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연합뉴스) 장주영 기자 = '딱정벌레 차', '풍뎅이 차'로 불렸던 폴크스바겐의 비틀(Beetle)이 단종된다.
폴크스바겐의 아르노 앤트리츠 이사는 지난 5일(현지시간) 독일 볼프스부르크에서 열린 '2017 애뉴얼 세션'(Volkswagen Brand's 2017 Annual Session)에서 "비틀은 감성적인 부분에서 호소력 있는 대표적인 브랜드이지만,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계속 이어 나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I.D. 전기차 시리즈와 아르테온 등 고급 세단 브랜드가 비틀의 감성적인 공백을 메울 것"이라고 말했다.


비틀은 지난 120여년동안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자동차 4위에 기록될 정도로 오랜 기간 사랑을 받아온 명차다.
'버기'(Buggy)가 애칭일 정도로 귀엽고 순하게 생긴 비틀의 탄생 스토리는 아이러니하다.
독일나치의 독재자 히틀러는 "모든 국민이 부담 없이 소유할 수 있는 차를 만들라"고 오스트리아의 자동차 설계자인 페르디난트 포르쉐에게 지시했고, 포르쉐는 1938년 모델명 '타입 1'(Type 1)을 세상에 공개했다.
독일의 국민차로 거듭난 비틀은 전 세계 20여개 국가에서 생산됐으며 지금까지 2천200만대 이상 팔렸다. 하지만 비틀의 전성기는 2000년대 들어 꺾이기 시작했다. 유로존 경제 위기가 몰아쳤던 2012년부터 유럽에서 판매량이 감소하기 시작해 지난 1분기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40% 넘게 줄었다.
설상가상으로 배출가스의 양을 조작해 사회에 큰 충격을 줬던 디젤 게이트 사건으로 폴크스바겐이 재정난에 봉착했다.
지난해 미국 소비자와 딜러사를 대상으로만 총 167억 달러(한화 약 19조 원)의 배상액을 지출했다. 올해 1월에는 미국 정부와 43억 달러(한화 4조 9천억 원)에 합의하면서 어려움이 가중됐다. 급기야 이탈리아의 명품 모터사이클 브랜드인 '두가티'까지 매물로 내놓을 정도로 폴크스바겐의 재정난은 심각한 상황이다.

돈을 벌지 못하는 사업모델을 접는 것은 기업으로서 불가피한 선택이지만, 버기의 신 모델을 볼 수 없다는 것에 아쉬움이 크다.
디젤 게이트의 가장 큰 손실은 '비틀의 단종'이라는 푸념이 버기 애호가들 사이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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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7/05/08 19:20 송고