매 시점이다.
전기차의 문제점으로 지적된 짧은 1회 충전 주행거리, 부족한 충전 인프라, 비싼 차량 가격 등은 최근 기술 개발과 막대한 정책적 지원 등으로 인해 점차 개선되고 있지만, 만족할 만한 수준이 아니라는 것이 이들의 생각이다.
김기만(53·제주시)씨는 "장점이 많은 것은 알겠는데, 판매되는 전기차들이 준중형 또는 소형 차량에 국한돼 있고, 종류도 많지 않다"며 "한두 푼 하는 것도 아니고 전기차 시장이 시시각각 변화하는 상황에서 차를 샀다가 1년도 안 돼 더 성능이 좋은 게 나온다면 낭패"라고 말했다.
김씨는 "마음에 쏙 드는 전기차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다"며 "1∼2년 이내에 대중을 충족할 다양한 전기차들이 속속 나올 것으로 본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bjc@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7/03/15 05:01 송고
[전기차 메카 제주] ② GM·테슬라 신차 출시…제2 전기차 붐 일까
전기차 대당 2천만원 보조금…차고지 증명제 대상 제외 등 행정 혜택도
(제주=연합뉴스) 변지철 기자 = 전기차 민간 보급 5년 차를 맞은 제주도는 올해 미국 GM과 테슬라의 국내 신차 출시 등에 힘입어 제2의 전기차 돌풍을 기대하고 있다.

2013년 국내 최초로 제주에서 전기차 민간 보급이 시작된 이후 '전기차 선도지역' 제주의 전기차(EV) 점유율이 조만간 2%를 넘어선다.
올해 2월 말 현재 제주에 보급된 전기차는 6천432대로, 도내 전체 실제 운행차량 35만4천391대(역외리스 세입차량 제외)의 1.81% 수준이다.
지난해 국내 전체 전기차 등록 비율 0.05%와 비교하면 '전기차 메카'라는 수식어가 제주에 붙게 된 이유를 쉽게 알 수 있다.
2016년 말 기준 국내 전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총 1만855대로, 제주에 절반 이상(5천629대·51.9%)이 몰려 있다.
전기차 메카 제주의 전기차 등록 대수는 계속 늘고 있다.
지난해 8월 3천345대, 9월 3천608대, 10월 3천888대, 11월 4천538대, 12월 5천629대, 올해 1월 6천267대, 2월 6천432대 등 월평균 510여 대씩 증가하고 있다.
게다가 올해부터 제주시에서 차고지증명제가 확대 시행됨에 따라 규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전기차(무공해)로의 쏠림 현상은 작년 말부터 가속도가 붙고 있다.
차고지증명제가 내년 하반기부터 도 전역 모든 차량으로 확대 시행되고, 전기차에 대한 특별한 혜택을 그대로 유지한다면 이런 현상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지엠에 따르면 모터트렌드는 첨단 디자인과 기술 혁신, 탁월한 효율성, 안전성, 주행성능, 가격대비 가치 등 총 6가지 항목에 근거해 쉐보레 볼트EV를 '2017 올해의 차'로 결정했다. 2016.11.16[한국지엠 제공=연합뉴스]
제주는 전기차에 적합한 지형과 기후적 특성, 환경에 대한 도민들의 높은 인식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전기차 보급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제주는 동서로 75㎞(도로이용 시 90㎞)·남북으로 30㎞(〃 45㎞)이며, 제주를 한 바퀴 도는 일주도로의 길이는 176㎞이기 때문에 웬만한 전기차의 경우 1회 충전으로도 불편 없이 이동할 수 있다.
제주도는 올 한해 동안 '전기차 민간 보급사업 도민 공모'를 통해 총 7천361대의 전기차를 보급하고, 관용 전기차 152대를 별도로 구매한다.
민간이 구매하는 전기차에는 대당 2천만원(국비 1천400만원, 지방비 600만원)을 보조금으로 지원한다.
현재 보조금 지급 대상 차종은 현대차의 아이오닉 일렉트릭(IONIQ electric), 르노삼성차 SM3 Z.E., 기아차 레이(RAY EV)와 쏘울(SOUL EV), 독일 BMW의 i3, 일본 닛산자동차의 리프(LEAF) 등이다. 전기화물차인 파워프라자의 0.5t 라보 피스(PEACE) 1종도 포함됐다.
특히 미국 GM의 볼트(BOLT) EV가 오는 17일 제주에서 열리는 제4회 국제전기자동차엑스포에서 최초로 선보일 예정이어서 제2의 전기차 돌풍을 예고하고 있다.
환경부 인증 국내 최대 1회 충전 주행거리(383㎞)를 자랑하는 볼트는 출시됨과 동시에 보조금 지급 대상에 포함되기 때문에 전기차 신차에 목말라 있던 구매자들에게 큰 인기몰이 할 것으로 기대된다.

많은 관심이 쏠렸던 미국 테슬라의 모델 S 90D는 전기차 보조금 지급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된 데다 1회 충전 주행거리가 볼트보다 적은 378㎞를 환경부로부터 인증받으면서 다소 자존심을 구겼지만, 국내에서도 마니아층이 있는 만큼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
제주에서 보조금 신청 자격은 전기차 신청 전일까지 제주도에 주소를 둔 만 18세 이상 도민과 도내 기업이나 법인, 재외 국민, 국내 영주권자(F-5 비자) 등이다.
도내 30개소의 전기차 판매처와 영업점을 방문해 신청서와 주민등록등본 또는 사업자등록증(등기부 등본)을 제출하고 신청서를 작성하면 된다.
올해부터는 도내 차량 증가를 막기 위해 기존 차량을 폐차하거나 다른 나라로 수출해 없앤 후 전기차를 구매하면 100만원의 보조금을 추가 지원한다.
전기차 구매에 따른 세금 감면 혜택을 기존 400만원에서 460만원으로 확대하고, 충전기 전력 기본요금을 전액 면제할 뿐만 아니라 충전 요금도 50% 감면한다.
도에서 구축한 개방형 급속충전기는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전기차는 올해부터 중형차까지 확대 시행하는 제주시 19개 동(洞) 지역의 차고지증명제 대상에서 제외하고, 도내 유료 공영주차장 이용 요금도 전액 감면한다.
강영돈 도 전략산업과장은 "많은 분이 전기차 주행거리에 대한 아쉬움을 갖고 있지만, 올해 1회 충전 주행가능거리 380㎞에 달하는 전기차가 출시되고 내년에는 국내 제작 전기차 역시 주행거리가 많이 향상될 것으로 보인다"며 "내년 말까지 제주도 내 전기차 점유율을 5%까지 끌어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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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7/03/15 05:01 송고
[전기차 메카 제주] ③ '청정과 공존'…2030년 전기차 100% 보급목표
주행거리 연장·충전 인프라 확충 등 과제…"관련 산업 육성해야"
(제주=연합뉴스) 변지철 기자 = 제주도는 2030년까지 풍력 등 신재생 에너지를 이용해 만든 전기로 달리는 전기차(일명 바람으로 달리는 전기차)로의 100% 전환을 통해 청정과 공존이라는 미래비전을 실현하기로 약속했다.
제주는 이를 위해 각종 전기차 보급 확대 정책과 지원책을 내놓고 있으나 이른 시일 안에 모든 차량을 전기차로 전환한다는 계획은 수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불과 10여년 안에 모든 차량을 친환경 전기차로 바꿔 '탄소 없는 섬 제주'(Carbon Free Island Jeju)로 거듭나겠다는 계획에 다소 욕심이 앞선 측면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 올 2월 현재 전기차 보급률 1.81%…목표 수정 불가피
제주도는 2012년 신재생 에너지와 연계해 '탄소 없는 섬'을 만들기 위한 청사진을 내놨다.
2017년까지 도내 운행 자동차의 10%(2만9천대), 2020년 30%(9만4천대), 2030년에는 100%(37만1천대)를 풍력과 태양광발전을 통해 생산한 전기 에너지를 이용해 달리는 전기차로 바꾸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세웠다.
이듬해인 2013년부터는 제주에서 전국 최초로 전기차가 민간에 보급되기 시작했다. 2015년에는 '제주특별자치도 전기자동차 보급 촉진 및 이용 활성화에 관한 조례'(이하 전기차 조례)가 제정돼 전기차 보급·지원정책이 더욱 적극적으로 추진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도는 이어 2015년 '바람으로 달리는 전기자동차의 글로벌 메카 제주, 전기차 중장기(2015∼2030) 종합계획(안)'을 발표, 2020년 전기차 30% 보급 목표를 40%로 상향 조정했다.

전기차 산업생태계 태동기(2015∼2017), 전기차 글로벌 플랫폼 구축기(2018∼2020), 전기차 자생적 산업생태계 구축기(2021∼2030) 등 전기차 관련 산업 육성 등 단계별 목표도 세웠다.
그러나 올해 2월 말 현재 제주에 보급된 전기차는 6천432대로, 도내 전체 실제 운행 차량 35만4천391대(역외리스 세입차량 제외)의 1.81% 수준이다.
이는 제주 전기차 민간보급 5년 차인 올해 연말까지 10%인 3만5천여 대를 보급하겠다는 계획에 크게 못 미친다.
올해 신차 출시에 힘입어 전기차 보급에 탄력이 붙는다 하더라도 전기차 점유율은 내년까지 최대 5%에 이를 것으로 예상할 뿐이다.
이런 점유율이 작은 수치는 아니지만 2020년 40%, 2030년 100%로 보급률을 끌어올린다는 목표는 사실상 수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도는 2년마다 전기차 보급 촉진 및 이용 활성화를 위한 시행계획을 수립하도록 규정한 전기차 조례에 따라 올해 용역을 맡겨 보급계획을 수정할 예정이다.
전기차에 적합한 제주의 여러 조건에도 전기차 성능 개선과 인프라 구축 속도가 소비자 요구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보급 정책 자체가 정부에서 배정하는 보급물량에 너무 의존했던 점이 한계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 짧은 주행거리·비싼 차값·충전 인프라 확충 등 과제
예전부터 거론된 전기차 보급의 가장 큰 걸림돌은 배터리 성능에 따른 짧은 주행거리, 비싼 차량 가격, 부족한 충전 인프라 등 3가지로 요약됐다.
주행거리 문제는 1회 충전 주행가능 거리가 380㎞ 육박하는 미국 GM의 '볼트(BOLT) EV'와 테슬라의 모델 'S 90D' 등 신차가 올해 출시되면서 상당 부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내년에는 국산 제작 전기차의 주행거리도 많이 개선될 뿐만 아니라 기술이 향상되면서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더욱 많은 종류의 전기차가 생산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전기차의 장점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만큼 새로운 전기차의 등장은 폭발적인 관심과 수요로 이어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전기차 정책의 핵심은 사람들이 편리하게 전기차를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있다.

전기차 생산과 구매, 충전, 정비, 전기차 보험, 안전점검, 수리, 중고전기차 매매, 폐차, 배터리 재활용, 정보 수집 및 연구, 전기차 중심의 교통체계 등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이 법 테두리 속에 표준화되고 안정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제도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금까지는 전기차 충전 인프라를 활용한 다양한 아이디어와 산업 아이템이 등장했음에도 전기차 정책과 법제도 개선이 즉각적으로 이뤄지지 않아 빛을 보지 못했다.
정부와 지자체 차원의 적극적 지원도 필요하다.
전기차에 대한 정비·점검·검사 등에 대한 표준을 만들고, 관련 신산업 육성과 사업의 연속성을 담보해줘야 한다.
전기버스 상용화를 위해 제주도와 정부가 함께 추진한 전기차 배터리 리스사업(버스 업체 등에 배터리를 빌려줘 초기 투자비와 충전 비용을 덜어주는 사업)의 경우 사업성 결여로 1년여 만에 중단되는 문제가 발생했다.
사업의 중단은 사업자뿐만 아니라 배터리를 빌려 쓰는 운수업자와 도민의 피해로 이어지는 만큼 사업이 안정을 찾을 때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지원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전기차 보급에만 힘을 기울인 나머지 결과적으로 제주 지역의 전체 차량 증가로 이어지는 상황이 빚어지지 않도록 세심한 제도적 뒷받침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손상훈 제주발전연구원 책임연구원은 "GM의 볼트와 같이 전기차 신차가 출시될 때마다 쏠림 현상이 두드러져 물량 부족으로 인한 문제점이 나타날 것"이라며 "전기차 100% 보급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일단 전기차 종류가 지금보다 대폭 늘어나고 안정적인 보급과 관리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손 연구원은 "(전기차의) 단순 보급뿐만 아니라 전기차 관련 연구와 산업이 함께 활발히 진행돼야 한다"며 "제주를 전기차 특구로 지정하는 등 집중적 육성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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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7/03/15 05:01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