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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만에 돌아온 크루즈 여행-스펙트럼호에서 즐긴 ‘배캉스'

등록일2023.03.20 11:33 조회수13103



길고 긴 팬데믹을 뒤로 하고 각국의 크루즈 관광이 일제히 재개되고 있다. 

가장 앞선 곳은 지정학적인 요충지이자 무역항을 지닌 싱가포르다. 


이곳은 아시아 최대 크루즈선인 스펙트럼호뿐 아니라 리조트 월드 크루즈 등 

다양한 선적을 가진 크루즈들의 모항 역할을 하고 있다.


글·사진 성연재 기자 




<대형 크레인인 ‘북극성’ 위에서 본 스펙트럼 호>








(Cruise Trip1.)

3년 만에 돌아온 크루즈 여행

스펙트럼 호에서 즐긴 ‘배캉스’



15층 아파트 10개동 규모의 로얄캐리비언 크루즈의 스펙트럼 호는 그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호텔이다. 싱가포르를 모항으로, 말레이시아 페낭과 태국 푸껫 등지를 순회하는 이 크루즈는 다양한 서비스와 여행 상품을 제공한다. 배에 몸을 싣기만 하면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체험하며 ‘배캉스’를 즐길 수 있다. 



<푸껫 빠통 비치에 닻을 내린 스펙트럼 호>








매일 아침 일어나면 또 다른 여행지 크루즈의 매력


개봉 25주년을 맞아 4K 3D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재탄생한 영화 ‘타이타닉: 25주년’이 개봉과 동시에 박스오피스 1위 기록을 쓰며 승승장구 중이다. 더불어 크루즈 여행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매일 아침 트렁크를 싸고 또 다른 여행지로 이동하는 여행은 피곤하다. 짐을 싸고 풀었다 하는 과정에서 쉽게 지친다. 크루즈 여행은 이러한 단점을 극복한 여행 방식이다. 매일 아침 일어나면 만나는 또 다른 여행지에서 오롯이 여행에 집중할 수 있다. 


호화 크루즈로 유명했던 ‘RMS타이타닉호’가 영국의 사우샘프턴의 부두를 출항한 것은 지금으로 부터 111년 전인 1912년의 일이었다. 서양 상류층은 100여 년 전부터 크루즈 여행을 즐겨왔지만 국내에서는 이를 경험한 사람이 많지 않다. 크루즈 여행의 보급이 더딘 가장 큰 이유는 일정 수준 이상의 크루즈선이 국내에 없다는 것이다. 


크루즈 여행의 선두주자격인 롯데관광이나 팬스타 등에서는 오는 6월 국제적인 선사인 코스타 크루즈의 크루즈선을 전세 계약해 한·일 크루즈를 진행할 예정이다. 


크루즈 관광은 긴 팬데믹을 뒤로 하고 일제히 닻을 올려 출항을 개시하고 있다. 가장 앞선 곳은 아시아 최대 크루즈선 스펙트럼(Spectrum Of The Seas) 호를 보유한 세계적인 선사 로얄캐리비안 크루즈다. 배수량 16만8천t, 16층 규모의 스펙트럼 호는 2천237개의 객실을 보유해 5천622명의 승객을 수용할 수 있다. 배수량 5만2천t, 9층 규모로 모두 2천435명을 수용할 수 있었던 111년 전 세계 최대 크루즈선 타이타닉호와 비교하면 큰 차이가 있다. 


싱가포르를 모항(관광이 시작되는 항만)으로,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와 페낭, 태국 푸껫 등지를 기항하는 스펙트럼 호는 지난해 7월 국제 크루즈의 운항을 재개했다. 특히 최근에는 매회 99% 예약률을 달성하는 기염을 토하고 있다. 싱가포르 크루즈가 이렇게 인기를 끄는 이유는 무엇일까



<페낭항에 정박한 스펙트럼 호>




<타이타닉 호와 스펙트럼 호의 규모 비교>








동양 최대 규모 크루즈에 오르다


막상 타려고 해보니 크루즈 승선은 의외로 까다로운 부분이 있었다. 탑승권만 챙겨 타는 항공기와 달리 크루즈는 모든 것이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진행됐다. 앱에서는 단계적으로 미션 수행하듯 필요한 사항을 기재해야 다음 챕터로 넘어가게 돼 있었다. 예를 들어 방역 관련 사항의 경우 접종 증명서를 업로드해야 다음 장으로 넘어간다. 다소 복잡한 과정이지만 오히려 안심할 수 있는 부분이다.


복잡한 과정을 거쳐 승선하면 안전 교육이 기다리고 있다. 구명복 착용 등 간단한 안전 교육을 받으면 객실 입실이 가능하다. 여권을 맡기면 선실 카드 겸 키를 준다. 기항지를 오갈 때도 여권 없이 선실 카드만 보여주면 된다. 


‘오션뷰’를 자랑하는 발코니 객실에 들어서니 마음이 편해졌다. 다소 아쉬운 것은 노란색 구명정이 발아래에 놓여 ‘오션뷰’가 완벽하지 않다는 점이었다. 구명정이 시야를 일부분 가리는 6층은 피할 것을 권하고 싶다. 그런데도 편안한 객실에서 쉬고만 있어도 좋을 것 같았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싶은 사람이라면 ‘물멍’ 때리며 잠도 무제한 잘 수 있다. 


14층 레스토랑으로 올라가니 세계 각국의 다양한 음식들이 매일 메뉴가 바뀌어 나온다. ‘정찬 식당’이라고 불리는 메인 다이닝은 3∼4층에 자리 잡고 있다. 정찬 식당에서는 다양한 품격있는 음식들을 맛볼 수 있다. 정찬 레스토랑은 타이타닉 같은 영화에서 보면 원래 정장 차림으로 가는 것이 보통이지만, 동남아 크루즈는 그렇게 차려입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음식은 다양하고 화려했다. 심지어는 프랑스 레스토랑에서 먹었을 법한 달팽이 요리까지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수준이 높다. 




<4층 정찬 식당>




<발코니 객실 내부> 




<유료 식당인 콥스 그릴의 디저트 메뉴>




5층에는 기호에 따라 따로 비용을 지불하고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레스토랑들이 있다. 스테이크류가 맛있기로 소문난 찹스 그릴과 유명 쉐프인 제이미 올리버와 협업한 제이미, 일식집인 이즈미 등이 대표적이다. 칵테일 로봇도 있어 고객이 주문하면 칵테일을 정확히 배합해 따라주기도 한다.


식당 이용자들은 누구든 예외 없이 직원 안내를 받아 손을 씻은 뒤에야 식당에 입장할 수 있었다. 방역에 그만큼 신경을 쓴다는 이야기다.


이것저것 보고 즐기고 싶은 욕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너무 정신줄을 놓고 멍하게 있다가는 바보가 될 수도 있다. 다양한 공연들이 많이 펼쳐지는데 빨리 줄 서지 않으면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아무것도 하지 않을 자유’도 있다. 


메인 공연은 ‘투 세븐티’에서 열리는 ‘실크 로드’다. 남녀 간의 사랑 이야기를 춤과 노래 아크로바틱 등 화려한 볼거리로 표현한 이 쇼는 시작하자마자 바로 매진될 정도로 인기가 높다. 필자도 멍하게 있다 이 공연을 예약하지 못했다. 하는 수 없이 공연 시간을 기다려 문 앞에서 줄을 서 있다가 빈자리를 잡아 겨우 관람할 수 있었다. 






<가장 인기 있는 실크로드 공연>




<팝 라이브 공연>








하루라도 더 젊을 때 타야 하는 크루즈


흔히들 크루즈는 나이 지긋한 분들이 즐기는 여행법으로 생각하기 쉽다. 외국 드라마 ‘사랑의 유람선’ 덕분일까? 그러나 승선하자마자 느낀 것은 ‘크루즈는 하루라도 더 젊을 때 타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승객들이 예상외로 젊었다. 자녀를 대동한 30대 부모들도 많아 보였다. 40대의 경우 부모와 자녀들을 모두 데리고 배에 오를 수 있는 연령대여서 가장 많은 부

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15층 수영장은 물놀이를 즐기려는 아이들이 내는 소리로 가득 찼고, 탁구장과 실내 수영장에서도 부모와 함께 온 자녀들이 많이 보였다. 특히 선미 쪽 옥상의 파도 풀인 ‘플로우 라이더’(Flow Rider)는 젊은층에 인기 만점인 놀이기구였다. 세차게 뒤로 가는 파도 위에서 중심을 잡기란 여간 어렵지 않아 보였다.




<수영장에서 햇볕 쬐는 승객들>




이 밖에도 범퍼카, 댄스배우기, 농구, 풋살, 양궁, 탁구 같은 스포츠와 암벽타기, 공중부양 경험을 할 수 있는 ‘아이 플라이’(I Fly) 등 다양한 레포츠를 경험할 수 있다. 갑판 위에 길게 그어진 파란색 선을 따라 걷기만 해도 운동 효과를 볼 수 있다. 한 바퀴 돌면 460m나 된다. 학교 운동장 두 바퀴에 해당한다. 


크루즈 탑승을 전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다양한 액티비티들을 앱의 ‘내 일정’에 넣어두는 것이다. 앱에서 유료와 무료 액티비티들을 골라 넣어두면 된다. 쿠알라룸푸르와 페낭, 푸껫 기항지 투어를 떠나는 프로그램도 있었고, 푸껫의 경우 피피섬이나 007 제임스 본드 섬 투어 등 다양한 투어를 선택할 수 있었다. 


필자는 이 가운데 페낭 기항지 투어를 선택했고, 배 가운데 설치된 ‘북극성’도 선택했다. 대형 크레인 바깥쪽에 캡슐을 설치해 배 바깥에서 크루즈를 관람할 수 있도록 한 북극성은 압권이다. 전속력으로 달리는 선박 위 고공에서 바라보니 드라마틱한 일몰 장면과 함께 입체감을 만끽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크루즈는 한 살이라도 더 젊을 때 타야한다는 사실이 실감났다. 수많은 기항지에 내렸다 타고, 다양한 액티비티를 따라 하려다 보니 체력이 달렸다. 하나라도 더 보려고 밤늦은 시각에 열리는 공연을 보고 나니 녹초가 됐다. 





<거센 물살을 갈라야 하는 ‘플로우 라이더’>




<암벽타기 체험>




<승객들이 사용하는 애플리케이션 / 문 앞에 걸어두면 조식 룸서비스도 가능하다.>>












빼놓을 수 없는 기항지 투어 - 페낭


솔직히 말하자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외항인 포트 클랑에 내리는 첫 번째 기항지 투어는 실패였다. 하선해서 흥정을 통해 이곳저곳을 쏘다닐 생각에 미리 아무것도 예약하지 않았다. 그러나 수속을 밟고 나오니 택시를 타기 위한 줄만 수십m에 달했다. 인근 가건물 아래 주차된 푸드트럭 앞에서 1시간여를 빈둥거리며 기다렸지만, 줄은 줄지 않았다. 결국 

포기하고 다시 배로 돌아가야만 했다. 미리 크루즈에서 진행하는 쿠알라룸푸르 시내 여행 패키지를 예약하는 것이 좋았을 듯했다.


출입국은 간단했다. 선실 카드를 보여주기만 하면 됐다. 물론 출입국 시 짐 검사는 있었지만, 비행기가 아니었기에 출입국장의 슈퍼마켓에서 2ℓ짜리 생수 한 통을 샀다. 선실에는 생수가 보급되지 않기 때문이다. 


시내 근처에 바로 접안하는 페낭은 조지타운 등을 둘러보는 데일리투어가 편리하다. 페낭 힐의 명물인 후니쿨라라는 모노레일을 타고 산 위로 올라가는 데일리투어 프로그램을 선택했다. 후니쿨라를 타고 올라가니 고풍스러운 고택 옆에 작은 레스토랑이 있다. 이곳에서는 페낭 항구와 시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음료수를 시키고 망중한을 보냈다. 인공으로 만든 구조물인 힐 전망대는 가격이 너무 비싸 포기했다. 무료로 운영되는 경북 포항의 ‘스페이스 워크’보다 못한 듯 보였다.


실상 페낭 힐보다 더 매력적인 곳은 고풍스러운 건축물들이 많이 남아있는 조지타운이었다. 화교가 대다수를 차지하는 페낭은 중국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곳이 많다. 페낭 조지타운에서는 다양한 문화가 한데 어우러진 페라나칸 맨션을 만날 수 있다. 페라나칸은 중국인 남성과 말레이족 여인 사이에서 탄생한 인종과 문화를 일컫는 단어다. 톡톡 튀는 연둣빛 외관과 달리 내부는 황금빛 장식들과 고풍스러운 집기들이 감탄을 자아낸다. 





<고풍스러운 조지타운의 가옥들> 




<1908년 세워진 조지타운의 소방서> 




<조지타운의 페라나칸 멘션>








빼놓을 수 없는 기항지 투어 - 푸껫


태국 푸껫은 명불허전의 매력적인 여행지다. 승객들은 크루즈에서 마련한 여행상품 가운데 기호에 맞는 상품을 선택하면 된다. 피피섬 투어를 비롯해 영화 007 촬영지인 제임스 본드 섬 투어, 인타라 팜 아그로 투어, 태국 요리 프로그램 등 다양하고 수준도 높다.

 

푸껫에서는 크루즈가 빠똥비치 앞에서 묘박(錨泊)했다. 닻을 내린 채 해안 근처에서 정박하는 것을 묘박이라고 한다. 항구로 개발이 되지 않은 빠똥비치는 해변이 깊지 않다. 크루즈가 들어오는 날은 푸껫에서 묘한 풍경이 연출된다. 아름다운 푸껫 바다 위에 하얀색 고급 크루즈선이 떠 있는 모습이 연출되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보는 빠똥비치는 여전히 흥겨웠다. 수많은 마사지샵과 호객꾼들을 뒤로하고 뒷골목으로 들어서니 여행상품 가판대가 몇 개 눈에 띈다. 미리 호핑투어 등을 예약하지 않은 사람들은 이곳에서 적절한 상품을 고르면 된다. 푸껫 사원 등을 둘러보러 떠난 일행들과 달리 해양 스포츠에 관심이 많았던 필자는 반나절 호핑투어를 신청했다. 원래 피피섬까지 가고 싶었지만, 스피드보트를 타고 2시간을 달리는 무리를 하고 싶지는 않아 가까운 섬을 골랐다. 


빠똥비치에서 승합차를 타고 1시간여를 달려가니 반대쪽만이 나온다. 이곳에서 스피드보트를 타고 20여 분 달려가니 ‘산호섬’이란 뜻의 코랄 아일랜드다. 호핑투어는 별 기대를 하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름처럼 산호가 많지는 않았지만, 이곳은 색다른 매력을 가진 섬이었다. ‘태국의 몰디브’라 불릴 만큼 아름다운 에메랄드빛 해변에서 관광객들이 해수욕을 즐기고 있다. 비교적 덜 붐비는 섬 가장자리에서 해수욕을 즐겼더니 무척이나 여유로웠다. 짧은 호핑투어를 마치고 돌아가는 길이 아쉬웠다. 5박 6일이었던 크루즈 여정이 너무 짧은 느낌이다. 최소 10일짜리 크루즈는 타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푸껫 코랄 아일랜드> 




<코랄 아일랜드를 찾은 관광객들> 




<오토바이를 빌려 타고 푸껫을 다니는 관광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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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연합이매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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