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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와의 조우 - 사우디아라비아

등록일2023.02.13 14:45 조회수26694




과거부터 ‘열사(熱砂)의 땅’으로 일컬어졌던 사우디아라비아는 관광과는 거리가 먼 곳으로 인식돼 왔다. 특히 엄격한 이슬람 율법 탓에 서방 세계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곳이었다. 최근 ‘미스터 에브리씽’(Mr. Everything)으로 불리는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방한하면서 관심이 부쩍 높아진 사우디아라비아. 그곳에는 상상 속에서나 있을 법한 신비로운 풍경과 따스함을 지닌 사람들이 있다.

글·사진 성연재 기자



<아침 일찍 문이 닫힌 제다 알발라드 상가를 한 주민이 걷고 있다.>








초현실적인 사우디의 '외계적' 풍경들


사우디아라비아는 천의 얼굴을 지닌 나라다. 한여름 최고기온 50도를 넘나드는 무더위가 있는 지역이 있는가 하면 해발 3천m가 넘는 고지대에서는 한여름에도 서늘하다. 겨울에는 눈도 만날 수 있다. 전 세계 다이버들이 꿈의 다이빙 장소로 여기는 홍해와 사막 한가운데 기암괴석의 바다를 만날 수 있는 알울라 지역은 거역할 수 없는 매력을 선사한다.



<알룰라의 기암괴석>




수도 리야드에서 서북쪽으로 1천100km 떨어진 알울라(AlUla) 공항에 내리자마자 발견한 것은 수많은 기암괴석이었다. 알울라는 5억 년 전에 형성된 거대한 붉은 사암(砂巖) 암석들이 둘러싼 곳이었다. 마치 우주선을 타고 다른 행성에 내린 듯한 느낌을 줬다. 누군가 높은 사람을 마중 나왔는지 ‘VIP’라고만 쓰인 번호판을 단 검은색 고급 승용차가 여객기 바로 앞까지 와 기다리는 장면도 신기했다. 승합차에 올라 리조트 단지로 향하는 길로 접어들자 탄성이 절로 나온다.


기암괴석급 바위기둥들이 눈앞으로 들어왔다. 국내에 있었다면 그럴싸한 이름을 제각각 하나씩 얻었을 만한 바위들이 이곳에서는 바다를 이루고 있을 만큼 많았다. 일행들은 그런 바위들을 지나갈 때마다 각기 다른 이름을 붙여 부르기 시작했다. “용두암, 할미바위, 학소대, 베틀 바위…” 이름짓기는 곧 그만둬야만 했다. 의미가 없을 만큼 많은 기암괴석이 펼쳐졌기 때문이었다. 




<알울라 공항>




<알울라의 기암괴석들>








오아시스에서 만난 비키니 관광객들


최근 이곳에서 인기가 높다는 하비타스 리조트에 도착했을 때는 비현실적인 풍경이 극에 달한 느낌이었다. 기암괴석들 사이에 오아시스가 펼쳐지듯 푸른 물이 넘실거리는 수영장이 자리 잡고 있었고, 비키니 차림의 서양 여성들이 선탠하고 있었다. 흔히들 사우디는 여성들이 반드시 히잡을 쓰고 다녀야 할 만큼 율법이 강하다고 알고 있지만, 이런 풍경을 보니 고정관념이 깨지는 느낌이었다. 


빈 살만 왕세자의 ‘사우디 비전 2030’ 발표를 기점으로 사우디를 찾는 유럽 여행자들이 하나둘씩 늘기 시작했다. 과거엔 관광 비자 발급을 꿈도 꾸기 어려웠지만, 사우디 정부가 전자 비자 제도를 도입한 뒤로는 관광객이 빠르게 늘고 있다.하비타스는 신혼 여행객들의 사랑을 받는 리조트로, 최근 알울라에서 가장 핫한 곳으로 꼽힌다. 


1박에 100만 원이 넘는 고급 리조트다. 하비타스 인근에는 반얀트리가 기암괴석 아래에 하나씩 리조트를 짓고 운영하고 있었다. 이곳의 모든 객실은 프라이빗 풀을 가지고 있다. 이곳은 하비타스 리조트 가격의 두 배가 넘는다. 유럽의 부호들이 주로 찾는다고 한다. 사우디에서는 공공해변에서 비키니를 입지 못하고 몸을 가리는 ‘부르키니’ 수영복을 착용해야 하나 개인 수영장이나 리조트에서는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울라 하비타스 리조트의 비키니 차림 여성들>









알룰라의 상징 코끼리 바위 그리고 헤그라


알울라에서 빠뜨리면 안 될 상징물 가운데 하나는 코끼리 형상의 거대한 코끼리바위(Elephant Rock)이다. 높이 52m에 이르는 거대한 코끼리바위는 호주의 울룰루처럼 그 자체가 하나의 단일 암석으로 구성됐다. 수백만 년 시간에 걸쳐 오직 바람과 물에 의한 침식 등 자연적인 힘에 의해서만 형성됐다. 때마침 석양이 되자 풍경을 휴대전화로 담으려는 사람들이 많았다. 코끼리바위 앞에 군대 참호 식으로 모래땅을 판 뒤 소파를 넣어 만든 휴식공간은 고급스러운 느낌이었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이곳저곳에서 애정행각을 벌이는 모습을 곁눈질하다 보니 정말 이곳이 사우디가 맞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알울라 코끼리바위>




<한국인 입맛에도 맞는 메뉴>









'페트라'같은 유적이 100여개...헤그라


다음날 찾은 곳은 나바테아인들이 만든 헤그라 지역의 비밀 무덤이었다. 버스를 갈아타고 현장에 도착하니 마치 요르단의 페트라에 있는 알카즈네 신전을 떠올릴 만한 신비한 제단 형식의 거대한 조각들이 사막 한가운데 펼쳐졌다. 헤그라에서는 바위산을 깎아 만든 나바테아인들의 무덤 건축물이 110여 개가 발견됐다. 페트라와 비슷한 형식의 건축물로, 가장 큰 건축물은 ‘카스르 알파리드’(Qasr AlFarid)라는 이름을 가진 곳이다. 거대한 바위의 한쪽 면을 부조로 파낸 이 건축물은 지붕 부분에 독수리 또는 뱀 등이 조각돼 있다. 이러한 요소들은 대부분의 다른 건축물과 비슷했는데, 가장 위쪽에 조각된 5개의 계단은 하늘로 올라가는 통로를 뜻한다.

알울라는 고대의 기원전 6세기부터 형성된 다단(Dadan) 왕국의 수도이자, 기원전 3세기부터 요르단과 사우디 일대에 존재했던 나바테아 왕국의 남쪽 도시였다.




<가장 유명한 건축물인 카스르 알파리드>




<페트라 같은 유적지가 100여곳이 넘는 헤그라>




두 왕국 모두 사막의 대상무역으로 큰 도시다. 아라비아반도 남쪽의 예멘 등을 통해 아시아의 향신료와 유황 등이 들어와 지중해를 거쳐 유럽으로 흘러갔다. 알울라의 알디완(Al-Diwan)은 가로세로 12.8 x 9.9m 면적과 8m 높이의 거대한 사각형 방이다. 바위 내부를 깎아내 마치 천연 스튜디오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거실(Diwan)이라는 뜻을 가진 이 장소의 용도는 나바테아의 통치자들을 위한 회의실 또는 종교적인 회합을 위한 장소 등 여러 가지로 나뉜다.


바로 앞에는 남쪽으로 이어지는 좁은 통로인 알시크(Al-Siq)가 있다. 좁고 깊은 암석으로 둘러싸인 벽에서는 암각화 등을 살펴볼 수 있다. 재미있는 점은 요르단의 페트라 앞에도 이와 같은 알시크가 있다는 점이다. 요르단의 페트라는 수직으로 깊게 난 바위틈을 통해 나아가면 알카즈네 신전을 만날 수 있는데, 사우디도 좁은 알시크 통로 끝에 회합 장소인 알디완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나바테아인들이 회의하거나 종교 회합을 가졌던 알울라의 알디완> 




<바위틈 사이의 좁은 통로인 알시크>







'네옴 모델하우스' 마리야 콘서트홀


알울라 지역의 사우디 사막 한가운데에서 발견한 것은 거대한 거울 같은 건물이었다. 멀리서 바라보니 뭔가 사막의 신기루가 만든 듯한 비현실적인 풍광이 펼쳐진다. 가만히 다가가 보니 건물 전체가 거울처럼 주변 모습을 비추는 물체로 둘러싸인 5층 높이의 대형 건물이다. 


이 건물은 사우디가 야심 차게 추진하고 있는 네옴시티 프로젝트의 ‘더 라인’(The Line)과 외양이 닮은 거울형 건물 ‘마라야 콘서트홀’이다. 500석 규모의 홀을 갖춘 이 건물에서는 2019년 일 디보, 야니 등 세계적인 음악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알울라 지역 축제가 열리기도 했다. 네옴시티 개발사업은 총사업비 5천억 달러(약 700조 원) 규모의 메가 프로젝트다. 사우디는 북서부의 타북 주(州)의 2만6천500㎢ 부지에 서울 면적의 44배에 달하는 네옴시티 내 선형도시인 ‘더 라인’을 짓고 있다. 폭 200m 높이 500m의 선형 구조물을 총연장 170km 길이로 지어 그 안에 사람이 살고, 나머지는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보전한다는 게 사우디의 구상이다.


마라야 콘서트홀은 더 라인의 미래를 엿볼 수 있는 모델하우스라고 보면 될 듯하다. 멀리서 볼 때는 거대한 사막의 모습을 반영하면서 주위 환경과 잘 구분이 되지 않아 묘한 느낌을 줬다. 마치 미래에서 온 거대한 4각형의 우주선 같다고나 할까. 가까이 다가가 옆쪽을 바라보니 거울에 비친 사막의 모습이 완벽한 데칼코마니가 이뤄졌다. 네옴에 대한 관심 덕분인지 현지인들도 차에서 내려 휴대전화로 모습을 담기 바빴다. 솔직히 네옴 이야기를 처음 접했을 때는 실현이 가능한 것인지에 대해 의구심이 들었지만, 사막 한가운데서 이런 건물을 직접 접하니 불가능할 것도 없겠다는 기대가 생기기 시작했다.




<네옴시티와 같이 거울로 덮인 건물>




<데칼코마니 놀이를 하는 현지 여성>







제다 그리고 알발라드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두 번째로 큰 해안 도시 제다는 이슬람교와 함께 발달한 도시다. 가까이는 바다 건너 이집트를 비롯해 저 멀리 아프리카에서도 순례객들이 드나들었다. 


제다에는 보석 같은 거리가 숨어있다. 제다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채널에는 최근 축구스타 메시가 이곳을 찾은 영상이 올라왔다. 메시는 이 영상에서 특색 있는 골목으로 유명한 유네스코 문화유산 지역 알발라드 거리를 걷는 모습을 연출했다. 


메시가 찾은 알발라드 지역에서는 건물 앞으로 돌출된 발코니형 창문인 ‘로샨’ 형식의 창문을 많이 볼 수 있다. 로샨 창문에는 나무로 된 발이 있어 내부에서는 바깥이 보이지만 외부에서는 내부가 보이지 않는다. 이 창문은 시선 차단, 공기 순환, 먼지 방지 등 3가지 쓰임새가 있다. 발코니 형태의 로샨 창문이 있는 건물들은 16세기부터 지어졌고, 가로세로 1㎞가량의 알발라드 지역과 메카에서 주로 찾아볼 수 있다. 


알발라드 인근에는 메카로 향한다는 뜻을 가진 ‘마카문’이 서 있다. 홍해와 평행으로 달리는 산맥의 이름은 히자즈(Hijaz)다. 이 단어에서 따 온 건축과 디자인 양식을 히자즈 양식이라고 말하는데, 알발라드의 많은 가옥들은 히자즈 양식으로 지어졌다.


2014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기도 한 이곳은 16세기 해상 실크로드의 향신료 무역에 탐을 냈던 포르투갈의 침범을 막아낸 역사가 있다.




<로샨 발코니가 인상적인 알발라드>





제다 관광 가이드 나이프 아잡 씨는 “당시 포르투갈군은 대포 등을 앞세워 침범해 왔지만 좁고 암초가 많은 해안 지형 탓에 좌초되는 일이 잦아 제다를 집어삼키지 못했다”고 말했다.


사우디 정부는 최근 알발라드 지역의 가치를 인정해 1천300만 달러의 예산을 들여 모두 56개의 건물을 복원하고 있다. 고대도시의 숨은 비밀을 엿보기 위해 새벽 일찍 일어나 알발라드로 향했다. 그러나 도착해서야 알게 된 사실은 상당수 건물이 주민들이 살지 않고 비어 있다는 것이었다. 복원사업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아쉽지만 주변의 상가들도 모두 문을 닫은 모습이었다. 그러나 복원 전문가들이 분주히 오가는 모습과 간간이 주민들이 공사 현장을 지나쳐 생업 현장으로 가는 모습은 정적인 가운데서도 생동감을 줬다. 


오후에 다시 이 지역을 찾았을 때는 흥정을 하는 상인들과 주민들의 모습으로 활기가 넘쳤다. 상가들은 일제히 문을 열고 있었다. 각 상점에서는 동양에서 흘러들어온 진귀한 향신료 등이 판매되고 있었다. 수백 년 역사를 지닌 상가들이다. 뉘엿뉘엿 넘어가는 해에 비친 알발라드의 모습은 깊은 인상을 줬다. 때마침 1400년전에 세워진 알샤피 이슬람 사원에서 예배 시간을 알리는 아잔(Azan) 소리가 애잔하게 울려 퍼진다.




<석양의 알발라드>




<로샨 발코니가 인상적인 알발라드>









'원조 아랍' 사우디 그리고 '하파와'(情)


이슬람의 창시자인 무함마드의 출생지인 메카와 무함마드의 무덤이 있는 메디나 등 2개의 성지를 가진 사우디아라비아는 ‘아라비아 문화의 원조’로 불린다. 최근 여성들의 운전을 허용하고 세계를 향해 문호를 개방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사우디 특유의 자신감이 반영된 것이다. 이러한 자신감은 외지인들을 따스하게 환대하는, 한국의 정(情)과 비슷한 ‘하파와’(Hafawa)라는 문화를 발달시켰다. 사우디의 최근 행보는 과거 아랍권이 융성할 때 보여줬던 개방성을 떠올린다.



<메디나의 그린 돔>









대한민국 언론 최초로 성지 메디나를 둘러보다


이슬람에서는 메디나와 메카, 예루살렘을 3대 성지로 여긴다. 이슬람 신자는 건강과 재정 형편이 허락하는 한 평생 한 번은 성지순례(하지 또는 핫즈)에 참가해야 한다. 대부분 무슬림은 하지를 ‘평생소원’으로 삼고, 하지에 참가하기 위한 비용을 오랜 기간 모은다. 사우디에 있는 메카와 메디나는 이슬람 신자들에게만 개방됐으나 최근 메디나는 신자가 아니더라도 방문할 수 있게 됐다. 그렇더라도 메디나 성지 내부 출입은 금지돼 있다. 


팬데믹 이전에는 매년 250만 명이 넘는 성지순례객이 메카와 메디나로 모였다. 그러나 팬데믹으로 인해 사우디 왕명으로 이슬람 성지순례가 2년간 막히면서 정체가 되기 시작했다. 신자 수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인도네시아에서 사우디아라비아로의 정기 성지순례에 나서려면 40년을 기다려야 한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말레이시아의 경우 정기 순례 대기 인원이 무려 141년 치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가고 싶어도 평생 한 번 갈까 말까 한 곳이 됐다는 이야기다. 메카와 메디나를 방문하는 정기 성지순례는 하루 다섯 차례 기도, 라마단 금식 등과 함께 무슬림의 5대 의무 중 하나이다. 그런데 최근 사우디가 메카와 메디나 문을 열면서 정책을 순화했다. 메디나의 경우 비신자라도 남성은 이깔(속모자), 여성은 머플러만 착용해도 찾을 수 있도록 했다. 


사우디관광청은 한국 언론을 대상으로 최초로 메디나를 공개했다. 첫 번째 방문한 쿠바 모스크의 경우 제지 없이 경내를 돌아볼 수 있었다. 회교도들이 즐비한 경내로 들어가 그들의 경배 모습을 본 뒤 신성한 물을 뜻하는 ‘잠잠 워터’를 한 잔 마셨다. 이 잠잠 워터는 메카 인근의 잠잠 우물(Zamzam well)에서 퍼 온 성수다. 


저녁 무렵에는 무함마드의 무덤이 있는 그린 모스크를 방문했다. ‘예언자의 모스크’(Prophet’s Mosque)로 불리는 이곳에는 세계 각국에서 온 신자들로 넘쳐났다. 그들이 감동에 찬 얼굴로 기도를 드리는 모습은 경이롭기까지 했다. 한 터키 가족으로부터 기념촬영을 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그들의 모습을 휴대전화로 찍어줬다. 때마침 황혼이 물든 모스크를 찾은 가족의 모습은 평화로웠다. 그들은 세상에 갓 나온 아이들이나 지을 법한 순진무구한 표정으로 기념사진을 보며 행복해했다. 그런 경외감도 잠시… 경내를 어슬렁거리며 다니던 필자는 순찰하는 군인에게 붙잡혀 바깥으로 나와야만 했다. 너무 깊이 들어갔던 탓이었다.




<터키에서 성지순례를 온 가족>




<쿠바 모스크 내부>







어디서나 확인할 수 있는 따스한 정 '하파와'


사우디아라비아에는 우리의 정(情)과 비슷한 하파와 문화가 있다. 외부 손님들에게 친절하게 응대하는 하파와 문화는 사우디 어디를 다니면서도 느낄 수 있다. 손님에게 아라비아 커피와 대추야자를 대접하며 적극적으로 환대하는 문화다. 수도 리야드의 한 가정을 방문했을 때였다. 주부 인플루언서 샤다(45) 씨 부부가 조용한 주택가의 2층집 대문을 열어 우리를 맞았다. 그들은 한국 언론에 기꺼이 자신의 집을 내줬다. 샤다 부부 집 거실은 2층이었다. ‘미음’자 형태의 소파에 앉으니 환영의 뜻으로 아랍식 커피와 대추야자를 내준다. 샤다 부부는 이어 주방까지 공개한다.


그가 내놓은 전통 요리는 사우디 전통 요리 ‘캅사’ 등 2가지다. 캅사는 쌀밥을 기본으로 당근과 고춧가루, 강황, 생강 등을 넣은 사우디식 잡탕밥이다. 의외로 사우디 전통음식은 우리 입맛에 맞았다. 샤다는 이날 얇은 누룽지 위에 소스를 부은 ‘쿠르산’도 함께 요리했다. 쿠르산은 특히 누룽지탕을 떠올릴 만큼 우리 입맛에도 맞았다. 배가 불러 더는 먹을 수 없는데도 상다리가 부러지도록 차린 음식 덕분에 무리해서 더 먹을 수밖에 없었다. 식사한 뒤에도 다양한 디저트와 아랍식 커피를 끊임없이 내왔다.





<어디서든 선뜻 내주는 대추야자>




<리야드 시내에서 다과를 내주는 장면>




<외국인 손님을 맞는 사우디 주부 샤다 씨>




<아라비아 가정식 요리를 선보이는 사우디 주부 샤다 씨>








하파와 문화 진수 엿볼 수 있는 디리야


아랍식 하파와는 리야드 북서쪽 외곽에 위치한 디리야 살와 궁(Salwa Palace Diriyah)을 방문했을 때도 진하게 느낄 수 있었다. 디리야 토후국은 1774년에 와하브 운동으로 형성된 국가로, 1818년까지 존속했다. 사우디 왕국 발상지이자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곳이다. 전체가 진흙 벽돌 구조로 이루어져 있는 이 유적은 계곡이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에 세워져 있다. 


이곳을 찾은 시간은 늦은 밤이었지만 많은 현지인이 북소리를 내며 여러 공연을 벌이고 있었다. 진흙으로 만든 벽 곳곳에는 미디어파사드가 열리고 있다. 한마디로 축제 분위기다. 하파와의 느낌을 가장 잘 전달해 주는 것은 ‘하야쿠말라’라는 단어다. 골목골목마다 어린 여자아이들이 ‘하야쿠말라’를 외치며 관람객을 맞았다. 하야쿠말라는 ‘뵙고 싶었는데 정말 반가워요’라는 뜻이다. 오아시스 지역이었던 이곳은 실제로도 예전부터 여행자들과 무역상, 순례자 등에게 하파와 문화를 보여준 대표적 장소다. 마실 물과 음식을 제공

하며 휴식을 취하게 했다고 한다. 이러한 역할은 1400년대에 이미 활성화해 있었고, 이후 18세기에 들어서 왕궁이 들어섰다.


주목해야 할 일은 사우디아라비아의 괄목할 만한 움직임이다. 이곳은 1년 전까지만 해도 그저 버려진 요새의 모습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러나 사우디 왕국의 적극적인 개입으로 완벽한 테마파크 같은 모습으로 변모했다. 이재숙 사우디아라비아관광청 한국지

사 소장은 “1년 전 이곳을 방문할 때만 해도 이런 모습이 아니었다”면서 “1년 만에 몰라보게 변화한 모습에 너무 놀랐다”고 말했다. 사우디가 추진하고 있는 ‘사우디 비전 2030’이 그저 빈말이 아니었음을 피부로 체감할 수 있었다.


리야드 시내 한가운데 있는 알 마스막 궁전(Maskmak Fortress)은 사우디아라비아 제국 형성의 배경을 알 수 있는 유적이다. 이곳은 사우디 통일의 가장 중요한 분기점 가운데 하나인 리야드 전투가 일어난 곳이다. 1865년 나즈드의 에미르 압둘라 빈 파이살에 의해 시작된 요새는 라시드 가문의 수장이었던 무함마드 빈 압둘라 알 라시드의 통치하에 완공됐다. 1902년 압둘 아지즈 국왕이 이곳을 라시드 가문으로부터 빼앗은 뒤 사우드(Saud)라는 이름으로 왕국을 통합, 오늘날 사우디의 기반을 마련했다. 




<리야드의 디리야 유적>




<반갑게 손님을 맞는 어린이들>




<벽면을 수놓는 미디어 파사드 >




<곳곳에서 열리는 공연>








빼놓을 수 업슨 그 밖의 매력 여행지


리야드 어디에서도 보이는 병따개 모양의 99층 높이의 킹덤타워센터도 빼놓을 수 없다. 최근 사우디로 이적한 포르투갈 축구스타 호날두의 숙소가 된 포시즌스 호텔이 이곳에 자리 잡고 있다. 호날두가 내려다보는 것 같은 경치를 맛보려면 스카이라운지로 올라가면 된다. 그야말로 리야드 전역의 모습이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무척이나 인상 깊은 풍경이었다. 50여 년 전 우리 국민들이 이곳을 땀 흘려 지었다는 사실을 상기하니 감회가 더욱 새로웠다. 이 건물 77층에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곳에 있는 모스크를 만날 수 있다. 


제다의 전통 양식으로 지어진 알 타이밧 박물관(Al Tayebat Museum)도 빼놓을 수 없다. 이 건물은 일단 외경에서 관람객을 압도한다. 지붕 위에 수십 개 돔을 가진 이 건물은 전통 히자즈(Hijaz) 양식으로 지어졌다. 3개 층에 걸쳐 사우디아라비아뿐만 아니라 저 멀리 아프리카까지 아랍 각 지역의 의상과 생필품 등을 전시해 아랍 전체의 생활상을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제국형성의 비밀을 알 수 있는 알 마스막 궁전>




<킹덤타워센터>




<킹덤타워센터 99층에서 바라본 전경>






 역시 제다 시내에 있는 홈 앤 아트 박물관은 개인으로서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수집품을 보유한 곳이다. 관람객은 우선 수집품의 방대함과 그 수준에 놀란다. 그 뒤에는 끊임없이 나타나는 수많은 접대실에 더 놀란다. 각기 다른 테마로 꾸며진 접대실은 아랍 특유의 문양을 지닌 카펫과 주인의 고급스러운 기호를 보여주는 다양한 장식품 등으로 꾸며놓아 아랍 문화의 진수를 느낄 수 있다. 심지어는 한국의 자개농까지 만날 수 있었다. 과거 자개 기술은 오로지 한국과 사우디, 이란 등지에서만 발견된다고 가이드는 설명한다. 


고려 시대 예성강 하류에 위치한 중요한 나루였던 벽란도를 통해 중국과 일본, 멀리 동남아시아 상인, 아라비아 상인들도 자주 드나들며 교역을 했던 사실이 떠올랐다. 한국은 사우디의 교역로 가장 끝에 있던 나라였다. 그때부터 한국과 사우디의 인연이 시작됐다는 사실이 상기됐다.




<홈 앤 아트 박물관 내부의 화려한 접대실>




<홈 앤 아트 박물관의 자개농>




<히자즈 양식으로 지어진 알 타이밧 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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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연합이매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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