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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사치] 딸기뷔페 6만원, 볼펜 5만원, 호텔향기 4만원

등록일2017.03.23 07:57 조회수1280

[작은 사치] 딸기 뷔페 6만원, 볼펜 5만원, 호텔 향기 4만원

불황에 과하게 비싸지 않은 제품 인기…백화점 디저트 매출 20%대 고성장

(서울=연합뉴스) 박성진 기자 = 불황으로 소비 심리가 크게 위축됐지만 값비싼 고급 디저트 등은 오히려 잘 팔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경제적 제약 때문에 비록 큰 사치는 누리지 못하더라도, 과하게 비싸지 않은 물건에는 자기만족을 위해 돈을 쓰는 일종의 불황형 소비 행태인 '작은 사치' 트렌드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랜드워커힐서울 딸기 뷔페 '베리베리 스트로베리'[그랜드워커힐 제공=연합뉴스]
그랜드워커힐서울 딸기 뷔페 '베리베리 스트로베리'[그랜드워커힐 제공=연합뉴스]

◇ "호텔 느껴보고 싶다"…6만원 딸기 뷔페 예약 꽉 차, 호텔 방향제·침구류도 판매

23일 호텔·유통업계에 따르면 그랜드 워커힐 서울, JW메리어트 호텔 서울,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 등 서울 시내 주요 특급 호텔이 '딸기 디저트 뷔페'를 운영하고 있다.

딸기를 재료로 사용한 수십 가지 고급 디저트를 맛볼 수 있는 뷔페로 성인 1인당 가격이 4만∼6만원에 달한다.

딸기 케이크처럼 기본적인 디저트부터 딸기 초밥, 딸기 떡볶이 등 딸기를 이용한 이색적인 메뉴까지 다양한 음식이 제공되지만, 디저트 메뉴 가격으로는 아주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예약이 어려울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달부터 5월 초까지 금·토·일요일 딸기 뷔페 '베리베리 스트로베리'(Very Berry Strawberry)를 운영하는 그랜드 워커힐은 성인 1인당 가격이 6만3천원으로 다른 곳보다 더 비싼 편이지만 매주 100% 예약이 가득 차고 대기 예약까지 받고 있다.

주 고객은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소비하면서 맛을 즐기려는 20∼30대 여성과 연인들이다.

그랜드 워커힐 관계자는 "올해로 딸기 뷔페를 운영한 지 10주년째로 매년 방문객이 30%씩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면서 "손님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예쁜 딸기 디저트 사진을 올리면서 딸기 뷔페를 즐기고 있다"고 전했다.

JW메리어트 호텔 서울도 딸기 뷔페 운영 첫해인 2013년 1천200명이 찾은 이후 2014년 3천700명, 2015년 6천 명, 지난해 6천800명으로 매년 큰 폭으로 손님이 늘어났다.

적은 비용으로 특급 호텔 분위기를 느끼고자 하는 이들을 위해 호텔들은 적극적으로 관련 상품을 내놓고 있다.

더 플라자 호텔은 P 컬렉션이라는 이름으로 디퓨저(방향제) 상품을 출시했다.

이 호텔을 방문하면 맡을 수 있는 유칼립투스 향 디퓨저로 100㎖짜리가 4만 원에 팔린다.

더 플라자 호텔 관계자는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특급 호텔의 분위기를 느껴보고 싶어하는 손님들을 위해 호텔의 향과 같은 디퓨저를 내놓았다"고 소개했다.

또 롯데호텔과 웨스틴조선호텔은 침구류를, 웨스틴조선호텔과 워커힐 호텔은 각각 호텔 김치를 판매하고 있다.

마카롱[연합뉴스 자료사진]
마카롱[연합뉴스 자료사진]

◇ 마카롱 등 고급 디저트 인기…백화점 디저트 매출 연 20%대 성장

지난해 9월 150여 년 전통의 프랑스 유명 마카롱 브랜드 '라뒤레'는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 디저트 카페 '라뒤레 살롱 드 떼'를 열었다.

파리 샹젤리제에 있는 유명 마카롱 가게인 '라뒤레'가 국내에서 마카롱, 마들렌, 프렌치토스트 같은 디저트와 커피, 핫 초콜릿, 칵테일 등 음료를 판매하며 오믈렛, 클럽 샌드위치 같은 브런치 메뉴를 선보인 것이다.

마카롱 1개 가격이 4천500원, 오믈렛은 1만9천원, 차는 1만3천∼1만4천원, 커피는 7천∼1만원으로 마카롱과 차 한 잔만 주문해도 웬만한 식사 가격보다 높다.

그렇지만 프랑스 본사에서 공수해 온 도자기와 식기를 쓰고 흰 대리석과 청동 샹들리에 등을 이용해 우아한 프랑스 여성의 방 같은 느낌으로 꾸민 이 카페는 지난해 문을 연 뒤 언제나 손님들로 붐빈다.

1일 평균 방문객 수가 평일에는 100여 명, 주말에는 150여 명으로 1주일 평균 800여 명이 찾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여성 고객이 80% 이상된다"면서 "데이트를 하거나 SNS 사진을 촬영하며 분위기를 즐기다 간다"고 전했다.

신세계 강남점의 '라뒤레 살롱 드 떼'[연합뉴스 자료사진]
신세계 강남점의 '라뒤레 살롱 드 떼'[연합뉴스 자료사진]

이런 경향을 반영하듯 불황으로 백화점 매출은 부진하지만, 백화점 내 '작은 사치' 품목 매출은 급증하고 있다.

현대백화점 디저트 판매는 2014년 전년 대비 22.7%, 2015년 23.2%, 2016년 24.5% 각각 증가하면서 매년 20%대 성장률을 이어갔다.

이 기간 현대백화점 전체 매출 증가율이 연간 0∼1%대에 머문 것과 비교된다.

디저트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현대백화점은 미국 드라마 '섹스 앤드 더 시티'를 통해 명성을 얻은 컵케이크 전문점 '매그놀리아'를 2015년 처음으로 판교점에 입점시킨 데 이어 무역센터점, 압구정본점 등 3곳에서 운영하고 있다.

바나나 푸딩, 벨벳 케이크 등 컵케이크가 한 개 4천∼6천원으로 비싸지만, 매그놀리아 판교점 매출이 월 3억원에 달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이밖에 문구업체 모나미는 육각 모양 자루로 유명한 모나미 153 볼펜을 진짜 금으로 도금한 프리미엄 볼펜 '153 골드'를 지난달 출시해 관심을 끌었다.

153 볼펜이 300원인데 반해 '153 골드'가 5만원으로 166배에 달하는 비싼 가격이지만 '작은 사치'를 추구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시장성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가격이 비싼 명품 제품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디저트 등을 통해 소비자들이 심리적 만족감을 얻고 SNS에서 주목받고자 하는 욕구 등이 작용하면서 '작은 사치' 품목 매출이 올라가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sungjinpark@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7/03/23 06:31 송고


[작은 사치] "열심히 일했는데, 5만원 호텔디저트 사치 정도는 부려야죠"

"샤넬 가방 못사도, 샤넬 립스틱 10개 구입 능력은 돼요"
"적은 돈으로 큰 만족"…'작은 사치' 즐기는 사람들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서울 강서구에 사는 직장인 임 모(29·여) 씨는 최근 호텔에서 먹는 디저트에 푹 빠졌다.

2주에 한 번씩은 '애프터눈 티' 세트를 즐기기 위해 서울 도심 특급호텔을 찾는다. 가격은 한 세트에 5만 원정도로 디저트치고는 상당히 비싸고 특별히 맛이 좋은 것도 아니지만 임 씨는 돈이 아깝다고 느껴본 적은 없다.

애프터눈 티 세트를 먹는 2~3시간 동안은 마음이 여유로워지는 것 같고 음식이 담겨있는 예쁜 3단 접시와 티포트 등 다기도 예뻐서 눈 호강 하기에도 좋다. 사진을 찍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도 올릴 수 있다.

임 씨는 특급호텔들이 겨울과 봄 사이 진행하는 딸기 뷔페에도 매년 가고 있다. 가격은 4만 원 이상으로 저렴하진 않지만, 딸기를 이용한 디저트를 마음껏 먹을 수 있다는 점에 끌려 매번 찾는다.

임 씨는 "단순히 디저트를 먹어 일차적인 욕구를 채우는 것이 아니라 그 여유로운 시간과 서비스를 돈을 주고 산다고 생각한다"며 "열심히 돈을 벌었으니까 이 정도 사치는 해도 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애프터눈 티 세트[연합뉴스 자료사진]
애프터눈 티 세트[연합뉴스 자료사진]

경기도에 사는 직장인 최 모(30·여) 씨는 명품 브랜드 립스틱과 니치향수(소수만을 위한 프리미엄 향수)를 수십 개 갖고 있다.

립스틱은 4만 원대의 가격으로 명품 화장품 중에서는 가장 저렴해 여러 개 사도 부담이 없고 하나씩 모아가는 재미도 있다. 다른 향수보다 향 종류가 많고 독특한 니치 향수는 뿌리는 것만으로도 남과 차별화되는 것 같다.

최 씨는 "샤넬 가방은 부담스러워서 못 사지만 샤넬 립스틱은 10개도 살 수 있다"며 "명품 가방이나 신발을 사고 싶은 마음이 있지만,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는 불확실한 미래를 생각하면 같은 브랜드의 립스틱을 사는 것으로 우선 만족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임 씨, 최 씨와 같이 '작은 사치'(과하게 비싸지 않은 것에 자기만족을 위해 아낌없이 돈을 쓰는 트렌드)를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백화점 업계는 작은 사치를 즐기는 사람들을 겨냥해 식품관에 수입 프리미엄 디저트 판매장을 늘리고 있으며 호텔업계도 딸기 뷔페에 이어 망고 뷔페까지 진행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불황이 계속되면서 소비 트렌드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중요시하는 성향과 가성비보다도 나를 위한 작은 사치를 즐기는 성향 등 두 가지로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소비자들이 남들과 차별화된 제품을 사면서 사치를 하고 싶은 욕구를 충족하고 싶어 해서 작은 사치 트렌드가 생겼다고 분석한다.

사치는 하고 싶은데 제한된 경제적 자원으로는 '작은 사치'에 만족한다는 것이다.

이승신 건국대 소비자정보학과 교수는 "최근에는 제품이 워낙 다양하다 보니 소비자들도 차별화되는 제품을 사면서 욕구 충족을 한다"며 "대표적인 작은 사치인 디저트의 경우에도 남과 차별화되는 제품을 찾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디저트는 일단 한 끼 식사보다는 저렴하므로 비싼 제품이라도 사 먹을 수 있다"며 "비싼 디저트를 먹으면서 소비자는 자부심, 만족감 등을 느끼고 효용을 극대화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오세조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사치를 하고 싶은 욕구는 누구나 갖고 있다"며 "그러나 경기가 어렵고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크게 비싸지 않으면서도 남들에게 보여줄 때 그 돈 가치 이상을 하는 것을 찾는다"고 설명했다.

오 교수는 "고급 디저트 같은 경우 돈을 많이 들이지 않으면서도 남들에게 과시할 수 있고 자기만족을 준다"고 부연했다.

작은 사치를 하는 사람들이 주로 20~30대의 젊은 세대라는 점에 주목해 이 현상을 분석하는 의견도 있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젊은 세대는 자라면서 자신이 한 일에 대한 보상이 주어지는 것에 익숙하다"며 "성인이 돼서도 자신을 즉시 만족하게 해줄 것들을 찾는다"고 설명했다.

곽 교수는 "그러나 경제 상황이 나쁘다 보니 큰돈 대신 적은 돈을 쓰면서 만족하게 되는 것"이라며 "1년을 저금해서 비싼 것을 사기보다는 기다리지 않고 '작은 사치'를 하게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dylee@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7/03/23 06:31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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