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행은 돌고 돈다. 기자의 학창시절, 떡볶이 코트에 잔스포트 가방을 매고 다니면 최악의 조합이었다. 그러나 요즘엔 다시 핫 아이템으로 떠올랐다. 갖다 버렸던 잔스포트가 갑자기 그리워지는 시점이다. 3만원 주고 살수도 없고.
자동차 디자인에도 유행이 있다. 199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자동차계에는 투톤 컬러가 유행했다. 문짝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크롬 혹은 고무 몰딩을 기준으로 상단과 하단 색이 달랐다. 돈 좀 더 줘야 누릴 수 있는 옵션이었다.
시간이 지나고 몰딩을 사이에 둔 색상배합은 올드한 것으로 평가받았다. 최근에는 투톤 컬러가 다른 방식으로 등장하고 있다. 단순히 범퍼 색을 다르게 하는 것을 넘어 영역을 확장시키고 있다. 서울모터쇼에서는 이런 차들이 심심찮게 목격됐는데, 한 번 싹 모아봤다.
# 푸조 3008GT
푸조는 2012년에 발표한 오닉스 컨셉트를 통해, 사선으로 가로지르는 투톤 컬러를 처음으로 선보였다. 다소 건전지 회사인 듀라셀 같다는 평도 있었지만, 색다른 디자인이라는 평가가 더 많았다.
푸조가 서울 모터쇼에서 전시한 푸조 3008 GT는 엉덩이를 검게 칠했다. 푸조는 308에도 이런 컬러를 적용한 바 있다. 시트지를 붙인게 아니라 아예 처음부터 영역을 나눠 도색을 달리한 거다.
3008에 적용된 투톤은 차체 색상과 유광 검은색의 조화가 생각보다 잘 어울린다. 어느 각도에서 봐도 전혀 촌스럽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오닉스부터 시작된 투톤컬러가 펠린룩으로 강렬해진 푸조의 디자인과 만나 최상의 시너지효과를 낸다.
역시 압권은 뒷태다. 세로로 세 가닥 자리 잡은 리어램프의 앙칼진 모습이 검은색과 어울러져 스포티한 느낌을 물씬 풍긴다. 여타 모델들에서는 이런 느낌을 보지 못했다.
# 현대 i30 튜익스 컨셉트
i30 튜익스 컨셉트는 휠하우스와 엉덩이를 위주로 흑백 투톤 컬러를 사용했다. 여기에 부분적으로 반광 금색 포인트를 넣어 세련미를 더했다.
검은색 컬러를 유광과 무광 모두 사용한 점이 눈에 띈다. 해치백은 형태적 특징 때문에 뒤가 뚱뚱하다는 느낌이 강하다. 해치백이 외면 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i30 튜익스 컨셉트는 유-무광 도장으로 면을 나눈 덕분에 뒷모습이 둔해 보이지 않도록 했다.
서울 모터쇼 현장에 있던 i30 튜익스 컨셉트는 현대차가 1,500만원 상당 튜익스 제품으로 만든 쇼카다. 말 그대로 쇼카일 뿐, 생산계획이 구체화 되지는 않았다.
# 제네시스 G90 스페셜 에디션
제네시스 G90(EQ900의 해외수출명) 스페셜 에디션 역시 이번 모터쇼만을 위해 특별히 제작한 쇼카다. 유럽산 최고급 세단들처럼 고급스러운 투톤 컬러를 적용해 럭셔리한 모습을 연출했다.
현대차는 핀 스트라이프 수트(Pin stripe suit)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이를 위해, 51년 경력을 자랑하는 스트라이프 수트의 장인이 디자인 과정에 참여해 완성도를 높였다.
현대차는 흰색 G90 리무진 차체 위에 보닛과 지붕을 고급스러운 보랏빛 컬러로 도색했다. 가장 자리에는 손으로 직접 그린 코치 라인도 자리 잡았다.
제네시스는 이번 스페셜 에디션의 판매여부를 밝히지 않았다. 만약 이 모델이 생산된다 해도 코치 라인을 손으로 직접 그려야 하는 만큼, 현실적인 조건에서 한정판으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
# 노블클라쎄 카니발 & EQ900
국내 최대 모터쇼인만큼 토종 럭셔리 카로체리아 노블클라쎄를 빼놓을 수 없다. 그들은 EQ900 리무진 노블클라쎄 버전과 정치인과 연예인의 필수품 카니발을 부스에 올랐다. 이들은 모두 고급스러운 투톤 컬러로 등장했다.
노블클라쎄 부스를 지키고 있던 주인공은 이 회사가 새로 만든 EQ900 노블클라쎄 버전이었다. 은은한 자줏빛 색으로 투톤 처리돼 지금까지 등장했던 국산 고급차에서 느끼지 못했던 색다른 맛을 보여준다.
현장에 있던 차는 프로토타입으로 시트지를 부착한 상태였지만, 오는 6월 생산이 시작되면 직접 도색이 적용된다. 색상을 무한정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노블클라쎄가 몇가지 조합을 준비해뒀다고 한다. 가격은 1억 후반대.
이미지: 카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