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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서부의 숨은 보물 브르타뉴(2) 낭트 그린라인의 비밀

등록일2022.12.09 14:53 조회수8513


'지속가능성과 창작성' 낭트 그린라인의 비밀


프랑스 서부 낭트는 전설적인 SF소설가 쥘 베른의 고향이다. 지금은 페이드라루아르의 주도(州都)지만, 

켈트족의 후손이 세운 브르타뉴 공국의 주도였다. 브르타뉴 공작의 성이 낭트에 있을 정도다. 

낭트는 최근 버려진 조선소를 재생시켜 관광객을 끌어모으는 등 ‘지속가능한 여행지’로 주목을 받고 있기도 하다. 

루아르강 하구의 독일군 U보트의 공장이 있던 생나제르 등도 빼놓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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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성연재 기자 

취재 협조 프랑스 관광청(kr.france.fr), 에어프랑스(airfrance.co.kr), A Modern Journey through An Old Land(voyage-en-bretagne.com)





<평화로운 생나제르의 해변>





<상상력이 현실로…마신 드 릴의 코끼리>





<마신 드 릴을 조성한 기술자들>






“뿌우우∼”

영화 쥐라기 공원을 보면서나 들었을 법한 동물 울음소리가 났다. 낭트를 가로지르는 루아르강 가운데 섬에 조성된 체험 놀이공원 마신 드 릴(Les Machines de L’ile)을 찾았을 때였다. 사람을 등 위에 태운 채 기계로 움직이는 인조 코끼리가 울부짖는 소리다. 서둘러 가 보니 매표소 앞에서 산더미만 한 코끼리 한 마리가 네 발을 움직이며 걷고 있다. 비가 오락가락하는 날씨. 아무래도 둘러볼 시간이 모자랄 것 같아서 일행의 양해를 구하고 혼자 마신 드 릴로 왔더니 이런 행운을 맞았다. 


사진이나 영상 등을 통해 보던 것과 달리 실제 코끼리가 움직이는 장면을 보니 압도되는 느낌이다. 마치 하울의 움직이는 성을 만화를 통해 보다가 실제 맞닥뜨린 듯한 느낌이라고나 할까. 아파트 5층 높이의 이 코끼리는 서서히 발걸음을 옮겼다. 물론 네 발에 모두 의존해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가운데를 지탱하는 지지대 겸 바퀴가 있는 데다 뒤쪽에는 거대한 동력부가 있다. 그러나 네 발이 따로 움직이며 눈과 코가 자유롭게 움직이는 거대한 코끼리의 모습은 상상력을 자극하기 충분했다. 코끼리가 움직일 때마다 코에서는 수증기가 뿜어져 나왔다.


일찌감치 코끼리에 올라탄 어린아이들은 신이 난 채 펄럭거리는 코끼리 귀를 바라보고 있었다. 다 큰 어른들도 싱글벙글 웃으며 사진을 찍기 바빴고, 코끼리에 올라타지 못한 어린아이들도 눈이 휘둥그레진 채 부모 손을 붙잡고 넋이 나간 표정으로 이 모습을 지켜봤다. 거미, 나무늘보, 카멜레온 등을 세밀하게 구성한 기계 갤러리 또한 인기 만점이었다. 이 공간은 스팀펑크(Steampunk)의 향연장이라 불릴 만큼 다양한 매력적인 예술작품들이 놀이기구로 재탄생해 사람들을 즐겁게 하는 곳이었다. 


누구나 기억하는 만화 ‘하울의 움직이는 성’은 스팀펑크 장르의 대표적인 작품이다. 거대한 성이 증기기관의 힘으로 공중에 떠 움직이는 모습은 상상력의 놀라운 산물이다. 스팀펑크는 SF의 하위 장르로, 18∼19세기 활약한 증기기관이 가솔린과 디젤 발전으로 넘어가지 않고 21세기까지 계속 발전한 모습을 상상하여 그려낸 작품을 의미한다. SF적인 기술적 요소와 환상적인 요소가 도입됐다고 보면 된다. ‘80일간의 세계 일주’를 쓴 쥘 베른(1828~1905)도 스팀펑크 작가로 분류되기도 한다. 쥘 베른이 태어나서 자란 곳이 이곳 낭트다. 


낭트에는 쥘 베른의 상상력을 이어받은 걸출한 공간이 있다. 프랑스에서 6번째 큰 도시였던 낭트는 한때 조선업이 발달했지만, 조선업이 몰락하자 이 공간을 예술과 접목해 새 생명을 불러일으켰다.




<상상력을 살린 목마들>




<기계 갤러리의 움직이는 곤충 모형 위에 올라탄 어린이들>





<새롭게 조성된 공중 정원>






가만 보니 이 섬 전체가 하나의 스팀펑크 신세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럽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회전목마도 마찬가지. 회전목마들이 여러 층에 가득한 건물로 올라갔더니 이것 또한 예술이다. 예술가들이 수작업으로 하나하나 상상 속의 동물들을 사람들이 탈 수 있는 모양으로 재현했다. 어른, 아이 가릴 것 없이 그 조형물 위 또는 내부에서 타고 즐겼다.(엄밀히 말하면, 목마는 아니다) 심지어는 증기 배 모형에서는 수증기도 뿜어져 나올 정도로 세밀하게 제작돼 있었다. 증기 배에 올라탄 어린이의 눈은 증기가 내뿜어져 나오는 굴뚝에 고정이 돼 있었다. 다양한 예술가들이 모여 섬을 극상의 예술품으로 탈바꿈시켜 놨다. 이곳 전체가 조선소 재생을 통해 새 생명을 얻은 느낌이다. 


다른 인상적인 것 가운데 하나는 옛 바나나창고 주변에 세워진 레스토랑이었다. 이 레스토랑은 바로 옆 텃밭에서 재배한 유기농 농작물을 음식 재료로 활용한다. 사람 키보다 더 큰 장화 모양의 조형물 옆에 토마토와 바질, 옥수수 등 다양한 농작물들이 자라고 있었다. 레스토랑이 커지면서 텃밭 이외의 농장에서도 음식물을 조달하게 됐지만, 상징적인 의미로 텃밭에서는 농작물을 계속 재배하고 있다. 




<연기가 뿜어져 나오는 스팀 보트 형태의 목마>




<유기농 음식 재료가 가꿔지는 농장>







여행에서 웬 지속가능성 이야기냐고?


구대륙의 완벽한 재생 모델을 본 느낌이다. 예전부터 출장과 여행을 통해 미국을 오가며 느낀 점 한 가지는, 그들은 너무나 많은 자원을 소비하며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었다. 여러 번 써도 될 듯한 멀쩡한 플라스틱 용기가 일회성 용기로 한 번 쓰인 뒤 버려지고 있었다. 그러나 최근 글로벌 팬데믹을 겪으면서 이제 전 세계가 일회용기를 쓰며 지구를 소비하며 살아가는 시대가 되면서 미국 등 선진국 탓만 할 순 없게 됐다. 그간 바쁘게 살아오며 경제 성장 위주의 삶만 살아온 우리 지구인들은 이제부터라도 지속가능한 삶을 위한 고민을 할 때가 된 게 아닐까 싶다. 이번 낭트 여행은 이런 고민을 하게 될 계기를 심어줬다.


낭트는 친환경적인 다양한 노력 덕분에 2013년 유럽연합(EU)이 매년 선정하는 ‘유럽 그린 캐피탈’에 뽑혔다. 낭트가 그린 캐피탈이라는 타이틀을 얻은 것은 시민들이 57㎡의 녹지공간을 향유하고, 10만 그루 이상의 나무가 도심에 있다는 점, 15%의 거주자들이 대중교통을 매일 이용하는 점 등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려는 다양한 노력이 주목받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도심에서 시민들이 공유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모습이 자주 보인다. 자전거가 움직이는 데 문제없도록 자전거길이 잘 마련돼 있었고, 차량 운전자들도 위협적으로 운전하지 않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낭트 도심에는 다양한 여행 요소들을 둘러볼 수 있도록 한 ‘그린 라인’(Green Line)이 그어져 있다. 고대 성에서부터 독특한 외형의 상점과 특이한 예술 시설까지, 낭트의 가장 중요한 관광지를 둘러볼 수 있도록 한 도보여행 가이드라인이다. 이 라인을 따라가기만 하면 낭트의 매력들을 모두 볼 수 있다.





<낭트식물원의 다양한 화훼류>





<시내 곳곳에서 만날 수 있는 그린 라인>






녹지 공간 조성에 '진심'인 낭트


낭트 시내에는 빌딩 숲 사이의 빈 곳을 활용해 만든 ‘정글 인테리어’가 있다. 유명한 입체 상가인 파사주 폼므레 인근의 작은 골목길로 들어서니 새로운 세상이 펼쳐졌다. 온갖 녹색 잎이 가득한 공간이 회색빛 도심에 펼쳐진 것이다. 이 정원의 유래는 이렇다. 항구가 발달한 덕분에 무역이 활발했던 낭트 지역 사람들이 세계 각지의 식물들을 들여와 심기 시작했다. 빈 땅을 접하고 있는 빌딩 주인들이 나무와 꽃들을 심기 시작하자 이웃 빌딩으로 이 움직임이 퍼져나갔다. 생태적인 공간을 꾸미는 데 진심인 사람들인 듯 느껴졌다. 


또 그린 라인을 따라가면 낭트역 맞은편의 낭트 식물원도 만날 수 있다. 바닥에 깔린 그린 라인은 어느새 장줄리언의 설치미술과 만나 공중으로 붕 떴다 가라앉는다. 장 줄리언의 작품은 이 식물원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배불뚝이 아저씨가 마치 물을 뿜는 듯한 모습을 한 분수대다. 연못 한가운데 있는 이 작품은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미소를 띠게 한다. 식물원 곳곳은 이런 풍요로움을 가득 안고 있다. 낭트 출신의 작가는 식물원을 위해 다양한 대규모 설치물을 만들었는데, 이 설치물들은 각기 독특한 표정이 있다. 정원의 한 부분에서는 고무처럼 길쭉한 세 개의 팔이 서로 맞물려 나무들을 껴안고 있기도 하다. 작은 꽃들이 가득 찬 화단이 있는가 하면 파라솔과 야외 의자가 있는 온실도 있다. 그야말로 생태 관광의 진수를 보는 느낌이다. 




<물을 뿜는 장 쥴리언의 분수대>





<낭트식물원 입구> 




<온실>




<빌딩 숲 사이에 조성된 정글 인테리어>







예술 향기 그윽한 낭트


낭트 미술관을 빼놓고 낭트를 말할 수 없다. 이곳은 13∼19세기 서양 유명 화가들의 그림과 20∼21세기 다채로운 현대 미술 작품들을 풍부하게 소장하고 있다. 낭트 미술관은 루벤스나 피카소 등 내로라하는 화가들의 작품들을 많이 소장하

고 있지만, 17세기 초 화가인 조르주 드 라투르의 작품을 가장 많이 소장하고 있는 것이 재미있다. 


그는 이탈리아 초기 바로크의 대표적 화가 카라바조의 명암대비 기법을 가장 뛰어나게 계승한 화가다. 그는 기독교적 명상을 주제로 성인들의 활동을 주로 그렸다고 한다. 강렬한 콘트라스트와 어두운 배경 상반신만 자른 구도 등이 카라바조 

그림의 특성을 이어받은 느낌이 든다. 그는 사전 연습 없이 캔버스에 바로 그림을 그린 것으로 유명하다. 


이곳에는 피카소 작품도 2점 있다. 또 모네의 수련 연작 중 하나를 만날 수도 있다. 거친 붓터치가 보이는 화법은 처음 세인들의 비판을 불러일으켰었다. 빛의 순간적인 움직임과 반사 등을 잡기 위해 이러한 화법을 창조했다는 것이 미술 가이드 상드린 베르니에의 설명이다. 관람객들이 편하게 벤치에 반쯤 누운 채 작품들을 감상하는 모습은 참 부럽게 느껴졌다. 조각상 앞에서는 직접 데생을 하는 모습도 보였다. 




<편안하게 누운채 미술품을 감상하는 시민들>





<데생하는 시민들>





<조르주 드 라투르가 거리의 악사를 소재로 그린 ‘교현금을 타는 사람’>








빼놓을 수 없는 화려한 식문화


그린 라인을 따라 도심을 걷다 보면 배가 고프기 마련이다. 낭트에서 많은 음식점을 접했지만 가장 인상적인 것은 아무래도 루아르강을 바라보는 언덕 위에 세워진 저택을 개조한 미슐랭 원스타 레스토랑인 ‘대서양 1874 메종 기호’(L’Atlantide 1874 - Maison Gueho)다. 뉴올리언스와 홍콩에서 요리사로 일했던 브르타뉴 출신의 장 이브 게호가 문을 연 곳이다. 1874년 세워진 이곳에서는 항구 도시 낭트의 상징인 회색 타이탄 크레인과 루아르강을 바라보며 식사를 할 수 있다. 특히 생선 요리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이곳은 거대한 목재로 전망대를 만든 다다시 가와마타의 ‘에르미타주 전망대’ 바로 옆에 자리 잡고 있다. 신선한 음식 재료에 각종 장류를 더해 깊은 맛을 내는 동양의 음식문화에 익숙한 필자에게는 다소 도전 정신이 필요한 메뉴들이 서빙됐다. 그러나 생선요리 등 몇 가지 메뉴는 특히 마음에 들었다. 프랑스 요리는 장식에 큰 노력을 기울인다는 느낌도 받았다. 




<버섯과 콩, 가재 요리>





<루아르강이 내려다보이는 식당 내부>





<식당 바깥에서 크고 있는 포도>






식당 옆 유기농 텃밭에서는 음식 재료들이 자라고 있었다. 

또 한곳 마음에 들었던 곳은 시내 중심가 호텔 앞의 ‘르 시갈’이라는 레스토랑이다. 낭트 시내 대표적인 음식점으로, 내부 장식이 화려하다. 이곳에는 ‘가성비 좋은’ 3코스 메뉴가 인기가 있지만, 시간이 없어 사진만 몇 장 찍고 나와 아쉬웠다. 그러나 솔직하게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역시 동양 음식이었다. 베트남 음식점 ‘송’에서는 태국식 똠얌꿍 스타일의 수프가 나와 입맛에 맞았다.



<낭트의 밤을 즐기는 시민들>





<화려한 르 시갈 카페 내부>







낭트에서 생나제르로


루아르강은 프랑스에서 가장 긴 강이다. 루아르강 끄트머리에 있는 낭트에서 2시간 남짓 배를 타고 생나제르로 갈 수 있다. 생나제르로 향하는 페리 또한 예술의 향기를 물씬 느낄 수 있는 매력을 지녔다. 긴 크루즈 시간 동안 창밖을 바라보면 설치미술들이 끝없이 지나간다. 루아르강 예술의 길, ‘에스튀에르’(Estuaire)다. 나무에 매달린 유인원의 모습부터 휘어진 배와 심지어는 물속에 빠진 저택의 모습까지 만날 수 있다. 강가에 설치된 어쩌면 생뚱맞은 설치미술인 듯하지만 다소 지루할 수 있는 페리 여행을 흥미 있게 만들기에는 충분했다. 에스튀에르 예술 행렬은 생나제르 바닷가까지 펼쳐져 있다.


생나제르에 도착하면 바닷가 앞 즐비한 고택들을 마주치게 된다. 이 고택들은 항구를 통해 무역하며 많은 부를 축적한

부유층들이 소유한 집이다. 생나제르 관광 안내사무소 마리 비바르는 최근 생나제르를 찾는 관광객들이 늘면서 집값도 덩달아 많이 올랐다고 귀띔한다. 생나제르에는 재미있는 낚시 오두막이 해변에 서 있다. 멸치처럼 작은 생선인 바다빙어를 그물을 내려 잡을 수 있도록 한 낚시 오두막이다. 


개인 소유이기에 돈을 주고 빌릴 수 있는데 내부를 살펴보니 화목난로와 테이블, 간단한 취사도구와 간이침대까지 갖추고 있다. 생나제르는 2차 세계대전 때 점령한 독일군이 잠수함인 U보트를 만들던 군수공장 건물이 그대로 보존돼 있다. 내부로 들어가 보면 선박 제조와 관련된 박물관으로 개조해 놓았는데 그 규모가 상당해 내부에서 야간항해하는 느낌 등 다양한 해양문화를 접할 수 있다.




<생나제르 해변의 레스토랑>





<해변에 세워진 간의 탈의 시설>





<루아르강 하구에서 만날 수 있는 다양한 예술품 작품들 가운데 하나인 메종 덩 라 루아르(MAISON DANS LA LOIRE), 루아르강에 세워진 집.>






<생나제르의 고풍스러운 건축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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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ㅣ 연합이매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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